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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0 (금)

이슈 선거제 개혁

정의당 차기 리더십 도전 조성주 “사회적약자 ‘대표성’ 되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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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의 직선ㅣ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정의당 1기 끝, 새 노선 필요…9월 당대표 출마할 것

이준석·박지현 생각 다르지만 정치적 추동력·역할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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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당대표 도전을 선언한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가 7월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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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대기자


조성주 정치발전소 상임이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후보로는 유일하게 서울 구청장 선거에 도전했다. 물론 큰 격차로 낙선했지만, 수도권 지역구에서 진보정당 뿌리를 내리려는 노력은 분명 의미가 있다. 조 이사는 2010년 무렵 한국의 첫 세대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 활동을 주도했던 사람 중 한명이다. 당시 누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던 청년 알바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웠던 청년유니온의 활동은 매우 신선했고 파장도 컸다. 그때 청년이던 조성주는 이제 44살의 정치인으로 성장해, 위기에 빠진 정의당의 혁신을 주장하고 있다. 정치 교육과 토론의 장을 제공하고 정치 전문서적도 파는 서울 마포구 합정동 정치발전소 사무실에서 7월28일 조성주 이사를 만났다. 젊어서 그런지, 민감한 문제일수록 두루뭉술하게 답변하는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그에게선 찾아볼 수 없었다.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에선 유일하게 서울 구청장 후보로 나섰습니다. 마포구청장에 도전했는데, 어떤 인연으로 마포를 택했던 겁니까?

“전략적으로 고민을 하고 출마를 한 겁니다. 사실은 정의당 당세가 약하기 때문에 구청장 선거라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아요. 그래도 마포구청장 선거에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마포가 정의당의 젊은 당원들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에요. 또 1인 가구 특히 여성 1인 가구가 많고 젊은 층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진보정당은 전통적으로 울산이나 창원 같은 산업도시에서 자기 모델을 찾았는데, 수도권에서도 자기 모델을 좀 만들 필요가 있겠다, 마포가 진보정당의 새로운 지역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년 뒤인 2024년 총선에서도 마포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할 생각입니까?

“구청장 출마하면서 다음 총선에 마포에서 나서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정의당에서도 수도권 출마 후보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장혜영 국회의원도 총선에서 마포에 출마할 예정이라고 하던데, 두분이 같이 마포 갑·을에 출마하는 겁니까?

“장혜영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제 선대본부장을 맡으셨습니다. 그래서 같이 얘기를 많이 했죠. 장 의원도 마포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같이 마포에 출마해 보자, 여기에 정의당의 에너지를 모아보자, 그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 인터뷰에서 ‘왜 청년세대 육성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청년세대 육성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라고 대답하셨더라고요. 저는 상당히 공감했는데, 지금 진보정당이 어려움에 처한 건 미래에 대한 투자에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왜 정의당은 청년세대를 육성하지 못한 걸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첫째는, 일단 정의당은 가지고 있는 자원이 너무 적어요. 청년세대를 육성하려면 실제 경험하고 성장하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 장을 펼쳐줘야 하는데, 당의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 보니까 그런 기회를 청년들에게 많이 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최근에 보면 젊은 세대, 젊은 출마자들이 정의당에서 많이 나옵니다.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에서 젊은 출마자가 많이 증가했는데, 이들을 당의 중간급 이상 리더로는 아직 키워내질 못하고 있어요. 또 다른 이유로는, 담론이나 정책적인 부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청년세대가 겪는 노동시장의 불평등, 주거 문제, 이런 것들에서 기성세대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데, 10년 전엔 그런 생각을 잘 하질 못했죠. 진보정당뿐 아니라 한국 정치가 그런 갈등과 파도가 밀려올 것이라는 걸 예상하고 미리 고민하고 준비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조성주 이사를 예로 들면 10년 전에 차세대 리더로 꼽혔으니 지금은 진짜 리더가 돼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지 못한 게 정의당 현실의 한 단면일 수도 있겠습니다.

