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12월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찰총장 징계’, 그리고 ‘공수처 출범’, 이 두 가지의 핵심 본질은 무엇인가. 그렇다. 여러분도 아마 금방 정답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것은 문재인 정권이 검찰권과 수사권을 접수하고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한 해 추미애 법무장관은 마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전혀 견제 받지 않는 인사권을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말 안 듣는 검사들을 마치 몽둥이로 패듯 겁을 줘서 멀리 내쫓거나 아니면 충견(忠犬)으로 만들었다. 문 정권은 그런 일을 해낼 사람이 ‘추다르크’밖에 없다고 봤을 것이고, 지난 한 해 검찰의 인사 혼란은 그대로 진행됐다. 그런데 이제는 추장관의 존재감이 없다. 정권에게도 너무 부담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관련해서 “절차적 공정성과 정당성”을 강조했지만, 그것은 눈엣가시 윤 총장을 찍어내되 뒤탈 없게 하라, 이런 강력한 지시를 내린 것이나 같다. 뒤탈 없게 하라, 국민들의 원망의 화살이 대통령과 청와대로 향하지 않게 하라, 이런 뜻이다. 문 대통령도, 정한중 징계위원장도 적법한 절차를 통해 합법적 판단을 할 것이라느니, 예단을 하지 말라, 속단하지 말라, 이런 말을 하지만, 여러분도 아시고 계시고, 저희도 알고 있다시피 답은 정해져 있다. 그것은 윤석열 찍어내기다. 해임이냐, 정직이냐, 이것은 중요하지 않다. 윤석열에게 어떤 검찰총장 직무도 수행하지 못하게 막는 것, 그리고 그러한 조치의 뒤탈을 없게 하는 것, 그리고 대선 지지율 1위인 윤석열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 등등일 것이다.
또 하나, 이번 윤석열 징계라는 정치 파동이 갖는 본질이 있다. 그것은 윤석열 총장이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했던 마지막 검찰총장’이 될 것이란 점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수처는 관련 법 개정안까지 일방 처리됨으로써, 빠르면 이번 달 안에 야당의 비토와 견제 없이 공수처장이 임명되고, 23명 검사, 40명 수사관, 사무처 직원들, 공수처 건물 등등의 진용을 갖춰나가게 될 것이다. 이번 주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의 결과가 어떤 형식으로 나오든 그것과 상관없이 공수처는 출범하는 것이고, 지금 검찰이 수사하고 있던 울산시장 선거조작 사건,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사건 같은 갖가지 권력형 비리 사건들은 공수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유일한 수사기관인 검찰총장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서 수사를 감행했던 일은 ‘추억 속의 전설’로 남게 될 것이다. 그래서 저희는 오늘 방송의 제목을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검찰총장이다’라고 붙인 것이다.
이 정권은 출범 때부터 입만 열면 검찰 개혁, 사법 개혁을 외쳤다. 그러나 우리는 검찰 개혁이라는 말 자체가 틀렸다고 본다. 그건 아니다. 이 말은 태생적으로 틀렸다. 권력기관의 체질을 바꾸려면 모든 권력기관의 꼭대기에 있는 최고 정점을 개혁해야 한다.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이런 권력기관을 개혁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그렇다. 바로 그런 기관들의 꼭대기에 군림하고 있고, 그 기관장들을 임면하는 대통령과 청와대를 개혁하면 된다.
대한민국은 지금 무엇보다 대통령 개혁, 청와대 개혁이 필요한 나라다. 검찰 개혁의 요체가 뭐냐. 그것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가장 자주 훼손했던 사람들이 누구냐. 그렇다. 바로 대통령과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다.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개입을 안 하면,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 중립을 지키면, 검찰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대통령이 검찰에 개입할 수 없도록 제도와 법을 만들어야 한다. 청와대에 파견 나간 검사들을 전부 원대 복귀시키고, 청와대가 검찰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으면 검찰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왜곡되고 뒤틀려 있는 자리와 조직이 대통령과 청와대다. 공수처를 10개, 100개 만들어도 공수처장 인사를 대통령과 청와대개 쥐락펴락 하면, 그 공수처는 대통령의 충견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공수처장 임명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찾고 있는 ‘윤석열 징계의 시나리오’는 해임이든 정직이든 어떻게든 지금 당장 윤석열을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드는 것, 그리고 2022년3월7일 차기 대통령 선거일로부터 역산(逆算)해서 윤석열에게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하는 것, 이 두 가지다. 열린민주당이 급기야 ‘현직 판·검사가 공직에 출마하려면 1년 전에 사직해야 한다’는 법안까지 발의한 것도 다 같은 이유다. 이 법안은 한 마디로 윤석열 출마 금지법이다. 그만큼 그들에게 윤석열이 두려운 존재일 것이고, 만약 윤석열이 대권을 쥐게 되면 자신들의 운명이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대권 출마의 자격을 갖추려면 스스로 검찰총장직을 던져 사퇴하는 것, 혹은 징계 결과에 대해 행정소송으로 저항하는 일이다. 어느 쪽이든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행정소송은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소송의 결판이 날 때쯤이면 검찰총장 임기는 물론이고, 대통령 선거도 끝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견제와 균형, 그것은 자유민주주의의 최대 발명품인 삼권 분립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정권이 너무 비대해진 권력으로 ‘입법 독재, 사법 독재, 행정 독재’를 휘두르게 된다면 마지막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낼 보루 한 곳이 남게 된다. 그곳은 살아 있는 권력이 두려워하는 곳이며, 그곳이 남아 있어야 그나마 민주주의가 연명하게 된다. 그곳은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댈 수 있는 검찰이요, 검찰총장이다. 그러나 만약 살아 있는 권력이 두려워해야 할 곳이 단 한 곳도 없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전체주의다. 그래서 우리는 살아 있는 권력에 칼을 댔던 대한민국의 마지막 검찰총장이 제거되는 과정을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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