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향방 가를 첫 TV토론...조롱과 비방 난타전
CNN “토론이 아니라 불명예 자체”...역대급 진흙탕 싸움
2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1차 TV토론이 끝나자 CNN의 앵커들은 이같이 평가했다. 1시간30분간의 토론 동안 논리적인 토론보다는, 상대를 약올리고 조롱하는 설전만 오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에 “사회주의자”라며 색깔론으로 몰아갔고, 바이든은 발끈해 “닥쳐”라고 맞받았다. 두 사람은 코로나 때문이라고 하지만, 만날 때도 헤어질 때도 팔꿈치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TV 중계화면 상에선 둘이 개인적으로 얘기하는 모습도 나오지 않았다. 세계 초강대국의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가 서로 악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다.
이번 TV토론은 코로나로 대규모 유세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대선의 승패를 결정지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일각에선 지난 2016년의 TV토론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8400만명을 넘어서, 이번 토론을 1억 명이 볼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그러나 이번 TV토론이 역대급 진흙탕 싸움으로 끝나면서, 미국 시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작부터 막장...트럼프 바이든에 “학점 낮은 사람”, 바이든 “닥쳐 줄래?”
이날 TV토론은 출발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으로 출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자 모두발언을 할 때부터 바이든이 한마디 하려 하면 계속 중간에 끼어들어, 분위기를 분산했다. 이에 사회자가 “내가 사회자”라며 트럼프를 제지하려 했지만, 트럼프는 계속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바이든이 참지 못하고 “제발 닥쳐 줄래?(Would you shut up, man!)”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혼잣말을 하자 바이든은 “계속 떠들어라(Keep yapping, man)”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이 “(코로나 대응에 트럼프가) 똑똑(smart)했으면 더 많은 사람이 살았을 것”이라고 하자 “나한테 ‘똑똑’이란 말을 꺼내지 말라"고 발끈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자기가 졸업한 대학도 기억 못한다. 그는 대학에서 가장 낮은 성적으로 졸업한 사람”이라고 바이든이 멍청하다고 공격했다.
열띤 토론을 벌이는 트럼프와 바이든/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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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신은 사회주의”, 바이든 “넌 거짓말쟁이”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미국 연방대법관 후임지명자 지명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상원을 (과반을 차지해) 갖고 있고, 경이로운 지명자가 있다”며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후임으로 지명한 것을 옹호했다. 이에 바이든은 “미국 국민은 누가 대법관 지명자가 될지 말할 권리가 있다”며 대선이후 지명 주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우위 대법원을 구성해 전국민의료보험인 ‘오바마케어’를 위헌으로 만든 뒤 2000만명의 미국인들에게서 의료보험을 없애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한다”고 했고, 바이든은 “모두가 (트럼프라는) 거짓말쟁이를 알고 있다”고 트럼프의 발언이 잘못됐다고 몰아붙였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도 “조, 당신이 거짓말쟁이야”라고 했다.
◇바이든은 코로나로 공격, 트럼프는 ‘바이든 아들’ 문제로 반격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대응을 물고 늘어졌다. 바이든은 미국에서 20만명 이상이 코로나로 숨졌다며 “대통령은 계획이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고 공격했다. 또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가 최근 펴낸 책 ‘격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부분을 거론하며 “그는 (코로나에) 당황했다. 제대로 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코로나 대응이 “경이적”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 와중에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해진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영병 연구소장이 자신에게 “수천명의 목숨을 살렸다”고 말했다고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곧 백신을 갖게 될 것”이라며 “코로나는 중국의 잘못”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TV 토론에서 바이든 후보 아들 헌터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며 반격을 시도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대전에서 전사한 군인들을 ‘루저’라고 불렀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내 아들은 루저가 아니라 애국자”라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막내 아들) 헌터를 말하느냐?”라고 묻자 바이든은 “아니 (또 다른 아들인) 보 바이든”이라고 답했다.
트럼프는 이날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일 때 아들 헌터가 중국과의 사업을 통해 거액의 수익을 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바이든이 헌터가 임원으로 근무중이던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의 부패 사건을 덮기 위해, 직접 우크라이나 당국에 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자 바이든을 TV 카메라를 똑바로 보며 “이것(토론)은 내 가족에 관한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에 관한 것”이라고 피해갔다.
미 대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차이 /뉴시스 |
◇트럼프 캠프 “귀 전자장치 착용 검사하자”…바이든 캠프 “트럼프 코로나 질문 피하려해”
TV토론 시작 전 양측은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선 캠프는 토론회 시작 전 두 후보가 귀에 전자장치나 송수신기를 착용했는지 제삼자가 검사하자고 요청했지만 바이든 캠프가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며칠 전 바이든 캠프가 이 절차에 동의해놓고 이날 갑자기 거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바이든 후보가 토론 실력을 향상해주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며 약물복용 검사를 언급한 데 이어 이번에는 토론에 도움을 받기 위해 전자장치를 활용할 가능성까지 거론한 셈이다. 77세의 바이든이 건강문제로 대통령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팀 머토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바이든 후보 측은 토론회 도중 여러 차례 휴식을 요청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29일 열린 미 대선후보 TV토론을 플로리다의 한 주점에서 시민들이 시청하고 있다/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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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바이든 캠프의 케이트 베딩필드 캠프 선거대책부본부장은 바이든이 귀에 전자장치를 착용하지 않을 것이고 토론회 중간에 휴식을 요청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캠프가 TV토론 진행자인 크리스 월리스에게 토론 도중 코로나 사망자 수는 언급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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