“(웃음) 뭐 심상정 의원이 계속 대표를 맡아오셨던 거니까…. 또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지 못한 측면도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대선 참패 뒤에 “이제 정의당 1기는 끝났다”고 얘기했습니다. 그건 2012년 통합진보당 분열 이후 탄생한 정의당의 실험이 실패했다 또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실패라기보다는 그 역할이 끝났다는 뜻에서 그런 표현을 쓴 겁니다. 1기 정의당 노선이라는 하나의 시기와 역할은 끝난 거다, 그걸 마무리 지은 게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이고 이제 새로운 지향과 노선, 가치와 이념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가령 정의당이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원내교섭단체를 달성했다고 하면 그 실험이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겠죠.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굉장히 낮은 지지율로 귀결됐기 때문에, 그 지점에선 당연히 비판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가 뭐냐라고 했을 때, 결국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한다는 ‘대표성’이 굉장히 희미해진 것 아닌가, 정의당이 그런 대표성보다 선거제도 같은 당면한 정치적 이익을 실현하는데 더 몰두했다는 평가를 받은 게 아닌가 싶어요. 이 부분이 굉장히 뼈아픈 지점이라 생각해요. 진보정당은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하는 정당인데 이런 색깔이 희미해지면 도대체 진보정당을 왜 독자적으로 해야 하는 거지, 그렇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정치 안에서 진보를 하겠다는 게 정의당인데, 현실에선 주로 민주당이 마련한 기회에 편승할 거냐 말 거냐 이런 논란 속에서 자꾸 표류했던 측면이 있는 거 같아요. 또 하나는, 진보정당의 정책 프로그램이 낡았다고 저는 생각해요. 10년 동안 ‘기본소득 따라하기’ 이런 것 외엔 진보정당만의 정책 프로그램이 제시된 게 없어요. 하나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전체 프로그램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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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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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직후에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정의당 당명을 바꾸는 게 좋겠다, 사민주의(사회민주주의) 색깔이 좀 더 분명한 이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사민주의란 단어가 진부하고 올드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까?

“제가 좀 올드합니다.(웃음) 정의당이란 당명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당의 이름이라는 건 당의 이념이나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게 제일 좋은데 한국에선 그렇지가 않죠. ‘정의’라는 가치가 정말 진보적인 걸 잘 표현하는가. 창당 때는 약간 유행을 탔던 점도 있는 거 같고요. 지금도 시민들에게 진보정당으로서 딱 인식이 될까, 그런 점에서 당명을 바꾸는 걸 고민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민당으로 꼭 바꿔야 한다는 건 아니고요. 그런데 우리가 사민주의에 대해 솔직해질 필요는 있다고 봐요. 한국의 진보는 사민주의를 좀 꺼리죠. 레드콤플렉스를 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개량주의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는 거 같아요. 또 사민주의가 요즘 하락세인데 굳이 그 이름을 가져올 필요가 있느냐는 분들도 당내엔 많아요. 그런데 좌파 이념 중에서 유일하게 승리한 이념과 프로그램이 사민주의가 아닐까, 지난 10년을 보더라도 세계 정치가 좌우 모두 포퓰리즘에 많이 흔들렸는데 사민당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정당들 가운데 성공했다고 할 만한 당이 있을까, 저는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이중 노동시장 문제를 겪고 있고 그래서 진보정당과 새로운 노동 사이 긴장이 분명히 있지만, 또 젠더와 기후위기 등 새로운 도전을 피해갈 수 없지만, 그래도 자기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건 여전히 사민주의 정당들이 아닌가 싶어요. 사민주의에서 고민을 시작해서 굉장히 현대적인 혁신을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최근 몇 년간 당 안팎에서 ‘정의당은 페미니즘 정당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지난 시기에 정의당이 가장 힘을 쏟은 건 페미니즘이 아니라 선거제도 개혁 아니었나요? 어쨌든 전세계적으로 ‘정체성의 정치’가 굉장히 강력하게 제기되니까 진보정당들 모두가 고민인 거 같고, 우리도 그 고민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데 정의당이 정말 페미니즘에 그렇게 집중했나, 저는 오히려 페미니즘을 정당의 목소리로 재구성하는 데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과 정당이 그걸 받아들여 정책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거든요. 운동의 언어와 정당의 언어는 달라야 합니다. 노동운동에서는 ‘자본가 타도하자’는 구호를 외칠 수 있지만, 정당정치에서 진보정당은 그렇게 얘기하지 않죠. 어떻게 자본과 노동 사이에 균형을 맞출 건가, 무엇을 개선할 건가, 이렇게 얘기해야죠. 그 점에서 정의당은 페미니즘을 정당정치 안으로 끌어들여 프로그램화하는 데 실패한 것이죠. 어떤 때는 그대로 받아들였다가 어떤 때는 아예 외면하고 그랬던 거죠. 일부에선 장혜영·류호정 두 의원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의 상징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다른 의원들의 활동이 부각되지 못하고 두 사람 활동만 도드라져서 그렇게 보인 것일 뿐이죠. 진보정당은 정당정치 안으로 페미니즘을 끌어들이고 정치의 언어로 프로그램화해서 그걸로 시민들과 만나야 합니다.”

