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연 탈레반 "전 정부·외국군과 일한 사람에
복수 안해…이슬람법 안에서 여성 권리 존중" 발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가 17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하고 있다. 카불=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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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후 처음 기자회견을 열고 변화를 예고했다. 20년 전 집권 당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던 여성 폭압 정치 등을 바꾸겠다는 설명이다.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기 위한 발언으로 보이나 얼마나 이행할지는 미지수다.

17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수도 카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이어 이전 정부나 외국 군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해 복수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는 앞으로 통치 방향을 설명하면서 20년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선 가장 비판을 많이 받은 여성 인권을 언급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탈레반은 이슬람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를 존중할 것"이라면서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거 집권 당시에는 여성의 교육 기회를 박탈했고 취업을 포함한 사회활동도 크게 제한해 이웃 이슬람 국가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다. 다만 그는 여성에 대한 의복 규율과 사회 활동 제한 등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진 않았다.

언론 활동도 거론했다. 그는 "아프간 내 민간 언론 활동도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단 "기자들은 국가의 가치에 반해서는 안 된다"며 통제 가능성을 남겨뒀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탈레반의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탈레반은 1996∼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를 앞세워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다. 춤,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벌도 허용됐다. 여성은 외출할 때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부르카를 반드시 착용해야 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