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오른쪽)이 29일 총통부에서 데이먼 윌슨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회장을 접견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날 “대만은 전 사회 역량을 동원해 국가를 보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크게 감탄했다”고 밝혔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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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만에서는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에 고전하고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모습을 보며 중국이 무력 침공 시나리오를 수정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 정보기관 수장인 천민퉁(陳明通) 국가안전국(NSB) 국장은 지난 28일 입법원 외교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러시아는 체계적 작전 없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등 많은 실수를 했고 중국은 이를 보며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성급하게 대만에 병력을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타이완뉴스 등이 29일 보도했다. 천 국장은 그러면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임기 내에는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 국장은 또 “중국은 러시아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 퇴출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 성공에 놀랐다”며 “중국은 대만에 대한 어떠한 행동에도 더욱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양한 정보를 근거로 판단할 때 중국 공산당은 20차 당대회가 열리는 올해 전반적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있어 대만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20차 당대회 이전에 대만을 무력 침공하는 방안을 고려했었다는 정보에 대해서도 “중국의 인지전(cognitive war)”이라고 일축했다. 대만을 압박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흘리는 심리전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외교부장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우 부장은 최근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직면한 경제 제재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저항을 지켜본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장악하려는 결심을 잠시 늦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 지도부가 대만 침공을 시도할 때 서방의 대러 제재와 유사한 경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것”이라며 “제재 조치가 중국의 무력 사용을 억제하는데 매우 강력한 효과를 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또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지지를 보내는 것도 중국의 결정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며 “중국도 매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정보 당국의 분석처럼 중국이 당장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일단 올 가을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안정을 최우선 기조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불확실성이 큰 무력 행위를 감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다만 대만 국방대 중공군사사무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재는 중국이 평화통일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향후 시 주석의 3번째 임기 내에 중국과 점점 멀어지는 대만의 정치적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차이 총통은 이날 총통부에서 데이먼 윌슨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을 만나 “대만은 전 사회 역량을 동원해 국가를 보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방어 부대에 크게 감탄했다”며 “대만도 전민 방어 체계를 강화하고 사회 각 분야의 근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단결해 권위주의에 반격해야 할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쑤전창(蘇貞昌) 대만 행정원장은 전날 농업위원회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난 “자기 나라는 자기가 지켜야 한다”며 징병제 부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연합보와 자유신보 등 대만언론들이 전했다. 앞서 대만 언론은 중국과 대만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당국이 현행 4개월의 군사훈련역 제도를 12개월로 연장하는 형태의 징병제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연합보는 차이 총통이 의무복무기간 연장에 대한 대만군과 관련 부서의 보고를 이미 받았다면서 총통의 최종 결정만 남은 단계라고 전했다.
베이징|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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