―정의당 혁신과 별개로, 진보정당 통합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지방선거에서 권수정 서울시장 후보 선거운동을 4개 진보정당(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이 함께 벌인 게 그런 징표일 수 있다는 건데, 진보정당 통합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합니까?

“우리가 정의당을 만든 이유는 ‘정치 안에서 진보를 하겠다’는 거였잖아요, 그런데 진보당이나 노동당이 정치 안에서 진보를 하겠다는 분들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조금 저희와는 층위가 다른 정당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전세계 어느 나라나 좌파 정당들이 하나로 존재하는 곳은 별로 없거든요. 저는 그렇게 복수로 존재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리하게 합치려 하면 각자의 장점들이 희석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봐요. 가령 녹색당은 일반 좌파 정당보다 훨씬 반체제·반자본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그런 반체제성이 우리 사회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이고요. 정의당과 합당하면 그런 긍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4개 정당이 통합하자’는 건 별로 설득력이 없고, 각자 잘하는 것을 해나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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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에 서울시 노동협력관으로 박 시장을 도운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정의당 당적을 내놓고 한동안 서울시 공무원으로 일했던 건 어떤 이유에서였습니까?

“2016년 겨울이었을 겁니다. 제가 정의당 정책연구소장을 하다가 막 그만뒀을 때인데, 박 시장님이 우리 당에 정식으로 요청을 해왔어요. 서울시 노동정책을 업그레이드하고 싶은데, 노동 잘 아는 사람을 파견해 달라고요. 박 시장님이 그해 지방선거에서 재선될 때 정의당과 시민사회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제가 청년유니온 경험이 있어서인지 가급적 저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을 했고, 그래서 일종의 파견 형태로 가게 된 거죠. 공무원이니까 당적은 잠시 내려놓은 것이고요. 박 시장 돌아가신 뒤에 정의당으로 복귀했습니다.”

―정의당에 대해 한쪽에선 ‘민주당 2중대’라고 하고, 다른 쪽에선 ‘국민의힘 2중대’라고 비판합니다. 구청장 선거운동 하면서 이런 세간의 평가를 실제로 느낄 수 있었습니까? 왜 그렇게 양쪽에서 비판받는다고 생각하십니까?

“많이 느꼈죠. 4월 말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다음날, 거리에서 만난 젊은층의 반응은 아주 싸늘하더라고요. 저 말고도 우리 당 구의원 후보들이 ‘선거운동하기 너무 어렵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저는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에 반대하는 사람이었고 선대본부장이던 장혜영 의원도 반대를 했죠. 그때 당의 리더 중 여러 분이 ‘선거를 위해선 민주당 입법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정작 구청장에 출마한 저는 그거 통과되면 선거는 더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만큼 당내에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겁니다. 정의당이 자꾸 민주당 2중대 또는 국민의힘 2중대로 인식되는 이유는 정의당만의 주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봐요. 검찰개혁뿐 아니라 대부분의 이슈에서 정의당만의 주장과 색깔이 없으니까 시민들은 결국 ‘너희는 기회주의적인 거 아니냐’고 얘기하는 거죠.”

― 9월 열리는 당직선거에서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입니까?

“예. 그거는 제가 (서울시에서) 당으로 복귀할 때부터 얘기를 했고, 당원들과 약속했던 겁니다.”

