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세계1위 K조선, 디지털조선소는 中에 뒤졌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600만㎡(약 180만평) 규모에 달하는 조선소가 디지털화된 형태로 모니터를 채운다. 배를 물에 띄운 상태에서 건조 작업을 하는 '안벽'과 마른땅에서 외형을 먼저 제작하는 '드라이 도크'가 실제 모습 그대로 구현됐다. 안벽과 도크에 있는 선박을 누르니 건조 진행률, 탄소 배출량, 인력·자재 투입 현황 등의 데이터가 상세히 나타났다.

정교한 선박 단면도부터 엔진실 내부 모습, 엔진실 기계에 사용된 부품까지 샅샅이 들여다볼 수 있다. 날짜별로 언제 무엇이 어떻게 설치됐으며, 앞으로 예정된 작업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모의실험 결과와 그에 따른 수정 사항, 위험 진단, 완성도 높은 입찰제안서를 위한 분석 자료도 가상공간에서 만들어진다. 시행착오나 안전사고에 대한 부담도 없다.

무엇보다 이 시스템의 핵심은 조선소에 근무하는 엔지니어와 본사 경영진은 물론 협력사·납품 업체 관계자도 동시에 데이터 접근·공유가 가능해 작업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은 디지털 공간에 만들어진 '가상 조선소'다. 프랑스 다쏘그룹 산하 '버추얼 트윈'(실물 공장을 디지털로 구현한 쌍둥이 공간) 설계 솔루션 전문기업인 다쏘시스템의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기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다쏘시스템코리아 본사에 구축된 3D익스피리언스 가상 기술 체험 공간을 방문했다. 3D익스피리언스 플랫폼은 조선해양을 비롯해 모빌리티·우주항공·에너지소재 등 12개 산업군에서 고도화된 버추얼 트윈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 조선 3사 모두 가상공간을 활용하는 솔루션을 이미 이용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중형 '힘센(HiMSEN)엔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엔진을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이중연료추진체로 전환하는 작업에 다쏘시스템 플랫폼을 활용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도 원격 운항을 위한 시운전이나 조선소 업무 디지털화 등에 버추얼 트윈 기술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는 부분 도입에 그쳤다.

정운성 다쏘시스템코리아 CSE사업부 본부장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의 수주가 늘고 있지만,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조선사의 연간 영업이익률은 여전히 2%에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산업 고도화를 이루려면 스마트조선소로 나아가야 하는데 정작 조선 세계 1위인 한국의 속도는 더딘 편"이라고 말했다. 이 분야에선 중국이 오히려 빨리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 조선사들은 2025년까지 선박 건조 비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방침이다.

최우영 다쏘시스템코리아 조선해양산업 기술대표는 "2019년 합병한 중국선박공업그룹(CSSC)과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은 산하 조선소 10여 곳의 설계부터 생산 단계까지 모두 디지털화했다"며 "중국 상하이의 한 크루즈선 제작사는 2D 도면을 80% 이상 없앴다"고 설명했다.

항공모함을 만드는 장난 조선소의 경우, 불량률과 드라이 도크 건조기간을 모두 60% 이상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각종 모의실험이 가능하다보니 선사들이 발주내용을 수정하는 비율도 40%나 감소해 비용 절감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전체 발주량 4664만CGT 가운데 중국이 2286만CGT(49%)를 수주했다. 이어 한국(1744만CGT·37%)과 일본(413만CGT·9%) 순이었다. 올해 1~2월 수주는 한국이 55%를 차지하며 중국(39%)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양적 수치일 뿐,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의 성패는 누가 먼저 기술집약·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업그레이드 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중국을 비롯한 미국·영국·유럽연합·인도 등은 줄이어 조선소 현대화에 수백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이유섭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