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월 중순 출두 승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검찰 출석과 관련해 긴급 브리핑을 마친 후 대표실로 돌아가고 있다. /김창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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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대통령 가족에 대한 수사는 언제 하는지도 관심을 가져주기 바랍니다.”
지난해 12월 29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검찰 인권침해 수사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 들어가고 나오면서 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의 발언이다. 이날 기자들의 관심은 이 대표가 언제 검찰에 조사받으러 나갈지에 쏠렸다. 이 대표는 쏟아지는 다른 질문엔 거의 답하지 않았다. 특유의 화법이다. 위 언급은 모두 1월 첫째 주 출석, 또는 1월 5~6일 출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1월 첫째 주 출석은 이날 오후 검찰이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문에 따르면 당초 검찰이 출석을 요구했던 12월 28일에 이 대표 변호인 측이 “출석이 어렵다”고 공식 답변함에 따라 검찰이 제안한 것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당대표로서 신년행사 등 일정이 모두 잡혀 있어 1월 첫째 주 출석은 불가능하며, 대신 1월 둘째 주에는 5일(9~13일) 모두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현재로서 정해진 건 1월 중순 이 대표가 직접 출석한다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팩트’가 틀린 질문에 답변하는 대신 자신의 수사일정만 관심을 가지지 말고 대통령 가족 수사에 대한 관심도 가져달라고 쏘아붙인 셈이다.
“여러분 이재명을 지키자고 말씀하십니까. 왜 이재명을 지킵니까. 제가 여러분을 지켜야지요. 우리가 함께 우리를 지켜나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재명을 죽인다고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함이 가려지겠습니까.” 전날(12월 28일) 광주 송정매일시장에서 한 이 대표의 발언이다. 송정매일시장이 있는 광주 광산구가 지역구인 민형배 의원(무소속)은 이날 페이스북에 ‘사이다 이재명’이 돌아왔다고 글을 남겼다. 본격적인 반격의 시작일까.
사이다 이재명의 귀환?
“왜 대장동이 아니라 성남FC였을까.” 여의도 민주당 주변 정치권에서 설왕설래가 계속되는 주제다. “처음에는 대선자금을 받아썼다고 1년, (이후) 6개월 동안은 이재명을 아주 부도덕한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고작 소환한 내용은 성남FC 후원 의혹”이라며 12월 2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우상호 의원은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단언했다. 그동안 이 대표를 나쁜 사람, 돈을 많이 받아먹은 사람으로 만들어놓고 정작 이게 과연 문제가 되는 사안인가를 두고 지루한 법리 논쟁만 계속될 성남FC 후원 건으로 소환하는 건, 여론플레이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정치검사들의 야비한 수법이라는 주장이다. 우 의원은 “(성남FC 건에 대한 최종적인 법률판단은) 2024년 총선 지나서야 판결이 날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다 써먹고 못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여의도 정가에서는 성남FC 건과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지자체장 또는 지자체가 시와 관련된 행사에 관내 기업들의 협찬을 받는 대신 관련 부지제공 등의 ‘편의’를 봐주는 것은 일상적인 일인데 만약 관내 기업의 성남FC 후원을 두고 이걸 ‘3자 뇌물 제공’과 같은 것으로 건다면 “현 지자체 중 안 걸릴 지자체가 없을 것”이라는 항변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엔 ‘기관장협의회’라는 회의체가 있다. 검사나 지역 경찰서장, 지자체장, 관변단체장들의 모임이다. 지역 주재청의 검사는 항상 빠지지 않고 들어간다. 검사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내용을 잘 안다. 그래서 거기를 건드렸다고 본다. 핸들링하기 쉬우니까.” 박신용철 더 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FC 같은 것에 지자체가 관심을 갖는 건 명목은 생활스포츠 육성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조직관리다. 특히 정치인들이 배드민턴, 조기축구회 같은 걸 좋아한다. 조직화돼 있고, 생활스포츠 조직을 지원하면 바로 표로 성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축구를 하는 인원도 많다. 종합해보면 검찰이 가장 공격하기 쉬운 타깃을 잡은 셈이다. 대장동으로 이재명을 잡으려고 했지만 정황증거 발언밖에 없다. 아무래도 지자체장이나 기관을 잡으면 원하는 대로 줄줄 털기가 쉬우니까.” 결국 FC를 상대적으로 수사하기 쉬운 ‘약한 고리’로 본 검찰의 공격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측 대응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지역정치인의 말이다.
