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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LH 임직원 투기 논란

부동산 정책 실패, LH 땅투기 사건엔 미온 대응…'심판 선거' 자초한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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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땅투기 의혹 초기 ‘조사’라며 느린 대응
全공무원 재산등록 등 ‘뜬금포’ 대책도 민심 자극

지난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서울 자치구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섰다. 야권 강세지역인 강남 3구를 넘어 민주당 강세지역인 서울 서남권과 동북권에서 야권은 50% 이상 득표율을 거뒀다.

이같은 선거결과는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부동산 실정(失政)’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거를 앞둔 지난 2일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부정평가 이유 첫번째는 ‘부동산 정책(40%)’으로 2위인 ‘경제/민생문제 해결부족(7%)’보다 훨씬 많았다. 집권 3년차까지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시장의 지적에 귀를 닫으며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쏟아내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 원리를 작동하지 않게 만든 것을 심판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검찰 수사를 통해 투기범을 색출해야 한다는 국민여론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합동조사라는 방식으로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 책임있는 인사에 대한 문책 여론이 높았지만, 청와대는 20일 넘게 묵묵부답이었다. ‘집값 잡기’에 실패한 정부가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미온적이라는 인식을 확산심어주면 ‘정권 심판 투표’를 자초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부족론’ 외면하다 실기···임대차3법으로 전세값 폭등

문재인 정부는 4년간 25차례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지만 천정부지로 오르는 집값·전셋값을 잡지 못했다. 8일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는 최근 3년간 16.09%, 최근 5년간 23.14% 올랐다. 전세가는 최근 3년간 8.18%, 최근 5년간 11.70%가 올랐다. 현 정부는 출범 초부터 ‘공급 부족’ 지적을 인정하지 않고 ‘투기 수요가 문제’라며 고집을 부리며 실기(失期)한 후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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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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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있었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까지도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7월 23일 국회에서 서울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지난 3년 동안 인허가·착공 물량이 많게는 70%, 적게는 20% 과거 대비 많았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결국 김 전 장관은 4개월 후인 11월 30일 국회에서 "5년 전에 인‧허가 물량이 대폭 줄었고 공공택지를 취소해서 공급이 줄 수밖에 없는데, 아파트가 빵이라면 내가 밤새워서라도 만들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정부가 ‘공급 부족’을 인정하지 않는 동안 집값은 계속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의 월간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매매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0.61%, 8월 0.47%, 9울 0.42%, 10월 0.32%, 11월 0.54%를 기록하며 급상승했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에도 강행한 임대차 3법도 민심에 불을 질렀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이후, 계약 갱신시 임대료를 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상한선이 정해지자 신규 계약 때 임대료가 급증하게 됐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재건축 실거주 의무 요건 등과 결합되면서 전월세 시장에 극심한 혼란을 안겼다. ‘전월세 씨가 말랐다’는 말이 나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9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량은 83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만2515건에 비해 크게 줄었다.

전·월세값이 폭등해 매매가에 육박하면서 과거 임대차 시장에 머물렀던 20~30대가 매수자로 나섰고, 이는 집값까지 끌어올렸다. 이른바 패닉바잉(공황매수)이다. 한국감정원 ‘아파트 매입자 연령대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0대 이하가 전국에서 매입한 아파트 숫자는 9월(2848가구)보다 25% 늘어난 3561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6만6174가구)의 5.4%에 해당하는 비율로, 지난해 1월 연령대별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으로 5%대를 기록한 것이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투표일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달 말 공개된 공직자 정기재산변동신고 때는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이 임대차 3법 시행 직전에 임대료를 올려받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정부여당은 도덕적 권위도 잃게 됐다. 서울시장 선거 기간에야 박영선 후보는 "(임대차 3법의) 일시적인 부작용을 좀 더 국민들에게 호소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놓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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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부동산원 월간주택가격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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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공급대책에도 민간 재건축·재개발은 외면

뒤늦게 공급 부족을 인정하고 내놓은 대규모 주택 공급 대책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 내 30만호 공급을 호언한 2·4공급대책이 민간 재개발·재건축은 여전히 억누르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의존해 공급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LH 사장 출신의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2·4 대책을 내놓으면서 민간이 해오던 재건축·재개발 등 도심 정비사업에 LH 등 공기업이 단독 시행자로 나설 수 있게 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토지 등 소유자에게 민간보다 더 많은 개발 이익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기존의 민간 주도 도심 정비사업이 정부의 재건축초과이익부담금 부과, 실거주 의무 기간 부여 등의 규제로 사업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LH 등 공기업에 이를 피할 수 있는 특혜를 줘 노후 단지의 참여를 이끌어 내겠다는 이야기였다. 민간이 해오고 있던 영역을 정부·공기업이 침해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주민동의 60% 이상이면 LH 등 공공 재개발 사업자가 사업지를 수용할 수 있다는 구상도 재산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LH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LH 직원 땅투기’라는 사건이 생기자, 정책 자체의 실현 가능성이 의심 받는 상태가 됐다. LH라는 사업 시행자의 신뢰가 치명타를 입으면서 법이 정한 1년내 토지주 등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만약 1년 이내에 토지주 등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사업은 자동으로 취소된다.

LH 직원의 땅투기 의혹이 최초로 알려진 지난달 2일 이후 정부가 ‘수사’가 아닌 ‘조사’라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며 대응에 미온적이었던 점도 민심을 자극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땅투기 의혹이 드러난 지 9일이 지난 3월 11일이 돼서야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1만4000명을 조사해 추가로 7명의 3기 신도시 및 인접 지역내 토지소유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경찰도 의혹 제기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인 지난달 9일에야 진주 LH 본사 사옥을 압수수색하면서 ‘뒷북 수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직원 땅투기’ 사건 당시 LH 책임자이자 현직 주무부처 수장인 변창흠 장관의 거취를 놓고 청와대가 시간을 끌다 초유의 ‘시한부 장관’을 만들어낸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땅투기 의혹을 받던 LH 직원들에 대한 감시·감독할 책임이 있었던 변 장관에 대해 민심이 악화되는 동안, 청와대는 열흘 동안 변 장관을 감싸는 모습을 보였다. 변 장관은 그가 설계한 2·4대책과 한 몸으로, 물러날 경우 공급 대책 자체가 좌초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여론에 밀려 변 장관 사의를 발표하면서도 "주택 공급도 중요하므로 그 일을 마치고 퇴임하라는 것"이라는 애매한 단서를 달아 ‘시한부’ 장관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공직자 부동산 투기를 막는다’면서 전 공직자 대상 재산등록 의무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토지대장이나 등기부등본에 전·현 소유자 정보가 영구적으로 남는 상황에서 과도한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직자 본인과 직계 가족 등 등록 대상자가 1000만명에 육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이 일시적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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