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KB·하나·우리금융지주는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은행과 실명계좌 계약을 해야 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에 경고등이 켜진 셈이다.
23일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자금세탁 등 범죄와 연루될 위험이 있는 만큼 은행으로선 거래하기가 매우 부담스럽다"며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계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관계자 역시 유사한 방침을 밝혔다.
이들 금융지주는 모두 실명계좌를 터줬다가 향후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투자자들이 은행의 검증과 은행과의 거래를 믿고 투자했으니 은행에도 책임이 있다'는 식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신한과 NH농협은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 빗썸과 각각 거래 중인 만큼 단정적으로 계약 거부 의사는 밝히지 않았으나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신한은행 고위 관계자는 "코빗 쪽에 특금법 관련 기준에 대해 보완을 계속 요청하고 있다"며 "보완 결과를 보고 재계약과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NH농협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평가 결과 기존 거래소(빗썸)가 특금법 요소를 충족한다면 거래 고객 보호나 시장 충격 등을 고려해 가급적 거래를 이어가는 방향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중에는 현재 업비트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는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가장 적극적이다.
케이뱅크 고위 관계자는 "업비트의 현재 시스템 수준이 양호하다고 생각한다"며 "특금법 기준에 따른 보완을 요청했는데 외부 회계법인과 함께 검증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케이뱅크로서는 국내 거래대금 1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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