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맡고 있는 윤종섭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서울중앙지법은 1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 및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관 사건을 형사 32부(재판장 윤종섭)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형사 32부는 형사 36부도 겸하고 있다. 이 재판부는 사법행정권 남용혐의로 기소된 임종헌 전 차장의 재판을 맡고 있다. 임 전 차장은 윤종섭 부장판사가 유죄의 편견을 갖고 있다며 두 번 기피신청을 하기도 했다. 윤 부장판사는 이규진 전 양형위원,이민걸 전 기조실장 사건을 맡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으로는 유일하게 유죄선고를 했다. 그는 올해 2월 정기 인사에서 유례없이 서울중앙지법에 6년째 유임됐다.
이 전 차관은 작년 11월 6일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중 택시기사의 목을 움켜잡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이틀 뒤 합의금 1000만원을 주고 택시기사와 합의한 뒤 택시기사에게 폭행 장면이 담기 동영상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해 증거인멸을 교사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서초경찰서 A경사도 기소했다. A경사는 사건 당시 택시기사가 제시한 휴대폰을 통해 폭행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확인하고서도 이를 증거로 분석하지 않고 ‘단순폭행’을 적용해 내사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주행 중 폭행이 아닌 단순폭행은 합의서를 제출하면 사건이 종결된다.
A경사는 블랙박스 업체 및 택시기사와 연락해 폭행 장면 동영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폭행 장면 영상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A검사의 상관인 당시 서초경찰서장이나 형사과장, 팀장 등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당시 이들이 A 경사로부터 동영상의 존재를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유다. 이를 두고 경찰 윗선에 대한 ‘꼬리 자르기’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차관은 경찰이 사건을 덮은 후 작년 12월 법무차관으로 임명됐다.그는 윤석열 전 총장 징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폭행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난 6월 사퇴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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