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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3 (토)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 곳곳에서 운송 차질...레미콘공장 멈추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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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연대 파업 사흘째인 9일 전국 곳곳에서 운송 차질과 함께 크고 작은 충돌이 이어졌다. 노노갈등이 연출되기도 했다. 일부 레미콘 공장의 가동을 중단됐고 완성차 업체의 생산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업무방해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경향신문

    9일 오후 2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 앞을 빠져나오는 비조합 화물차주들을 향해 ‘부끄럽지 않느냐’며 꾸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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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날 오후 1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정문 앞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노동자들의 분노로 가득찼다.

    “40만 화물차 노동자들에게 부끄럽지도 않느냐. 너희는 의리도 없냐. 입이 있으면 말 좀 해봐라.”

    짙은 파란 모자에 ‘단결 투쟁’ 이라고 적힌 빨간 머리띠를 두른 노동자 100여명은 주먹을 불끈 쥐고 이천공장을 빠져나오는 화물차주들에게 일제히 따가운 말을 쏘아 붙였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주들은 검은 선글라스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들 화물차주들은 노동자들이 파업으로 제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하이트진로 측이 추가로 계약한 차주들이다.

    파업노동자들은 한 손에 캠코더를 들고 차량에 실린 화물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경찰에게 과적 등 위반 사항을 알리기도 했다. 차량 한대가 정문을 빠져나오기까지 최소 10분가량이 소요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이트진로는 파업으로 인해 평소의 40%정도만 출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과적차량에 대한 단속을 요구하며 차량을 가로막았다가 경찰에 조합원 15명이 체포된 상황을 우려해서인지 이날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노동자들이 협상을 요구하며 줄지어 주차해놓은 수십대의 차량들로 정문 앞 왕복 2차선 도로가 1개 차선으로 줄어들면서 이 일대 차량 통행에는 불편이 빚어졌다.

    파업노동자 130명은 하이트진로 이천공장과 청주공장의 화물 운송 위탁사인 수양물류와 계약한 명미인터내셔널 등에 소속돼 있다. 이들은 지난 3월 화물연대에 가입한 뒤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은 휘발유 가격 급등에 따른 운임 30% 인상과 공병 운임 인상, 공차 회차 시 공병 운임의 70%를 공회전 비용 제공, 차량 광고비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경향신문

    9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일대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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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는 이날 화물연대 조합원(2만2000명)의 약 33% 수준인 7200여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이와 과련 “얼마나 차량이 멈췄는지가 파업 참여율의 척도”라며 “이를 애써 외면하고 집회참석인원에 집착하는 국토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그 집착이 안쓰럽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현재 전국의 12개 항만은 모두 출입구 봉쇄 없이 정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컨테이너 장치장과 공장 등의 출입구가 봉쇄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항만별 컨테이너 장치율(항만의 컨테이너 보관능력 대비 실제 보관된 컨테이너 비율)은 70.2%로, 평시(65.8%)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산항과 인천항 등의 일부 항만은 반출입량이 감소했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76.3%로 평소보다 6%포인트 늘었다. 선사들이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수출 물동량을 미리 부두에 반입하면서 장치율이 높아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9일 오전 10시 기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1628TEU로 지난 5월 동시간대 반출입량 3만349개의 30% 수준이다.

    인천항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81.6%로 평상시 79.1%보다 2.5%포인트 높아졌다. 일부 컨테이너 터미널은 한때 장치율이 90%를 넘기도 했다. 화물 반출량은 평상시의 10∼20%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 기준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157TEU로 지난달 동시간대 548TEU의 23% 수준이다.

    경향신문

    9일 부산항 감만부두 일대에서 화물연대 소속 노동자들이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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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지역에서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이 화물차의 운행을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전날 오후 6시35분쯤 충남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에서는 운행하는 화물차를 막아선 혐의로 6명이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체포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물류피해가 크지는 않지만 시멘트와 자동차 업계는 생산에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대비해 2∼3일치 물량을 사전에 운송 조치해 물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멘트 출하 중단 여파로 레미콘 수급까지 차질이 빚어지면서 삼표산업과 유진기업, 아주산업 등 일부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전날 오후 2시부터 울산공장 납품 거부에 들어가면서 이틀째 생산라인이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화물연대 울산본부는 이날도 울산공장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부품 운송 거부를 이어갈 방침이어서 당분간 생산 차질이 계속될 전망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현대오토에버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기본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 늘 이해관계에 따라 갈등이 있다”며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원 장관은 “사실 내용상으로 큰 이견이 있거나 갈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조정이 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결된 모습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기정·박준철·고귀한·강정의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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