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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성추행 의혹 4년 기록’ 이대로 묻히나…“檢, 경찰 압색해 朴휴대전화 확보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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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참여 결정으로 포렌식 본격 시작

포렌식, 변사일 인근 8~9일 집중될듯

통신영장도 기각…압색 필요성 ‘제기’

헤럴드경제

지난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교육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낸 것”이라며 비밀 대화방 초대 문자를 공개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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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병국·신주희 기자]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유족이 경찰이 실시 예정인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하지만 경찰이 박 시장의 사망 당일 행적과 관련된 포렌식 작업만 진행할 예정이어서 ‘성추행 의혹 사건’이 미궁에 빠질 확률이 커졌다. 경찰이 사망 전 수일간의 기록만 추출할 계획인 데다, 박 시장에 대한 통신수사 영장도 기각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성추행 방조로, 경찰과 청와대는 수사 상황을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만큼, 검찰이 경찰이 보관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대한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박 시장의 유가족으로부터 포렌식 과정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받고 곧 포렌식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박 시장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에 유가족이 참여하게 된 것은 서울북부지검의 지휘에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4일 “박 시장의 휴대전화를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에 넘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유족 참여 설득이 쉽지 않아, 포렌식 절차에 돌입하지 못했다. 휴대전화는 아직 서울지방경찰청이 보관하고 있다.

경찰이 습득한 휴대전화에는 박 시장의 당일날 행적 뿐만 아니라, 지난 4년간의 기록이 담겨 있다. 박 시장의 피해자 측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박 시장에 의해)4년 동안 위력에 의한 성추행이 지속됐고 피해자가 다른 부서로 발령된 뒤에도 이어졌다”며 “시장 집무실과 집무실 내 침실에서 신체적 접촉, 음란한 사진 전송, 비밀 대화방 초대 등의 성폭력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포렌식 작업이 변사 사건 자체에 한정될 것이며 변사일과 근접한 날짜의 기록만 포렌식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요청 기간을 특정해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일주일~한 달 정도의 기록만 요청하냐’는 질문에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수사 부서는 디지털포렌식센터에 ‘특정 기간’ 또는 ‘특정 자료’로 한정에 포렌식을 요청하고, 디지털포렌식센터는 휴대전화에서 추출한 자료 중 요청 사항을 제외한 자료는 폐기한다.

포렌식 과정에 유족이 참여하는 것도 ‘성추행 증거’ 또는 ‘수사상황 유출 의혹’의 단서 찾기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피고소인 신분인 박 시장의 유족들이 타살, 자살 혐의 외에 다른 단서를 찾는 것에 협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이 법원에서 기각까지 되면서 성추행 의혹은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법원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은 지난 16일 “강제수사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경찰이 신청한 통신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 변사자 사망 경위 관련, 타살 등 범죄와 관련됐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박 전 시장이 사망한 채 발견된 장소에서 나온 휴대전화(공용폰) 1대와 그의 개인 명의로 개통된 다른 2대 등 총 3대에 대해 통신영장을 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된 것이다.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가 성추행 의혹과 수사 상황 유출 의혹의 스모킹 건으로 떠오른 만큼 경찰이 소유하고 있는 휴대전화에 대한 검찰의 강제수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찰이 청와대와 함께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됐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은 고소와 동시에 고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한변) 소속 김태훈 변호사는 “서울시와 박 시장의 공범 관계를 수사해야 된다. 공범 관계에 대한 포렌식이 필요하다”며 “지난 4년간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는 만큼 경찰이 확보 중인 휴대전화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변은 최근 서울시, 경찰청, 청와대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한편 박 시장의 성폭력을 방임·묵인했다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가 서울시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이날 “서울시 관계자들의 방임·묵인 혐의와 관련해 오후 3시 고발인인 가세연 관계자를 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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