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장이 4일 공수처 브리핑실에서 열린 고발사주 의혹 수사결과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 사주’ 의혹 사건에 대해 끝내 혐의점을 찾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

공수처 고발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은 2020년 4월 총선에 개입한 혐의로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4일 무혐의 처분했다. 공수처는 대신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구속기소 하고, 공모 관계가 인정되지만 공수처법상 기소 대상이 아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검찰에 이첩했다.

손 보호관(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김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후보)은 지난 2020년 4월 총선 직전 고발을 통해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로 공모하고, 여권 인사에 대한 두 차례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손 보호관은 공무상비밀누설,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공수처는 김 의원에 대해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형사사법절차전자화촉진법·전자정부법 위반 혐의가 인정된다고 봤지만, 사건 당시 총선에 출마하려던 민간인 신분이어서 공수처법상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조성은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문제의 고발장과 판결문이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손 보호관→김 의원→조씨 순서로 전달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녹취록 등을 조사한 결과 손 보호관과 김 의원이 공모해 윤 당선인과 가족, 검찰 조직에 대한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최 의원 등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점이 인정된다고 봤다. 또 대검 수정관실 내부 판결문 검색기록과 검찰 메신저 기록 등을 토대로 손 보호관이 소속 공무원들에게 지시해 판결문을 검색, 출력하도록 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전했다.

공수처는 지난해 9월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일주일 만에 손 보호관과 사건 발생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전격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손 보호관과 당시 수정관실 소속 검사들, 김 의원 등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 및 참고인들을 본격적으로 소환 조사했다. 공수처는 일부 혐의로 손 보호관을 기소했지만, 문제의 고발장 작성자는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판결문 조회·수집 지시가 '법령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주요 수사 혐의 중 하나였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공수처는 손 보호관과 김 의원, 윤 당선인과 함께 입건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검사 3명도 무혐의 처분했다.

윤 당선인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도 함께 입건됐으나 공수처는 고위공직자범죄에 해당하는 직권남용 혐의는 무혐의 처분하고 나머지 범죄는 공수처법상 수사대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아 검찰로 단순 이첩했다.

공수처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손 보호관, 김 의원 측과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앞으로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끼치는 고위공직자범죄를 엄단하겠다”라며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공명한 선거풍토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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