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점령 계획 없었다…정부군이 떠나서"
국제사회 인정받기 위한 유화적 행보 계속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 대원들이 무장한 채 거리 검문을 하고 있다. 카불=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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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여러 주지사 등과의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운영 정상화를 위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반대 세력과의 협상 의지를 밝히는 등 폭압 정치와는 거리를 두려는 의지를 거듭 보였다. 국제사회에서 '합법 정부'로 인정받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이나 성공적으로 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22일 탈레반 당국자를 인용해 탈레반 사령관들이 앞으로 며칠간 전국 34개 주(州) 가운데 20개 주 이상의 전 주지사와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프간 내 안전 보장과 협력 확보가 이번 만남의 목표다. 탈레반은 대학교 등아프간 전역의 학교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20년 전 폭압 정치와는 다른 통치 방식을 취하겠다는 선언에 따른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유화책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반대 세력과도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타스·AP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정치 부문 고위급 관계자가 이날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방문해 러시아가 반 탈레반 세력의 집결지인 카불 북부 판지시르 지도자와 주민들에게 자신들의 '정치적 신호'를 전달해달라고 요청했다. 러시아에 중재자 역할을 부탁한 것이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쥐르노프는 한 러시아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이는 탈레반이 (아프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자임한 암룰라 살레(제1부통령)보다 더 문명적인 방식으로 사태를 해결하길 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움직임들은 탈레반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정당성을 얻고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지 않기 위한 행보다. 하지만 근본적 변화를 장담할 수는 없다. 탈레반 지도부는 자신들이 방침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현재도 전국 곳곳에서 탈레반 대원들이 자행한 폭력 사건과 강압적 통제 조치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한편 새 정부 구성을 앞둔 탈레반은 수도 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탈레반 고위 간부 압둘 카하르 발키는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당초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기를 원했고, 카불 점령은 계획되지 않았다"면서 "당시 (아프간 정부) 보안군이 떠나면서 자신들의 자리(카불)를 버렸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카불의) 통제권을 넘겨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포괄적 시스템'이 될 것이라면서 수도를 칸다하르로 옮기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아프간 남부에 위치한 칸다하르는 1994년 탈레반이 조직을 결성해 세력을 키운 곳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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