“지자체장으로서는 항상 그런 유혹을 받는다. 예컨대 동네에 있는 어느 컴퓨터 회사가 자기 회사 앞에 비보호 좌회전 신호등을 설치해달라고 한다. 당연히 지자체장으로선 ‘민원’을 업적으로 이으려 한다. 예컨대 ‘대신 관내 보육원에 중고 수거 컴퓨터 16대를 기증하면 안 되냐’는 식이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100대도 가능하다고 답한다. 문제가 안 되게 경찰에 민원을 넣어 경찰이 해주고 마무리할 수 있다. 명목상 시가 개입하진 않았다. 그런데 이건 안 걸리는 줄 아나. 이것도 3자 뇌물이다.”
이 인사에 따르면 그런 것을 검토해 ‘수비’하는 게 보좌하는 비서진이나 측근 그룹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가 되는 여러 사안을 보면 너무 무모하게 일을 벌였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프로필만 그럴듯할 뿐 실전 경험이 별로 없는 사람이 많다. 일을 배운 적 없으니 대충 그렇게 밀어붙여도 된다고 착각하고 있다가 된통 당하고 있는 듯하다.”
대장동, 성남FC 의혹 등을 다룬 책<맞짱>을 펴낸 김경율 회계사는 “정상적인 광고수익이라면 2015년에서 2018년 이외의 기간들, 예컨대 2019년부터 2021년 기간에도 집행된 것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임한 기간에만 광고 집행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김 회계사는 “광고유치를 위해 어떤 노력도 했다는 흔적이 안 보이는 성남FC 직원들이 돈을 받아간다. 그중에는 현금으로 받아간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회계사는 “대장동의 경우는 검찰이 많은 것을 준비해 옴짝달싹 못 하게 한 상태에서 해야 하니 지금 당장 소환조사를 하지 않지만, 이것은 혐의 확정이라고 해야 할까, 수사를 마무리하는 차원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프레임을 잘 잡고 가는 건 맞는 것 같다.” 김성순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정진상·김용 건과 관련해 이재명의 소환은 참고인 소환이다. 반면 성남FC는 그냥 ‘소환’이다. 사건의 진상을 잘 모르고 있는 대다수의 ‘중도’ 국민에게는 ‘이재명이 뭐 잘못해서 끌려가나 봐’라는 인상을 준다. 지금 민주당이 전국을 돌고 있는 것도 ‘소환 안 받으려고 도망다니는 것’이라는 프레임의 덫을 검찰이 쳐놓았다고 본다. 민주당은 거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고.”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검찰 인권침해 수사의 문제점과 제도적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가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열리기 전 이재명 당대표와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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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프레임, 민주당은 벗어날 수 있을까
엄경영 시대전환연구소 소장은 정치일정에 맞춰 검찰이 적절한 카드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지난 국정감사 종합감사 첫날 민주당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나. 이번에도 연말 연초에 저런 카드를 쓰면 여론을 출렁이게 할 수 있으니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1월 초에 이재명이 검찰에 출두하면 이태원 국정조사가 무력화된다.”
그런데 검찰이 이런 의도를 갖고 있다면 민주당 측도 훤히 간파하고 있지 않을까.
“당연히 알고 있다. 국회 일정을 보면 1월 10일부터 1월 말까지 공백이 있다. 아마도 1월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2월에는 자동으로 국회가 열리니 그사이에 공백을 메울 수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응을 할 수는 있는데 문제는 명분이 밀린다는 점이다. 예컨대 장외투쟁으로 배수진을 치면 중도 공략이 안 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총선에서 과반은 뺏길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민주당으로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엄 소장은 “결집의 함정에서 벗어나서 노동·외교·복지정책 등 국가현안에 대한 확장중심으로 근본적인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0% 경선룰로 시끄럽지만 여당은 다이내믹하다. 반면 야당은 이재명 말고 보이지 않는다. 거기에 대해서는 이재명 당대표의 책임도 있다. 경쟁자들에게 공간을 내줘야 한다. 결국 리더십 문제다. 리더십과 주요 정책현안이 연결돼 있다. 다양성을 통해 민주당 몸집을 키워야 한다. 지금은 너무 꽉 쥐고 본인 의지대로 끌고 가려고 하는 상황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이 놓은 프레임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연초 여의도 정가의 관전 포인트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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