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日, 출산율 높이기 총력... 비정규직·자영업자도 육아휴직 재정지원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이 출산 비용을 의료보험으로 처리해 병원비 부담을 사실상 ‘제로(0)’로 만드는 정책을 추진한다.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도 육아휴직을 하면 정규직처럼 금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자녀 가구에는 주택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출생자 수 80만명의 벽이 무너진 일본이 ‘이차원(異次元·차원이 다름) 저출산 대책’을 내놓고 총력전에 나선 것이다.

3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육아 정책은 그야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며, 앞장서서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임신부들이 안심하고 출산할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충분한 전망을 갖지 못해 출산과 결혼을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저출산 원인으로 꼽고, “젊은 세대의 소득을 늘리는 방안이 해결책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31일 저출산 정책의 골격을 공개하고 오는 6월 경제·재정 운영 및 개혁 기본 방침을 확정할 때 관련 예산 확보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해 일본의 출생자 수는 79만9278명(합계출산율 1.27)으로, 인구통계를 시작한 189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초 ‘80만 벽 붕괴 시기’를 2033년으로 예측했는데 11년이나 빨라진 결과를 받아든 일본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현행 저출산 대책 정도로는 인구 감소를 막기는커녕, 감소 속도조차 늦출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달은 것이다.

조선일보

일본 정부는 ‘안심하고 출산하는 환경’을 위해 공적 의료보험의 적용 대상에 출산을 포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금이 오르면 병원들이 덩달아 출산 비용을 올려 받아 임신부들의 부담이 컸다. 공적 의료보험을 적용하면 병원들이 마음대로 비용을 올릴 수 없다. 본인 부담금(30%)은 정부가 별도로 보조할 계획이다. 또 다음 달부터는 아기를 낳은 부모에게 지급하는 ‘출산 육아 일시금’을 현재 42만엔(약 412만원)에서 50만엔(약 490만원)으로 인상한다.

기시다 총리는 “그동안 저출산 대책은 맞벌이 가구의 보육과 육아를 돕는 데 중점을 뒀지만, 앞으로는 아기를 키우는 모든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일본은 육아휴직자에게 휴직 전 급여의 67%를 지급하는데, 이 같은 혜택은 정규직에 집중됐다. 시간제 근로자나 자영업자에게도 ‘육아 수당’과 같은 명목으로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국의 자영업자는 대부분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육아휴직 혜택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육아휴직 사용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일본은 보육의 질도 높이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는 “보육교사 1명이 담당하는 1세 미만 아동 수를 현재 6명에서 5명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1~2시간 단위로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는 제도도 신설할 방침이다.

교육비 경감은 이번 정책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실제로 일본인 51.6%는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2020년 조사)로 ‘육아·교육비 부담’을 지목하고 있다. 프랑스(27%)나 독일(21.7%)보다 월등히 높다. 이를 타개하려는 방안의 하나로 ‘출세형 장학금’ 제도의 도입을 추진한다. 대학이나 대학원에 다닐 때에는 정부가 수업료를 대신 내 주고, 졸업 후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생겼을 때 갚게 하는 방식이다. 갚을 필요 없는 ‘급여형 장학금’의 지급 대상은 내년부터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다자녀 가구인 중산층(연소득 380만~600만엔)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다자녀 가구의 주거 문제와 관련, 기시다 총리는 “공영주택이나 민간의 빈집을 활용하는 방안, 주택 대출 금리의 우대를 추진한다”고 했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초·중·고교 급식비 무상화와 신혼부부 주택 지원 등 59항목의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 29일 기시다 내각에 제안했다. 현재 아동 1명당 매달 1만~1만5000엔씩 지급하는 수당에서도 부모의 소득에 따른 제한 규정을 철폐하자는 내용도 담았다.

관건은 재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연간 8조엔(약 78조4000억원) 규모의 저출산 예산이 필요할 것이란 추산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총리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을 패키지로 발표한 뒤, 오는 6월 저출산 예산을 배증(倍增)하는 큰 틀을 밝히겠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작년 말 ‘5개년 방위비 증액 계획’에서 연간 5조엔대 방위비를 2027년에는 10조엔대로 2배로 늘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당장 방위비 증액을 위한 증세조차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기시다 내각이 저출산 재원 증액을 실현할 ‘묘수(妙手)’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