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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미국 흑인 사망

‘경찰 숭배’ 17살 백인소년, 인종차별 반대를 과녁 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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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미 위스콘신주 커노샤의 교정시설에서 성조기가 불에 타고 있다. 커노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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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앞에서 경찰 총격을 받고 쓰러진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으로 시작된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격렬한 인종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사흘째 이어진 시위에서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2명을 숨지게 한 이는 경찰을 동경하는 17살 백인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났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금 강경한 태도로 ‘법과 질서’를 내세우며 군 병력을 투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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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에 총 쏜 이는 ‘경찰 숭배’한 17살 백인 청소년


블레이크 피격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는 25일(현지시각) 사흘째 밤샘 시위가 벌어지던 중 총격으로 2명이 숨졌다. 경찰은 총격을 가한 17살 백인 카일 리튼하우스를 1급 살인혐의로 체포했다.

리튼하우스는 심야 시위를 벌이던 참가자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발사했고, 시위 참가자 중 2명이 각각 머리와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 다른 시위 참가자 1명도 총을 맞았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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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미 위스콘신 커노샤의 법원 바깥에서 시위대가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의 피격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커노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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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튼하우스는 커노샤에서 24㎞ 떨어진 일리노이주 앤티오크에서 살고 있었고, 이날 인종차별 항의 시위에 맞서 치안을 유지한다는 커노샤 지역 자경단에 합류했다. 커노샤에서는 블레이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일부 폭력 양상으로 흐르면서 몇몇 주민들이 자경단을 조직했다.

리튼하우스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경찰에 대한 애착을 표시했다고 미 <시비에스>(CBS)가 보도했다. 미국 사회에 널리 퍼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는 운동에 맞서 ‘경찰 생명도 소중하다’(Blue Lives Matter)는 구호를 소셜미디어에 게시했고, 제복을 입거나 성조기 모양 슬리퍼를 신고 소총을 쥔 채 찍은 사진도 여러 장 올렸다. 일부 언론은 그가 경찰을 숭배했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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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본인 트위터에 위스콘신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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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거리 무법 묵과 못해”-바이든 “정의 실현”


대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상반된 태도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찰의 흑인 피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폭력사태에 대한 강경 대응만을 밝혔다. 그는 시위대 사망 사건이 일어난 이날 밤 커노샤에 “연방 병력과 주 방위군을 파견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거리에서 약탈, 방화, 폭력, 무법을 묵과할 수 없다. 나의 팀은 연방 지원을 수용하겠다고 동의한 에버스 주지사와 통화를 방금 끝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트윗 직후 민주당 소속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주 방위군 500명의 투입을 허가했다고 밝혔다.

반면, 바이든 전 부통령은 본인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 성명에서 “우리의 마음은 그의 가족, 특히 그의 아이들과 함께한다. 정의를 실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폭력 양상으로 흐르는 시위에 대해서는 “공동체를 불태우는 것은 항의가 아니다”라며 폭력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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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 프로농구 밀워키 벅스와 올랜도 매직의 경기가 열릴 예정인 플로리다 올랜드 경기장이 텅 비어 있다. 흑인 제이컵 블레이크 피격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올랜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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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3경기 취소…선수들 이례적 경기 보이콧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가 각계각층으로 퍼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각) 밤 열릴 예정이던 미국프로농구(NBA·엔비에이) 플레이오프 세 경기가 모두 취소됐고,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도 한 경기가 취소됐다.

이는 밀워키 벅스가 블레이크 피격 사건에 항의하는 뜻으로 경기를 보이콧하면서 촉발됐다. 밀워키는 블레이크가 총을 맞은 위스콘신주의 최대 도시다. 밀워키의 선수인 조지 힐은 블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이튿날인 지난 24일 “솔직히 우리는 이 망할 장소(경기장)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여기에 오는 것은 중요한 이슈가 뭔지에 대한 초점을 앗아가 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5월 말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때도 엔비에이 선수들은 경기 시작 전 항의를 표시했지만 경기 자체를 보이콧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도 밀워키 브루어스가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를 거부했다. 미 여자프로농구(WNBA)의 워싱턴 미스틱스 선수들은 이날 애틀랜타 드림과의 경기를 위해 블레이크의 이름을 새긴 티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정의길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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