― 2015년에도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셨죠? 1차 투표에서 노회찬·심상정 후보에 이어 3등이었는데 17%라는 꽤 많은 득표를 했습니다. 그때 당원들은 30대였던 조 후보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표를 던졌다고 생각합니까?

“그때 사실 많은 표를 얻은 건 아닌데, 노회찬·심상정 두분이랑 싸워서 얻은 거니까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시는 거 같습니다. 두가지가 있었던 거 같아요. 하나는, 차기 리더십에 대한 갈증이 굉장히 컸죠. 7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라 뼈아프긴 한데, 어쨌든 심상정·노회찬 이후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가 컸던 거 같아요. 두번째는 제가 진보정당이 나아가야 할 다음 단계가 뭐냐, 그 전까지는 노조 옹호하고 그런 게 진보정당의 전통적 모습이었다면 앞으로 더 넓은 데로 나가야 한다, 이런 비전에 대한 공감이 컸던 거 같아요. 이제는 노동은 조직 노동만이 아니라 그밖의 노동에 더 주목해야 하고, 사회 정책·제도도 그걸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많이 스며든 거 같아요.”

―7년 전엔 차세대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앞세워 경선에 나섰다면, 오는 9월 당대표 선거에선 무엇을 내세우실 겁니까?

“실력으로 얘기를 해야겠죠. 기대감이 아니라 명백한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인 거고, 특히 진보정당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당이 어떻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그 길을 제시해야 하리라 봅니다.”

―요즘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선 두 젊은 정치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두분이 조금 결이 다른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굳이 평가하자면 두분 다 대단한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하면 저와는 생각의 차이가 있고, 제가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지만, 그걸 떠나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준석 대표 같은 경우는 정치의 힘으로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 있다, 이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요. 박지현 전 위원장은 지금은 어려운 상황이지만 대선 막판부터 대선 끝난 뒤 상당 기간 동안 사실상 민주당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이야 여러 비판이 있지만 적어도 그 시점에서 박지현 전 위원장 역할은 인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두분 다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모두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지만, 그건 실력으로 극복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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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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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천문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칼 세이건을 좋아한다는 <신동아>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천문학과 진보주의가 서로 비슷하게 통한다는 생각을 합니까? 어떤 점이 그렇습니까?

“대학을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천문학을 전공한 건 맞습니다.(웃음) 저의 사고방식엔 천문학이 엄청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우주는 광대하고 거대하기에, 어떤 가능성도 가능한 공간이거든요. 정치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어요. 정치란 게 우리의 가능성의 공간을 계속 만들어가는 작업이 아닐까, 특히 진보정치는 사회에서 진보적 가능성의 공간을 새롭게 열어가는 것인데, 그런 공통점이 저한테는 많은 에너지를 주는 거 같습니다.”

―조 이사는 2010년 무렵에 청년유니온 활동을 주도했던 사람 중 한명입니다. 그때 이 운동을 주도했던 분들과는 지금도 가끔 만납니까? 다들 어떻게 지내시나요?

“그때 같이 했던 사람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어요. 정의당 오신 분도 있고, 민주당으로 가신 분도 있고, 기업에 가 있는 친구도 있고, 여전히 노동 쪽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청년유니온 초창기 핵심 멤버가 10~15명 정도 됐는데, 다 모이진 못해도 가끔 봅니다. 우리는 그때 어떤 정파적 지향을 갖고 만났던 게 아니니까 지금도 편하게 만납니다.”

―청년유니온은 요즘 어떻게 활동하고 있습니까? 현재 활동하는 후배들과 교류가 있습니까?

“지난해 말에도 후배들이 찾아와서 청년유니온의 방향에 대해서 같이 고민을 했습니다. 저는 그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조직이 늘 영속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할을 다하면 발전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오히려 역할이 끝났는데도 사라지지 않는 한국의 운동 조직들 때문에 더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그동안 사회 환경은 엄청나게 변했는데 청년유니온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까, ‘청년’을 빼고 갈지 아니면 조직을 새롭게 재편할지 그런 고민을 솔직하게 해야 한다고 저는 조언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운동 조직들이 그런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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