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시민들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중앙역에서 르비우로 피난을 가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다 공습을 경고하는 사이렌이 울리자 놀라고 있다. 키이우|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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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2월 초 러시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우크라이나 침공을 미뤄달라고 요청한 사실을 서방 정보당국이 포착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해 말 미국으로부터 제공받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준비 상황 관련 내용도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의 요청대로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대규모 병력을 집결시키고 무력 시위를 하던 러시아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폐막한 직후 우크라이나 침공을 시작했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주권 및 영토 보전을 지지한다면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나 규탄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미국 및 유럽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지난달 초 중국 고위 당국자가 러시아 고위 당국자에게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아달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이 대화는 서방 정보당국이 파악했으며 매우 신빙성 있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국과 동맹국 고위 당국자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을 두고 토론할 때 이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월 4일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는 러시아가 이미 10만명이 넘는 병력을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 집결시킨 상황이었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러 동반자 관계에 한계가 없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대를 반대하며, ‘진정한 민주주의’를 통해 새로운 국제질서를 확립한다는 내용이 담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 당국자들은 이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에 대한 의견이 오갔는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요청이 러시아의 침공 시점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 수 없다. 다만 러시아가 지난달 20일 올림픽이 종료된 직후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은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우크라이나 내 친러 분리주의 세력이 세운 두 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하고 ‘평화유지군’ 파견을 명령했으며, 이틀 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됐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은 베이징 올림픽이 종료될 때까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지 않은 것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가급적 신속하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행하기를 원했지만 서방의 제재 충격을 완화해줄 중국에 경의를 표할 필요도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된 이후 지난 몇 달 간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저지 노력에 동참시키기 위해 노력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15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화상 정상회의를 진행한 직후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군사력 집중에 대한 정보를 제공키로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 측은 또 친강(秦剛) 주미 중국대사와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포함한 중국 당국자들과 대여섯 차례 협의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줄 것을 기대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해 12월 중국과 협의를 가진 직후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하면서 미국이 중·러 사이의 불화를 조장하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의 계획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그리고 중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몇시간 전에 열린 미국과의 협의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란 견해를 밝혔다고 미 당국자들은 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현실화된 이후 중국의 스탠스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시 주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달 25일 푸틴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나토 확대에 대한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결의안에 기권했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25일 같은 취지의 결의안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표결에서도 기권했다. 미국과 유럽 당국자들이 중국이 러시아의 제재 회피를 지원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이 지난달 러시아와 30년짜리 천연가스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러시아산 밀에 대한 수입 제한을 해제하긴 했지만 중국의 거대 국영은행들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대놓고 위반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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