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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벨라루스, 러시아 전술핵 이어 전략핵 배치 가능성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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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셴코 대통령, 국정 연설에서 밝혀

“필요하면 전략핵 배치해 주권 지킬 것”


한겨레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3월 31일(현지시각)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러시아의 전략핵을 자국에 배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민스크/벨라루스대통령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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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러시아의 전술핵에 이어 전략핵도 자국에 배치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러시아는 미국을 최대 위협으로 규정하는 새로운 외교 정책 독트린을 공개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은 1일(현지시각) 루카셴코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정 연설에서 “(블라미디르) 푸틴(러시아 대통령)과 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전략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우리를 파괴하려고 하는 외국의 악당들은 이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핵무기를 포함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우리의 주권과 독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전략핵 발언은 지난달 25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벨라루스에 전술핵을 배치할 것이며 오는 7월1일까지 핵무기 저장 시설을 완성할 것이라고 밝힌 뒤 나왔다. 벨라루스 외교부도 28일 러시아 전술핵 배치를 공식 확인했었다. 전술핵은 전투 지역 등 제한된 영역에서만 사용하는 핵무기인 반면 전략핵은 도시 전체 파괴 등 훨씬 더 광범한 지역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에 배치될 핵무기의 통제에 자국이 개입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는 “우리가 이들 무기를 단지 관리만 할 것이라고 말하지 말라. 이는 우리의 무기이며 주권과 독립을 지키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핵무기의 통제권을 벨라루스에 넘기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벨라루스 외교부도 앞서 자국 내 핵무기를 러시아가 통제할 것이기 때문에 핵확산방지조약(NPT)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국 내의 과거 소련 시절 대륙간 탄도 미사일 기지를 즉각 수리해 사용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을 군에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시설은 기술적으로 아주 정교한 시설이며 사용 준비가 완료됐다”고 덧붙였다. 벨라루스는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등과 함께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자국 내 소련 시절 핵무기를 모두 폐기한 바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벨라루스에 러시아 핵무기를 배치하기로 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러시아의 통제권에 완전히 굴복한 것이라며 “그는 자국 영토에 어떤 무기를 배치할지 결정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도 미국과 우크라이나 등 각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배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러시아 외교부는 31일 2016년 이후 처음 개정된 외교정책 독트린을 공개 미국을 국제 안정을 위협하는 주요 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러시아는 미국과 평화 공존 및 이해의 균형을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중국의 부상을 반영해 현재 시기를 “더 정의로운 다극화 세계”를 향한 “혁명적 변화의 시기”로 규정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부 장관은 서방이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 한다”며 새 외교 방침은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에 맞서 대칭·비대칭적 조처를 어떻게 취할지”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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