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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 (수)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스토킹 살인 피해자 실명·얼굴 공개한 유족···“실질적 대책 마련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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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스토킹 살인사건 피해자 이은총씨의 유족이 공개한 사진들. 유족은 지난 8일 온라인게시판을 통해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며 이씨의 얼굴과 실명을 공개했다. 이씨의 일상 사진(왼쪽)과 가해자 A씨로부터 폭행 피해를 입고 증거로 남긴 사진. 네이트판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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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연인에게 스토킹을 당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 여성의 유족이 피해자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1주기가 나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유사한 스토킹 살인 범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일 온라인 게시판 ‘네이트판’에는 ‘스토킹에 시달리다가 제 동생이 죽었습니다’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피해자 이은총씨의 유족인 글쓴이는 “가해자는 은총이의 전 남자친구”라며 “우연히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나 연인 관계가 됐고, 은총이의 소개로 같은 직장까지 다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동생은 비밀연애를 전제로 가해자를 만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가해자는 공개연애를 계속 원했다”며 “이미 한 차례 결혼생활에 실패한 동생은 연애만을 원했지만 가해자는 결혼을 하고 싶다며 졸라댔다. (가해자의) 집착과 다툼도 많아지자 (동생이) 헤어지자고 얘기했고 그때부터가 (스토킹의) 시작이었다”고 적었다.

가해자 A씨는 지난 7월17일 오전 5시53분쯤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한 아파트 복도에서 이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사건에 앞서 지난 2월19일 A씨를 교제 폭력으로 경기 하남경찰서에 신고했고, 6월2일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소했다. A씨는 수사를 받던 6월9일에도 이씨의 집 주변을 배회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인천지법은 6월10일 A씨에게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에는 접근하지 말고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도 금지하라”는 내용의 2∼3호 잠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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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총씨의 유족이 공개한 가해자 A씨와 이씨의 카카오톡 대화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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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이 공개한 카카오톡 대화 캡처와 사진 등에는 A씨가 이씨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정황이 상세히 담겼다. A씨는 이씨와 헤어진 뒤에도 사귀던 당시 찍었던 사진을 자신의 메신저 프로필로 설정했고,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카카오톡 대화에 따르면 6월1일 이씨가 A씨에게 “우리 헤어졌잖아. 제발 (사진) 좀 내려줘”라고 호소하자 A씨는 “넌 아니겠지만 나한테 너는 내 전부”라며 거부했다. 이씨가 “저거 스토커”라고 말하자 A씨는 “아닌데?”라고 대꾸하기도 했다.

유족은 “은총이가 죽은 7월에서야 스토킹 범죄는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됐다”며 “수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지금 9월 첫 재판을 앞두고 보복살인이 아니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은총이의 딸이라도 안전할 수 있게 도와주시고 스토킹 범죄와 관련한 많은 피해자분들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씨는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워치를 한 달 가까이 착용했으나, 사건 발생 나흘 전인 7월13일 인천 논현경찰서를 직접 찾아 스마트워치를 반납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족은 스마트워치 반납 이유에 대해 “지난 6월29일 경찰이 이씨의 집에 찾아왔고, ‘가해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는다면 스마트워치를 반납해달라’고 안내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주장한 경찰 측의 반납 요구 사유는 재고 부족이다.

경찰 관계자는 10일 통화에서 “이씨가 먼저 경찰에 전화해 ‘지금까지 가해자가 연락이 없어 앞으로 해를 끼칠 것 같지 않다’고 반납 의사를 밝혔다”며 “반납 당시 인천 논현경찰서의 스마트워치 재고 현황을 확인했으나, 재고 부족을 언급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이 이씨의 집을 방문한 건에 대해선 “이씨가 연락이 닿지 않아 범죄피해자 안전조치 담당경찰관이 직접 안전 확인을 위해 찾아간 것”이라며 “어머니만 집에 계셔서 이씨를 만나지 못했고, 그날 저녁 10시쯤 이씨로부터 ‘바빠서 그간 전화를 받지 못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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