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기업인, 해외로 탈출…시민들은 자발적 군사 훈련
러 군, 접경서 일부 복귀에도 나토 “긴장 완화 증거는 아냐”
전운 고조 14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 정박 중인 미국의 핵 추진 항공모함 해리 S 트루먼호의 갑판에 전투기들이 배치돼 있다(위 사진). 우크라이나 병사가 15일 동부 지역 도네츠크에서 열린 합동 군사훈련에서 대전차포를 발사하고 있다. AFP·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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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D데이로 지목한 16일(현지시간)을 맞아 국제사회 시선이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을 ‘단결의날’로 선포했고, 미국 등 관련국들은 대사관을 폐쇄하며 유사시에 대비했다. 러시아가 협상 의지를 보이면서 D데이가 지연될 가능성은 생겼지만 사태 해결 실마리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에서 일부 병력을 복귀시켰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대국민 영상 연설에서 “그들은 16일이 (러시아가) 공격하는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며 “우리는 이날을 단결의날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16일 모든 마을과 도시에 국기를 게양하고 오전 10시 전 국민이 국가를 제창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운이 고조되면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전투훈련을 하고 있으나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해외로 탈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우크라인스카야 프라브다는 14일 정오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를 떠나 해외로 향한 정치인 2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친러시아 정당인 인생을위한야권연단(OPZZh)의 부대표이자 올리가르히(신흥 재벌)인 이고어 아브라모비치는 당원들과 그들의 가족 50여명을 전세기에 태워 오스트리아 빈으로 보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영상 연설에서 지난 13일 하루 동안에만 30대의 전세기가 정치인과 기업인들을 태우고 우크라이나를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 당신들의 직접적인 의무”라며 “24시간 안에 고국으로 돌아와 우크라이나군, 그리고 우리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사격과 총기 분해·조립 등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마우리폴에서 열린 민간인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한 79세 여성 발렌티나 콘스탄티놉스카는 영국 ITV 뉴스에 “나는 총을 쏠 준비가 돼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집과 도시, 아이들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 주변국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일을 16일로 예상한 미국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있는 미 대사관을 폐쇄하고 폴란드 국경 인근 지역으로 옮겼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14일 브리핑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군사행동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15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방문해 나토 지도자들과 대책을 숙의한다.
러시아는 일단 협상 의지를 강조했다. 타스통신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과 외교적 대화의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화 노력을 계속하길 권고했고 푸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또 자국의 안전보장 요구에 대한 미국과 나토의 서면 답변과 관련해 약 10페이지 분량의 재답변이 준비됐다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이 재답변을 조만간 미국과 나토 측에 전달하고 추가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일부는 복귀하기 시작했다. 이고리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15일 남부군관구와 서부군관구 소속 부대들이 훈련을 마치고 이날부터 원주둔 부대로 복귀한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러시아에서 외교를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을 조심스럽게 낙관적인 움직임으로 평가하면서도 실제 러시아의 병력 철수 등 긴장이 완화되고 있다는 어떤 증거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5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했다.
박용하·정원식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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