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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최악의 위기 맞은 자영업

"오징어게임이 잔혹? 내 현실은 더 처참"…빚 850조 자영업자 눈물흘리며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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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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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번 김미영 채무 5억4000만원. 118번 권영우 채무 10억2000만원. 322번 정민태 채무 8억8000만원...여러분은 감당할수 없는 빚을 지고 삶의 벼랑끝에 서있는 분들입니다. 남은 인생을 빚쟁이들에게 쫓기며 살것입니까, 아니면 마지막 기회를 잡으시겠습니까."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첫화에 등장하는 대사다. 사업 실패 등의 이유로 억대 빚을 진 사람들은 결국 456억원의 상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에 참여한다. 자영업자들은 "현실은 오징어 게임보다 더 잔혹하다"며 공감과 분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 "기생충 대만 카스테라 떠올라"


26일 각종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징어 게임 시청 후기글이 올라오고 있다. A씨는 "주인공이 친구에게 돈을 빌리러 가는 장면이 있는데, 제가 몇 년전 딱 그꼴이었다"며 "당시 기억이 떠오르면서 주인공의 절박한 심정에 감정이입이 되고, 눈물이 나더라"라고 적었다. 또다른 자영업자 B씨는 "코로나 시국에서 돈을 못 빌려준 친구의 심정도 백번 이해가 간다"고 썼다.

극중 성기훈(이정재 분)은 10년전 회사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뒤 치킨집과 분식집을 열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4억원의 빚을 진 인물이다.

그는 부모의 수술비를 구하기 위해 호프집을 하는 친구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사정하지만 "월세내기도 빠듯하다"는 말에 빈손으로 발길을 돌린다.

영화 '기생충'이 떠오른다는 의견도 있다.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은 대만 카스테라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한 설정으로 등장한다.

지난해 서울의 한 대학가에 커피숍을 창업한 김모(31)씨도 오징어 게임을 보고 두려움을 느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김씨는 생애 처음으로 3000만원의 빚을 냈다. 김 씨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게되면 게임에 참여하고 싶을지도 모를일"이라며 "현실은 오징어 게임같은 기회마저 없지않냐"고 씁쓸해했다.

◆ 극중 등장인물, 대부분 취약차주


실제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녹록치않다.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된데다 인건비 등 각종 비용마저 상승하면서 부담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금액은 858조4000억원으로 1년 전(755조1000억원)대비 13.7%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대면서비스 업종인 도·소매업(13.7%), 여가·서비스업(19.7%) 등이 상대적으로 빚이 크게 늘었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회사, 대부업 대출 등 고금리 대출이 17.6% 증가했다. 오징어 게임 속 등장인물은 대부분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취약차주다. 올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취약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 10.9%에 달한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자영업자 10명 중 1명은 상환능력 이상의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들은 금리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데 이어 연내 0.25%포인트를 추가로 올리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은은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취약차주의 연간 이자부담이 320만원에서 373만원으로 53만원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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