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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차기 대선 경쟁

대선구도 ‘윤석열 변수’…여도 야도 복잡한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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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를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윤 총장의 사의를 한시간여 만에 즉각 수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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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의 전격 사의 표명으로 차기 대선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그동안 여권 후보 간의 경쟁이 일방적으로 전개된 정치 지형이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인해 여야 전반으로 넓어지게 됐다. 그만큼 불확실성도 커졌다. 윤 전 총장이 재보궐선거 이후 대선을 염두에 둔 야권 재편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관심을 모으는 것은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 시점이다. 4·7 재보선만 보면 문재인 정권과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운 윤 전 총장이 야권의 새로운 상징적 구심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섣불리 나서면 정치적 역풍 가능성이 없지 않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이 보궐선거 전에 정치적 행위는 안 할 것 같다”며 “국민의힘과 (윤 전 총장이) 함께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두고 봐야 알지, 단적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한 것에서도 고민의 일단이 엿보인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이 예고되는 것만으로도, 야권의 경쟁자들을 자극하는 효과가 있다. 윤 전 총장이 사표를 낸 당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나라로부터 큰 혜택을 받은 내가 이렇게 넋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정계 복귀를 시사한 것만 해도 그렇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의원도 한층 존재감을 드러내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대선 주자 인물난에 시달렸던 국민의힘은 유력 주자가 생겨난 것에는 환영하면서도, ‘개인’ 윤석열에게 밀려 제1야당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패배할 경우 ‘기호 2번’ 후보를 못 낼 처지에 있다. 만약 정계에 진출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밖에서 머물며 기존 보수진영 주자들을 압도할 경우 국민의힘은 재보선에선 ‘안철수에게 치이고’ 대선에선 ‘윤석열에게 치이는’ 처지에 놓인다. 재보선 이후 윤 전 총장에 의해 야권 정계개편 주도권까지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안철수 후보도 높은 지지율을 믿고 우리 당에 들어오지 않겠다며 협상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 윤 전 총장까지 등장하면 재보선 이후에도 우리의 존재감은 계속 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한겨레>에 “윤 전 총장의 등장으로 인해, 저조한 성적이지만 그나마 힘겹게 대선 레이스를 이어가고 있는 당내 주자들이 관심 밖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그러다 윤 전 총장이 우리 당으로 나오지 않거나 대선 출마 자체를 안 하면 당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당은 윤 전 총장의 정계 진출에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모습이다. 대다수는 ‘정치인 윤석열’에 크게 의미 부여를 하지 않으려 한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며 “정치적 비전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정당 기반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사퇴할 때도 아무 명분 없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본인이 청문회장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찬성 입장을 밝히고, 무슨 압박이 있어도 검찰총장직을 유지하겠다고 했는데 대권을 위해 사퇴를 ‘기획’한 것이다. 결국 제2의 반기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깎아내렸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윤석열이 정치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며 “그가 어떤 대한민국의 비전을 보여줄 수 있나. 헌법 정신과 법치 시스템 확립이 대한민국 비전이냐”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 윤 전 총장에 내심 부담을 느끼는 시각도 있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윤 전 총장이 야당으로 가면 야당의 몸집을 키워줄 수 있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각을 세우기도 했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자기 의견을 얘기하는 스타일이라서 중도 성향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나래 노지원 서영지 기자 w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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