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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전세계 코로나 상황

4년째 오리무중인 '코로나19 기원' [특파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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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코로나19 기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한 시민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있다. 우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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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6일 한국을 방문한 왕이 당시 중국 외교부장(현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에 25분 지각했다. "왜 늦었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교통 체증(Traffic)"이라고 짧게 답한 뒤 회담장으로 향했다.

뒤늦은 취재를 통해 당시 지각이 차가 밀려서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회담장에 설치한 투명 가림막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왕 위원 측은 가림막을 치워달라 요구했고 이른바 'K방역'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던 한국 정부가 이를 거부하며 벌어진 실랑이가 회담 지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왕 위원 앞에 설치된 가림막이 자칫 '중국=바이러스의 근거지'라는 시각적 이미지를 가져다줄 것을 우려한 것 같다는 게 당시 회담에 관여한 인사들의 전언이다. 중국이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퍼뜨린 민폐국'이라는 전 세계의 비난에 맞서 싸우고 있을 무렵 한국 외교부가 느닷없이 가림막을 회담장에 설치하니, 회담에 늦건 말건 치우라고 생떼를 부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중국 기원설'을 지우기 위한 중국의 완강하고 치밀한 노력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팬데믹 4년 차에 접어든 지금도 코로나19의 기원은 오리무중이다. 팬데믹 초기 중국 우한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의혹은 "가능성이 낮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입장에 힘을 잃었고, 이어 우한의 화난 수산시장에서 거래된 박쥐와 천갑산이 매개체로 지목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너구리를 숙주로 지목한 연구 결과가 주목을 받았다. 지난달 '코로나19 기원법'에 서명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한 연구소와의 잠재적 연결 가능성"을 언급, 다시 우한 실험실 유출설에 힘을 실었다.

전 세계가 박쥐와 너구리, 우한 연구소 사이를 헤매는 동안 중국의 입장은 더욱 완강해졌다. 각종 중국 기원설에 "과학의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라"며 되레 훈수를 두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라"는 WHO의 요구에는 "이미 충분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가뿐히 반박하고 있다. 가림막 하나도 용납하려 하지 않았는데, '코로나19의 기원임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중국이 이제와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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