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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이슈 신도시 이모저모

文 공급확대 주문에 커지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론… "신도시 만으론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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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발굴하는 것보다는 지금 잘 조성된 환경에 주택을 새로 공급해주는 게 빠르지 않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부동산 관련 긴급보고를 받고 "새로 발굴을 해서라도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주문했지만,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세부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신도시 추가 개발 등보다는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로 여러 사람이 원하는 요지에 주택을 공급해야 공급 효과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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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조선DB



◇신도시만으론 부족하다… "완성되려면 최소 10년"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주택을 대거 공급하는 대표적인 방식은 신도시를 짓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은 수도권 공공택지 77만채 주택 공급 방안 중 30만채가 3기 신도시 물량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 등 5곳으로 모두 지구지정이 완료됐다.

하지만 신도시는 살기 좋은 주거 공간으로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당장 3기 신도시 중 가장 규모가 큰 왕숙신도시 만해도 입주 초기 교통 문제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핵심 교통수단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의 개통 시기가 빠르면 2027년일 것으로 전망되는 탓이다. 10여년 전부터 추진된 2기신도시 중에서도 아직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특히 최근 주택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2030세대 젊은 수요자일수록 출퇴근 시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점에서 신도시가 당장 공급 부족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육아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퇴근 시간이 짧아야 한다.

신혼인 유모(34)씨는 "남편 직장은 선릉, 내 직장은 광화문이라 외곽으로 빠지면 출퇴근이 너무 괴로워진다"면서 "작은 집이라도 서울에 사고 싶은데, 3기 신도시 또는 더 먼 곳으로 결국 눈을 돌리란 뜻 같아 아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신도시 공급을 꾸준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서울 시내 공급을 늘릴 방안부터 나와야 한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를 개발해 50만호, 100만호씩 공급하는 것이 주거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신도시 주택이 지금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집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자족 기능을 갖추지 않은 신도시 개발로는 서울 수요를 분산하기 어렵다"면서 "제대로 기능을 갖춘 신도시를 조성하되 서울 지역 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서울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신호를 줘야한다"고 했다.

◇"서울 재개발·재건축 적극 활용해야"

부동산 전문가들은 결국 서울에 공급이 많을수록 공급 불안이 줄어드는 만큼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것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신도시를 지을 땅은 없고, 현재 정부가 하는 방식의 공공부지 개발로는 많아야 수백가구 단위의 단지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서울의 노후 주택을 정비하면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적용되는 용적률과 정비방식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 재개발·재건축을 하면 기존 세대보다 20~30% 가량 세대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을 무조건 적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서울에는 30년 이상된 노후 주택이 290만가구 가까이 있다. 아파트만 떼어놓고 봐도 170만가구에 육박한다. 이들 주택을 새로 지어 주택 시장에 뛰어든 수요자를 흡수할 경우 신도시보다 나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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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30년 이상 노후주택 현황/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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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3기 신도시를 공급해도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효과가 있는 곳은 과천 정도일 것"이라며 "하지만 과천 공급도 물량에 한계가 있어 결국 서울 재건축·재개발을 시행하거나 그린벨트를 해제해야 수요에 맞는 공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인허가 속도만 따라준다면 재건축·재개발 만큼 주거환경 좋은 곳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빠르게 공급하는 방법이 없다"면서 "기존 정책과 배치되는 방향이지만, 그래도 이를 병행해서 가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아파트라는 상품 유형을 공급하기 위해 무조건 규제만 가할 것이 아니라 정비사업 방법론을 다양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정비사업 인·허가를 풀어주는 방식의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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