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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헌정사 첫 판사 탄핵소추

김명수, 文행사 다음날 임성근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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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해 5월 21일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5부 요인 만찬 행사. 문재인 대통령 부부도 참석했다./국회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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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대법원장이 부인했던 ‘탄핵 발언’ 관련 녹음 파일이 4일 공개돼 초유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5월 22일 임성근 부장판사와 면담 직전 이틀 연속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두 차례 행사는 공개 행사였고 김 대법원장 외 다른 인사들도 참석했다. 그러나 법원 내부에서는 이날 공개된 김 대법원장의 “(여당에서) 탄핵하자고 설치고 있는데 사표 수리하면 내가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등 정권을 의식한 발언이 회자되면서 ‘친정부 편향된 대법원장이 정권 눈치를 보면서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면담 전날·당일 文 대통령과 행사에서 만나

2020년 당시 김 대법원장 일정과 당시 행사 보도자료 등을 종합하면,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 면담 전날이었던 그해 5월 21일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 초청 만찬에 참석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열린 만찬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대법원장, 국회의장, 헌법재판소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 부부가 참석했다.

김 대법원장은 면담 당일 22일에는 오후 2시 30분 청와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임명 수여식에 참석했다. 청와대 방문을 마친 김 대법원장은 오후 5시쯤 대법원에서 임 부장판사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文은 윤석열 판결 앞두고 김명수 초청

문 대통령과 김 대법원장의 만남 관련해선 지난해 12월에도 “삼권분립 원칙에 입각했을 때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그달 22일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 김 대법원장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5부 요인을 초청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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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5부요인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 오른쪽은 김명수 대법원장./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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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서울행정법원은 헌정 사상 초유인 현직 검찰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을 진행했다. 하루 뒤인 23일엔 여권에서 수차례 “무리한 수사” “정권 흔들기 목적”이라고 비판해 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당시 법조계에선 “삼권분립 체제 아래서 중요 재판을 앞두고 대통령이 대법원장 등을 청와대로 부르는 것은 이유를 불문하고 부적절한 상황”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사법부 수장이 “정치적 상황도 살펴야, 국회에서 무슨 얘기 듣겠나”

이날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 ‘정권 눈치보기’ 논란이 확산하면서 일선 판사들은 “김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수장으로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는지 의문”, “대법원장이야말로 탄핵 대상”이라는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임 부장판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은 당시 면담에서 “툭 까놓고 얘기하면 지금 뭐 탄핵하자고 저렇게 설치고 있는데, 내가 사표 수리했다 하면 국회에서 무슨 얘기를 듣겠느냐 말이야”라는 발언도 있다. 한 평판사는 “대법원장이 국회 눈치를 보는 것을 인정하고 스스로 말한 것부터가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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