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를 표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2021년 3월 4일 직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지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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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9일 김형석 연세대 철학과 명예교수를 만난 것으로 22일 파악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19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김 교수 자택을 찾아 그와 2시간가량 만남을 가졌다. 1920년생으로 ’101세 철학자'로 불리는 김 교수는 ‘백년을 살아보니’ 등의 저서를 냈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의 부친인 윤기중(90) 연세대 명예교수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평소 김 교수의 칼럼과 저서를 챙겨보던 윤 전 총장이 부친을 통해 김 교수에게 19일 연락했고, 김 교수가 “지금 바로 보자”고 해 당일 바로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김 교수는 윤 전 총장과의 만남에서 ‘상식’과 ‘정의’, ‘인재를 올바르게 쓰는 법’ 등에 초점을 맞춰 조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를 상실하면 그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게 상식” “중요한 건 한 사람의 유능한 인재가 나오는 게 아니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 등의 조언을 건넸다고 한다. 윤 전 총장에게 “언제든 또 오라”고 했고, 윤 전 총장은 “다시 찾아 뵙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2016년 4월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 /박상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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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철학자인 김 교수의 생각이 윤 전 총장이 강조해 온 가치와 유사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교수는 최근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해왔다.
김 교수는 칼럼에서 현 정부에 대해 “국민의 인간적 삶의 가치와 인권이 훼손됐고, 정신적 사회질서까지 상실해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낀다”며 “지금의 정치는 문재인 정권을 위해 존재하지 국민을 섬기는 정부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분열과 대립을 넘어 투쟁 일변도의 사회상을 만든 정부”라며 “‘우리 총장'이라고 앞세웠던 윤석열이 조국 사태와 청와대를 포함한 현 정권의 비리와 위법을 법에 따라 수사한다고 해서 추방한 실세들이 누구인가”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 4일 사퇴 의사를 밝히며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과 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는 지켜보기 어렵다”고 했다.
윤 전 총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사퇴 후 적지 않은 정치인이 (만남 대상으로) 거론됐는데, 다 거절하고 처음 만난 이가 김 교수님”이라고 했다. 또 다른 윤 전 총장 측근은 “윤 전 총장 측근은 “큰 의미를 두고 학계 거두를 만난 게 아니다”며 “어른에게는 퇴임했으니 인사하는 게 맞지 않을까 해서 인사하고 덕담도 들은 것”이라고 했다.
북한 평북 운산 출신인 김 교수는 일본 조치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1947년 탈북한 뒤 국내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다.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년을 살아보니’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등 다양한 저서를 출간했다.
[표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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