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공격 일주일…무차별 포격 강화, 남부 요충지 헤르손 첫 점령
민간인 피해 급증 ‘인도주의적 위기’…ICC, 러시아 전쟁범죄 조사 착수
우크라 난민 도착역 “숙소 제공” 도움 손길 독일 시민들이 2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출발한 열차를 타고 베를린에 도착할 예정인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거처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중앙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일주일 만에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규모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베를린 |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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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과 군인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군의 공격이 이어지면서 우크라이나가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했다. 민간인 사상자가 700명을 넘어서고 고향을 등진 난민도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CNN 등에 따르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민간인 사망자 227명, 부상자 525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중 15명은 18세 미만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관계자들은 발표된 수치보다 피해자가 훨씬 많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재난구조 당국은 이날 2000명 이상의 민간인이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마리우폴의 세르히 오를로프 부시장은 BBC에 “시신을 회수하기 위해 (피해 현장에)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정확히 피해자 수를 셀 수 없지만, (도시 내에서만) 적어도 수백명이 사망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현재 주택과 도로는 물론 병원과 유치원까지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 우크라이나 사무소 대표인 야르노 휴비치는 “도시들이 고립되며 불안을 느끼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며 “우리는 인도주의적 위기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2일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군사 시설을 집중 타격하던 초기의 속전속결 방식에서 ‘느린 섬멸’ 쪽으로 작전을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주요 도시를 포위한 채 중화기를 더 많이 동원해 보다 많은 사회 인프라를 파괴한 후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시키는 작전을 펼 것이란 의미다.
무차별적인 공격이 이뤄지자 의료기계를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전기 공급과 치료용 산소, 의약품 부족에 따른 문제도 커졌다. 러시아군이 기반시설을 공격하며 물과 전력 공급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에선 식량 부족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되자 우크라이나를 떠나는 난민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정아 게디니 윌리엄스 유엔난민기구(UNHCR) 대변인은 3일 러시아의 침공 일주일 만에 난민 규모가 1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난민은 2011년 시리아 내전 당시 난민(총 560만명)보다 빠르게 늘고 있다. 시리아 사태 때는 난민 수가 100만명을 넘어서는 데 석 달가량 걸렸다. 사비아 만투 UNHCR 대변인은 “이런 속도라면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번 세기 최대 난민 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란드 등 인접국 국경에선 가족들과 생이별한 난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전해지고 있다. 정부의 총동원령으로 18~60세 남성의 출국이 금지돼 국경에는 주로 남편과 헤어진 아내, 부모와 헤어진 아동이 빠져나오고 있다. 한 어머니는 두 딸을 국경에 데려다준 뒤 “남편과 함께 조국을 지키겠다”며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ICC는 이날 러시아 전쟁범죄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ICC는 2014년 돈바스 전쟁과 러시아의 크름반도(크림반도) 강제병합 당시의 전쟁범죄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해왔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벌어진 전쟁범죄 혐의까지 더해 본격적인 조사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쟁에선 금지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러시아군은 침공 8일째인 3일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등 주요 도시들을 포위한 채 무차별 포격을 가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을 점령했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함락됐다. 러시아군은 이날 마리우폴에 15시간에 걸쳐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고 BBC는 보도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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