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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되살린 ‘이태원 진실찾기’…유족들 “특별법 희망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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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4·10 총선을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지난 4일부터 진행한 “진실에 투표하세요” 진실대행진의 마지막 행진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구 유권자들에게 안전사회와 진실을 위해 투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부산, 전주, 광주, 대전, 수원을 거친 이들은 이날 이태원역, 용산 대통령실, 원효로다목적체육관을 지나 서울광장 분향소까지 10.29km를 걷는 보라리본 행진을 진행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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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를 보고 희망이 있겠다 안도를 했습니다”



11일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63)씨는 야당 압승으로 끝난 22대 총선 결과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국회 문턱을 가까스로 넘고도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가로막혀 폐기된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22대 국회에서 다시 움틀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이 마련됐다는 생각에서다. 22대 국회의 정치 지형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향배를 좌우하는 만큼, 유족들은 마음을 졸이며 개표 방송을 지켜봤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기도 한 이씨는 “의석수로만 보면 21대나 22대나 다를 게 없지만, 이번엔 야당으로서 주어진 의석이기 때문에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국민들이 정권 마음대로, 임의대로 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동안 여러 아픔을 가진 사건이 많았는데 단 하나도 해결된 게 없다. 다음 국회에서 이를 제대로 잡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전국들 돌면서 “진실에 투표해달라”며 총선 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이씨는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민심의 경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더 큰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이번 총선을 통해 ‘정부 여당의 폭주와 퇴행에 대한 심판’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정부 여당에 불통의 정책 기조를 전환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다수당의 지위를 얻은 야권에도 개혁 과제 완수 등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했다. 선거 기간 내내 정책 의제가 좀처럼 부각되지 못한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보여진 혐오 정치와 갈라치기, 위성정당 창당, 정부의 관권 선거와 같은 정치적 퇴행에 대한 비판도 컸다.



전국 19개의 의제별 연대기구와 7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는 이날 논평을 내어 “윤석열 정부 2년은 말 그대로 퇴행과 폭주의 시간이었다. 부자 감세와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정책, 규제 완화 중심의 개발정책으로 불평등을 심화시켰고 언론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외교참사를 반복했으며, 국회에서 통과된 노란봉투법, 이태원 특별법 등에 대해 무분별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민주주의를 크게 후퇴시키기도 했다”며 “정부는 국민의 뜻을 수용해 불통과 퇴행의 정책 기조를 전면 전화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을 향해서도 “이번 22대 국회에도 개혁과 변화를 향한 압도적 민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가 언제든 야권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정책 경쟁이 실종되고, 각종 정치적 퇴행이 되풀이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기후위기, 성 평등과 복지 등 정책 쟁점이 사라지고 상대방에 대한 심판 구호만 난무한 것은 정당과 후보자의 책임이 가장 크지만, 이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언론과 시민사회 등 모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며 “윤 대통령과 정부의 관권선거 논란, 선거 시기에 민감한 수사와 재판을 고집한 검경은 물론, 공정성을 상실한 선거방송심의위원회, 대통령의 선거개입이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고, 유권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옥죄는 것에 앞장섰던 선관위까지 선거 이후라도 철저히 평가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밝혔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는 경기 화성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가리키며 “혐오 정치, 갈라치기 정치에 책임이 있는 의원들에 대한 심판이 이뤄지지 못한 것 같다”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장애인 시민권 등 총선 과정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것도 아쉽다”고 했다.



22대 국회가 개혁적이고 생산적인 국회가 돼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국회의원 ‘제식구 감싸기’ 개선 및 윤리심사 강화, 출자구조 개선 등을 통한 재벌 경제력 집중 완화, 필수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격차 해소, 재정지출 관리 강화를 통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강화, 국민연금 가입 상한 및 퇴직 연령 일치를 통한 노후소득 보장 등은 선거 기간 대다수 정당이 찬성한 개혁 정책이므로, 이러한 정책들을 우선 추진하기를 바란다”고 야당에 주문했다. 참여연대는 “무엇보다 적대와 혐오에 기댄 정치가 아닌 기후위기, 저출생·고령화와 민생경제의 위기, 전쟁과 민주주의의 위기 등 복합위기 시대에 미래 비전을 두고 경쟁하고 머리를 맞대는 상생의 정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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