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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러시아군 병력 10% 상실 ... 평화협상 논의 속 장기전 가능성[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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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4일(현지시간)로 개전 한 달을 맞았다. 개전 초반의 상황은 러시아의 자만과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으로 요약된다. 러시아는 신속한 승리를 자신하며 당초 빠른 진격을 보였으나 보급로를 살피지 않아 전선이 정체되고 10% 이상의 병력을 상실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시민들까지 똘똘 뭉쳐 러시아군의 전력 자산들을 하나둘 파괴했으며, 최근에는 일부 지역을 수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기적의 한달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시간은 결코 우크라이나의 편이 아니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피해만 커지고 결국 군사력에서 앞서는 러시아에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전 2주 이후 정체된 러시아군

개전 초반 러시아군의 기세는 높았다. 동·남·북 3방향에서 치고 들어온 러시아군은 개전 하루만에 수도 키이우 32㎞ 앞까지 접근했다. 그 뒤 남부 지역의 멜레토폴과 헤르손을 차례로 점령했으며, 최근에는 북서부의 부차와 호스토멜, 이르핀 등도 부분적으로 장악했다. 세계 2위의 군사력을 갖춘 러시아의 전면 공세에 국방력 25위 수준인 우크라이나는 며칠만에 무너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러시아의 진격은 개전 2주만인 지난 11일부터 사실상 정체됐다. 키이우(키예프)와 마리우폴, 하르키우 등 주요 거점은 수차례의 교전에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 23일까지 러시아가 통제에 성공한 지역은 개전 이전부터 장악하고 있던 크름반도(크림반도)와 돈바스를 포함해도 우크라이나 영토의 20% 미만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때 점령했던 북동부의 추위우 지역과 키이우 외곽 마카리우, 헤르손 공항 인근 초르노바이우카 등은 우크라이나군에게 다시 내줬다. 우크라이나의 탈환 소식이 잇따르자 일각에선 전세 역전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러시아군은 병력도 크게 잃은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일까지 498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현재까지 러시아군 7000~1만5000명 가량이 전사했다고 추정했다.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15만명)의 약 10% 수준이다. 러시아군이 부상이나 포로로 잃은 병력은 3만~4만여명 가량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의 병력 피해는 러시아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12일 사망자가 1300명 가량이라고 밝혔고, 러시아군은 지난 13일 기준으로 우크라이나군 3000여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측 주장을 인용해도 사망자 비율은 우크라이나 전체 병력(19만6600명)의 1.5% 가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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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북동부 마리우폴의 한 아파트 단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러시아군 폭격을 받아 검은 연기를 내며 불타고 있다. 마리우폴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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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자만과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

우크라이나에 비해 무기와 장비 수준이 앞서 있는 러시아군이 고전한 이유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만과 오판 가능성을 제시한다. 빠른 시일 내에 우크라이나의 항복을 받아낼 것으로 자신해 충분한 연료와 물자를 확보하지 않아 곳곳에서 발목이 묶였다는 분석이다. 실제 키이우 코앞까지 들어온 러시아군 병력이 연료 부족으로 수일간 멈춰선 사례도 있다. 동기 부여가 안된 군인들이 제대로 된 보급도 받지 못해 사기가 급격히 저하됐다는 평가도 있다.

러시아군이 전력 자산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10배에 달하는 1391대의 전투기와 다양한 정밀유도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러시아군은 공중을 빠르게 장악하고 지상군의 진격을 도울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아직도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상태다. 공군과 지상군의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아 각개격파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2일 그 배경으로 우크라아나의 효과적인 방공시스템과 러시아 공군의 전투기술 부족 등을 제시했다.

지상전에서도 러시아는 약점을 노출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대전차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의 전차를 효과적으로 파괴했다. 미국의 재블린이나 영국의 NLAW 등은 병사 개인이 휴대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병력이나 화력에서 열세인 우크라이나군에게 반격의 계기를 마련해줬다. 우크라이나군은 뛰어난 저격수 운용으로 4~5명의 러시아군 장성을 제거하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저항 의지를 놓지 않은 우크라이나인들의 정신력도 러시아군을 수세로 몰아세운 주된 요인으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 발발 이후에도 조국을 지키겠다며 도망치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정규군이 아닌 시민들도 화염병을 만들어 러시아군에 맞섰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도 수도 키이우를 지키며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냈다.

■장기전, 평화협상 또는 푸틴 정권 몰락

향후 전황을 가를 변수는 핵심 도시들의 함락 여부다. 러시아군은 현재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과 최대 물동항인 오데사, 수도 키이우 등을 노리고 있다. 마리우폴을 함락시키면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름반도와 친러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이 연결돼 동남부 일대에 커다란 거점이 형성된다. 오데사를 손에 넣으면 우크라이나의 해상 물류가 끊어지게 된다.

다만 이제까지 보인 러시아군의 능력을 감안하면 이들 도시의 함락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기드온 라흐만 파이낸셜타임스(FT) 수석 외교칼럼니스트는 “키이우는 인구가 (러시아가 함락시키지 못한) 마리우폴의 약 6배”라며 “폭격을 가해 굴복시키고 성공적으로 장악하는 것은 러시아군의 능력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의 오데사 점령도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의 인명 손실과 물류 부족, 사기 저하 등을 감안하면 전쟁이 조만간 승패를 가리기 힘든 교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개월 이상의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이 병력을 추가 증강하고 보급 문제 개선에 나설 수 있으나, 이를 위해선 2~3주 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러시아군이 교착상태를 돌파하기 위해 생화학무기 등을 동원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전쟁이 빠르게 종식되려면 이 기간 내에 양측의 평화협상이 타결되고 실제 이행까지 이뤄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상은 아직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나토 가입 포기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차를 좁혔으나, 동부 지역 자치 공화국 승인 등 영토 문제를 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러시아의 내부 반발로 푸틴 정권이 무너질 가능성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커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의 고통이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개전 이후 이날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목숨을 잃은 민간인이 97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다르면 현재까지 전란을 피해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난민은 약 363만명에 달한다. 국내에서 전쟁을 피해 고향을 등진 사람들까지 합하면 난민은 10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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