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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비판’ 유인물로 옥살이한 뒤 무죄… 법원 “국가가 배상금 지급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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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전경. 경향신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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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을 유혈진압한 신군부와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를 비판하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했다가 구속됐던 당시 고교생이 43년 만에 국가배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이우봉씨(61)와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가 이씨에게 4900여만원, 이씨의 아버지에게 1200만원, 이씨의 형제자매 5명에겐 각 930여만원 등 총 1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80년 전북 전주신흥고에 재학하던 이씨는 5월 광주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동기들과 함께 총궐기를 준비했다가 군 병력에 막혔다. 이후 6~7월 국군보안사령관이었던 전씨와 군부의 광주 진압을 비판하는 유인물 약 1700매를 만들어 전주 시내에 배포했다.

이씨는 사전 검열을 받지 않고 유인물을 출판한 혐의(계엄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선 장기 9개월, 단기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해 이씨는 풀려났다.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심의위원회는 1994년 이씨에게 4500만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이후 이씨는 재심을 청구해 2021년 서울고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됐다. 그해 헌법재판소는 5·18민주화운동 국가폭력 피해자들이 특별법에 따른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피해에 관한 손해배상을 국가에 추가로 요구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이씨와 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1억2000만원 상당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씨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무원이 위헌·무효임이 명백한 계엄포고령에 따라 위법한 절차로 이씨를 강제로 체포, 구금하였고, 이씨는 1980년 7월부터 1981년 4월까지 266일간 구금된 상태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국가의 불법행위로 이씨와 가족들은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소속 공무원들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해 원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이씨가 올해 받은 형사보상금 8200만원은 위자료에서 공제하라고 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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