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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영국 해리 왕자 부부 인터뷰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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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영국 해리 왕자 부부가 지난해 왕실을 떠난 이유가 메건 마클 왕자비에 대한 차별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뒤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특히 부부의 첫 아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왕실에서 피부색을 우려하고 왕자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미뤘다는 주장에 충격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과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1997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한 해리 왕자의 어머니 다이애나비 사건을 재조명하며 영국 왕실의 폐쇄성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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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CBS 방송에서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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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이후 영국 왕실이 인종차별을 저질렀다는 주장에 대해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며 “해리 왕자 부부의 주장은 왕실의 근간을 뒤흔들었다”고 보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전날 미국 CBS로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왕실을 떠난 주된 이유가 인종차별 문제였다고 밝혔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를 둔 마클 왕자비가 첫 아이를 임신하자 왕실 일원이 아이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를 우려했고, 왕자 지정도 미뤘다고 밝혔다. 부부는 차별적 발언을 제기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고, 윈프리는 8일 다른 인터뷰에서 “(아이의 피부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엘리자베스 여왕 부부는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8일 추가로 공개된 인터뷰에서 마클은 “무례함과 인종차별은 다르다”라며 왕실에서 명백한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레딩대학의 역사학자인 케이트 윌리엄스 교수는 가디언에 기고한 글에서 “이 인터뷰는 일종의 폭탄이고, 왕실에 관련된 것 중 가장 폭발적인 인터뷰로 기록될 것”이라고 썼다. 윌리엄스는 “왕실에 들어간 모든 여성들이 공격을 받았지만, 마클의 경우 인종차별 문제까지 주입됐다는 면에서 더 심각하다”며 “영국은 다이애나의 죽음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앤드류 왕자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반면 그는 여전히 직함을 유지하고 있고, 마클의 경우 왕실 직원들을 괴롭혔다는 의혹에 대해 즉각 조사에 착수했고 해리 왕자는 직책과 승계권까지 다 잃었다”며 왕실의 이중잣대도 비판했다.

BBC는 “이번 인터뷰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영국 왕실에 쏟아지는 부정적인 평가를 전했다. 미국 언론 배니티페어의 에린 밴더후프는 “아이의 피부색깔을 따지는 것은 미국에선 정말 금기시 되는 일”이라며 “왕실이 영국인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엘리트주의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도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가 영국 사회의 인종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냈다”고 전했다. 버밍엄 시립대의 마커스 라이더 방문교수는 “현대사회의 흑인 여성이 영국 왕실로 들어가 최상위층의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CNN은 이번 인터뷰를 ”밤쉘(폭탄선언)”이라고 표현하며 “해리 왕자의 인터뷰가 영국 왕실의 존재 지속성에도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8일 기자회견에서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즉답을 피했다. 존슨 총리는 “국가 통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여왕을 존경한다”고만 말했다. 영국 왕실은 이번 인터뷰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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