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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예타 패싱' 비판에 마지못해 수정 … 달빛철도, 그래도 9조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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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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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수조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철도 건설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아예 면제하는 특별법안을 강행하고 나서면서 여론의 비판이 거셌다. 선거제 개편은 유불리를 따지면서 법정시한을 8개월이나 어기면서도 눈앞의 표를 잡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은 여야가 한통속이 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추진한다는 비판이었다.

달빛고속철도 특별법과 함께 서울지하철 김포 5호선 연장 예타면제법, 도심철도 지하화 예타면제법 등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는 특별법도 줄줄이 통과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다만 국회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일부 제기되면서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점은 긍정적이다.

5일 국회에 따르면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는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안을 두고 예상과 달리 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예타 면제는 물론 비용 증가의 원인이 되는 철도 복선화 문제 등 여러 가지 쟁점이 논의 과정에서 표출됐다. 여야는 결국 이런 쟁점을 공청회를 열어 논의해보자는 제안과 함께 추가 회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앞서 광주시와 대구시는 포퓰리즘 논란을 의식해 '고속철도'를 '일반고속화철도'로 전환해 사업비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경우 사업비가 11조3000억원에서 8조7000억원으로 줄어든다. 사업비가 감소한다고 해도 여전히 9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광주·대구시는 원안에 포함됐던 '철도 경유 10개 주변 지역 개발사업에 대한 예타 면제 조항'을 삭제하고, 이름 역시 달빛고속철도에서 '광주대구철도'로 수정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위 의원 전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음에도 이날 합의가 무산된 데 대해 홍준표 대구시장은 "소위 전원이 발의해놓고 일부 반대를 하거나 회의에 불참하다니 어이가 없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달빛고속철도 특별법이 이대로 국회 본회의로 넘어갈 경우 여야 261명의 공동 발의로 이뤄진 법안인 만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168석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인 홍익표 의원은 "동서를 연결하는 달빛고속철도는 지역 화합을 넘어 국민통합이라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며 특별법의 연내 통과 방침을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이날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타 주무기관인 기획재정부는 특별법안의 예타 면제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옥동석 인천대 명예교수는 "결국 당장의 혜택은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하고 나중에 부담은 국민 전체가 지게 되는 것"이라며 "비용은 미래에 부담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세대를 위한 미래 세대에 대한 약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예타 면제는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라며 "미래의 부담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국회의원들이 만연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는 명약관화하다"고 덧붙였다.

옥 명예교수의 지적처럼 수조 원의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이 같은 '예타 면제법'이 국회 통과를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이날 국토위 법안소위에는 1호선을 비롯해 도심철도의 지상구간 지하화를 예타 없이 추진하는 '1호선 등 도심철도 지하화를 위한 특별법안'도 함께 상정됐다.

철도 지하화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막대한 비용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지하화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 예타 면제를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토부가 지난 6월 국철 6개와 도시철도 4개의 지상구간 지하화에 드는 비용을 추산해봤더니 45조2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와 대구를 동서로 관통하는 205㎞ 구간 철도 사업이 추진되자 시민단체들도 반발하고 나섰다.

지리산생명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성명에서 "달빛철도 건설 계획은 제2의 4대강 사업"이라며 "영호남 화합을 저해한 책임은 지역민 갈라치기를 해온 기득권 정당에 있다"고 했다. 단순히 철도만 건설한다고 영호남 지역갈등이 해소되겠느냐는 것이다.

약 3조원의 사업비가 예상되는 5호선 김포 연장 예타 면제법은 최근 민주당 단독 처리로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타 면제 몰이에 한술 더 떠 비수도권 도시의 도로·철도 등 사업 예타를 면제하는 국가재정법과 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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