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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공공요금 인상 파장

전기·가스비 인상 압박 커진다···‘발등의 불’ 미룬다고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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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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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이 지난해 32조원대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낸 배경에는 우선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력 판매구조가 있다. 이에 더해 지난해 3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면서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전기료를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 압박이 커진 상황이어서 올 하반기 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지난해 매출이 71조2719억원으로 전년 대비 17.5% 늘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기 판매수익(66조1990억원)이 전년 대비 15.5% 늘었다.

하지만 비용 증가폭이 이를 압도했다. 한전의 영업비용은 2021년 66조6201억원에서 2022년 103조8753억원으로 무려 56.2% 늘었다. 세부적으로는 한전 자회사들의 연료비가 19조4929억원에서 34조6690억원으로 77.9% 증가했고, 민간 발전사들로부터의 전력구입비가 21조6190억원에서 41조9171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전력수요 증가로 발전량이 증가한 데다가 LNG·석탄 등의 가격도 급등한 탓이다. 지난해 LNG 가격은 t당 156만4800원으로 전년 대비 113% 증가했고 유연탄 가격도 158.1% 올랐다. 발전회사가 생산한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가격인 전력시장가격(SMP)도 2배 이상 뛰었다.

에너지 가격은 올랐는데, 판매가가 낮아 전기를 팔수록 손해가 나는 ‘역마진’ 구조가 손실을 키웠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킬로와트시(㎾h)당 평균 155.5원을 지불했다. 반면 전력 판매단가는 ㎾h 당 120.5원으로 ㎾h당 35원의 손해가 난 셈이다. 2021년에는 평균 손실폭이 ㎾h당 11.6원 정도였는데, 불과 1년 만에 3배 이상 커져서 결국 당시(-5조8601억원)보다 5배 넘는 32조6034억원 영업손실을 봤다.

가스공사 사정도 좋지 않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88%, 99%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이 손실에 반영되지 않아 생긴 장부상의 수치일 뿐이다.

가스공사는 원가 이하로 판매한 도시가스 요금을 미수금으로 우선 처리하고, 국제 천연가스 가격 하락 시기에 이를 요금에 반영해 보전해 오고 있다. 가스공사가 이날 밝힌 지난해 미수금 규모는 8조6000억원에 이른다. 미수금은 오는 1분기가 끝날 무렵 12조원까지 불어나 재무제표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스공사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121%포인트 증가한 500%에 이른다. 여기에다 최근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비용도 가스공사가 상당수 떠안았다.

두 에너지 공기업의 재정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도시가스 요금은 지난해 이미 총 네 차례에 걸쳐 38.4% 올랐다. 전기요금도 지난해 ㎾h당 19.3원 올랐고 올해 1분기에는 ㎾h당 13.1원이 추가로 인상됐다.

더 이상의 요금 인상을 이어가기에는 여론의 부담이 높은 게 현실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1월에 이어 2월에도 부담스러운 ‘난방비 폭탄’ 고지서를 인증하는 게시물이 줄을 잇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벌써 여름철 냉방비 걱정들도 앞선다.

서울 마포구의 11평짜리 연립주택에 사는 30대 A씨의 2월 가스비 고지서에는 13만3540원이 찍혔다. 1년 전 8만8510원에 비해 50.8%나 오른 금액이다. A씨는 “몇 만원 차이에 불과하지만 전체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상징처럼 느껴져서 소비가 이전보다 위축된다”고 말했다. 가스비만큼 액수가 크지는 않지만, 지난해 요금 인상분이 반영된 전기료 고지서에 당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충남에 거주하는 B씨는 지난해 월 평균 4만원 정도 나오던 전기요금이 지난달 6만원 이상 나왔다고 했다. B씨는 “가전제품을 새로 들인 것도 없고 평소보다 오히려 아껴 쓰려 한 편”이라며 “올해 추가로 전기요금을 올린다고 하는데 여름 나기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에너지 주무부처와, 여론을 의식해야 하는 대통령실 사이 온도차도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은 서민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요금 인상의 폭과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0일 “시간이 갈수록 미수금과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점진적인 (전기·가스)가격 정상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2분기 요금 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포함 중앙과 지방의 공공요금 인상을 줄줄이 하반기로 미루면서 하반기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도 크다. 윤 대통령 언급 뒤 도로, 철도, 우편 등 중앙 공공요금과 버스·지하철요금, 상하수도, 종량제봉투 등 지방 공공요금이 올 상반기 동결됐다. 문제는 미뤄진 인상분이 하반기에 반영될 경우 인상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소비자물가가 올 상반기 4%대로 낮아진 뒤 하반기에는 3%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보고 지난 23일 1년 반만에 금리를 동결했다. 하지만 공공요금발 고물가에다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인플레이션까지 닥칠 경우 하반기 내수소비 위축와 함께 한은의 금리 인상이냐, 인하냐를 놓고 통화정책에 스텝이 꼬일 수 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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