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베이징|AP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을 놓고 중국 관영매체들은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음에도 미국이 전략적·경제적 이익을 위해 위기 상황을 과장하고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자국민에 대피를 권고하는 등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황과는 다른 정세 인식이다. 미·중 갈등 속에서 러시아와 밀착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의 시각이 반영된 주장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14일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러시아는 이를 부인하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무력을 사용할 의사가 없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위기를 고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유럽 내 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고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유럽 경제의 불확실성을 증가시켜 미국으로의 자본 이탈을 유도하는 등 다목적 포석을 깔고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를 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이 매체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군사적 억지력을 유지하되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며 “전쟁은 모든 것을 망칠 수 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예측 불가능한 시나리오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리 교수는 그러면서 “상황이 악화되면 유럽에서 이탈한 자본이 미국으로 몰릴 수 있는 데 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을 완화시킬 수 있으며 미국이 과거에도 사용했던 방법”이라며 “이것이 미국이 (우크라이나) 위기를 고조시키려 노력하는 이유에 대한 가장 합리적인 분석”이라고 주장했다.
진창룽(金燦榮)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도 “우크라이나가 크림반도나 동부지역에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 한 러시아가 현 단계에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필요가 전혀 없다”며 “그럼에도 미국이 지난 몇 달 동안 러시아의 침략 정보를 과장하고 있는 것은 나름의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모두 평온하다면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비정부기구(NGO)나 대리인을 이용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새로운 문제나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면서 “미국이 과장한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관영매체와 전문가들의 이런 시각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보는 미국의 입장과 상반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1일 유럽 정상들과의 화상 회의에서 러시아가 이르면 오는 1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물리적 공격을 개시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공유하고, 미사일 공격과 사이버 공격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미국과 독일, 영국 등 각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자국민 철수를 권고한 상태다. 한국 정부도 이미 우크라이나 체류 국민들에게 가용한 항공편이나 육로를 이용해 가능한 빠른 시일 내 현지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
반면 중국은 자국민들에게도 우크라이나 철수 권고를 하지 않은 채 주의만 당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대사관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 관계 정세가 다방면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각종 의견이 나타나지만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면서 “우크라이나에서 변화하는 상황에 세심하게 주시하라”고 자국민들에 당부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4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도 미국처럼 우크라이나 대사관 인원을 철수시킬 것이냐’는 질문에 “중국은 우크라이나 정세 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 주재 중국 공관은 현재 정상 업무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현지 중국 국민과 기관들이 우크라이나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안전과 방범 의식을 강화하도록 지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이 현지 중국인을 언제든 철수시킬 수 있느냐는 후속 질문에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한 중국의 원칙적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우크라이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신 민스크 평화협정이라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민스크 평화협정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분리·독립을 선언한 자국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2015년 체결한 것으로 돈바스 지역의 평화정착 방안과 휴전을 규정하고 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 [뉴스레터]좋은 식습관을 만드는 맛있는 정보
▶ [뉴스레터]교양 레터 ‘인스피아’로 영감을 구독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