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까지 서민금융진흥원에 햇살론뱅크 상품 출시에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은행은 총 11곳이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국민·농협·신한·하나은행 4곳이, 지방은행에선 경남·부산·전북·광주·제주은행 5곳이, 이외에 기업·수협은행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햇살론뱅크 취급 가능 은행 중 아직 참여 여부를 확정하지 못한 곳은 우리·대구은행,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4곳이다.
이 수요 조사는 지난달 8일부터 진행된 것으로 올해 10월 상품 출시를 위해 전산개발 등 준비 작업에 돌입해야 하는 8월쯤까지 참여 의사를 추가로 피력할 수 있다. 이미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낸 곳이라도 최종 조건이 확정될 때까지 중도 철회도 가능하다.
지난 17일 서울 시내의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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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론뱅크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로운 정책 서민금융 상품이다. 기존에 정책 서민금융상품을 1년 이상 이용하고, 부채 또는 신용도가 개선된 연소득 3500만원 이하 저소득자를 대상으로 한다. 은행은 최대 2000만원 한도의 대출을 내주고, 차주는 5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으로 갚으면 된다. 큰 틀에서는 정부가 최대 70~80% 보증을 해주는 구조로 부실화에 따른 은행의 리스크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보증 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서금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이용자 금리를 최대한 낮게 제공할 수 있는 절충선을 찾기 위한 조율 작업을 은행권과 하고 있다”며 “보증비율과 고객 적용 금리가 연관된 만큼, 이를 논의 중”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햇살론뱅크의 금리 수준에 대해 “은행의 중금리대출 금리 상한 요건인 6.5%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이고, 평균 금리 4~5%대가 나올 수 있도록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 중에선 우리은행이 유일하게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상품 출시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일정·시스템 등 요소를 전반적으로 고려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아직 인프라를 갖추지 못해 당장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전산개발 인프라가 갖춰지지 못해 올해 10월 출시 의사를 못 밝힌 것일 뿐, 내년 초에는 취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수익원을 고민하는 지방은행들은 햇살론뱅크를 새로운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정책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큰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고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기존에도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중금리대출을 공략하고 있던 분위기였는데, 햇살론뱅크 대상이 성실 상환자인 만큼 이들이 우량고객이 되면 향후 잠재적 고객으로 포섭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케이뱅크 설립과 함께 개시됐던 케이뱅크 옥외 간판(왼쪽). 지금은 교체된 이 간판은 흰 배경과 분홍색 시계 테두리의 색이 조금 바랜 상태였다. 오른쪽은 서울 종로구 케이뱅크 사옥 앞에 걸린 케이뱅크 새 간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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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계획이 없다’며 다소 단호한 분위기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신상품 개발에 주력하는 등 정책 금융상품 추가 도입보다 불가피하게 먼저 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개발 일정이라든지 내부 인력 리소스 배분 측면에서 볼 때 현재 햇살론뱅크를 도입할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해 1년간 대출 사업을 중단했던 만큼, 기존 상품을 재개하고 대출 상품군을 점진적으로 넓혀나가는 일정이 급선무라는 입장이다.
대부분 은행이 햇살론뱅크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는 시선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성실 상환자에 한해, 정부 보증비율을 최대로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긴 했어도, 은행권이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취급하는 것은 부실화 등 위험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며 “참여 여부는 은행 자율이라지만, 사회공헌 측면에서 정부가 참여를 독려하는 형식이니 대놓고 거절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당국이 햇살론뱅크와 함께 출시를 공언한 햇살론카드의 경우 8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가 모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햇살론카드는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신용평점 680점 이하(나이스 기준·과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신용자에게 최대 월 200만원 한도의 신용카드 이용 혜택을 주기 위해 기획된 정책 서민금융상품이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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