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검·탄핵 뚫기 쉽지 않고,
야당 대표, 監獄行 피하기 어려워
정치 때문에 경제 주저 앉고,
경제 탓에 정치 혼란 되풀이되는
’南美行 악순환 열차’ 탈 것인가
요즘 일본에서 자주 등장하는 시사(時事) 유행어가 ‘모시토라’라고 한다. ‘모시’는 ‘만약’이라는 뜻이고 ‘토라’는 ‘트럼프’의 일본식 약어(略語)다. ‘만약 트럼프가 다시 돌아오면 일본에 무슨 일이 닥칠까’를 놓고 긴장하는 일본 분위기가 느껴진다. 기시다(岸田文雄) 총리 지지도가 바닥이지만 ‘만약 기시다 총리가 날아가면 나라가 어떻게 되나’를 걱정하지는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과 부인을 겨냥한 두 개 특검(特檢) 고개를 넘어야 한다. 야당의 진짜 과녁은 대통령 약점이 드러날 때 탄핵 무대를 꾸리려는 것이다. 이재명 대표는 대통령 또는 자신에게 유죄를 선고할 판사 탄핵 과정에서 길목을 지킬 국회의장·법사위원장 자리에 ‘개딸 급(級)’ 충복을 앉히려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그럼 중국·일본 총리 눈에 이재명 대표가 진짜 권력자로 비칠까. 한국 형사(刑事) 재판 1심 판결 무죄 선고율은 3.1%다. 97% 가까이가 유죄(有罪)를 받는다. 이 대표는 그런 재판 대여섯 개에서 모두 무죄를 받아야 감옥행(監獄行)을 면한다. 이 대표는 작년 9월 판사가 영장을 기각하면서 ‘위증(僞證) 교사 혐의는 확보된 증거가 너무 명백해 불구속해도 증거를 없앨 위험이 작다’고 한 것을 기억할 것이다. 유죄(有罪)니까 풀어준다는 뜻이다. 일·중 정상은 ‘대통령은 특검과 탄핵에, 야당 대표는 감옥에 쫓기고 있더라’고 한국 사정을 보고할 것이다. 한국이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다.
트럼프가 다시 돌아오면 영향을 받을 나라를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대만, 한국 순서로 꼽는 건 잘못이다. ‘푸틴은 내 친구’라는 트럼프가 돌아오면 우크라이나가 제일 먼저 낭떠러지에 서게 된다. 러시아에 국토의 5분의 1을 빼앗기고, 10만명 가까운 전사자(戰死者)를 내고 국민 수백만 명이 해외를 떠도는 상태에서 러시아와 휴전 회담을 강요받을지 모른다.
미국에서 친(親)이스라엘 로비는 막대한 자금과 표(票)와 언론과 의회 내 권력 네트워크를 동원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압력 단체다. 트럼프에겐 아랍계 미국 유권자 표보다 이스라엘 로비 편을 드는 게 이득(利得)이다. 시늉만 하고 이스라엘 문제는 피해 갈 것이다.
중국은 대만 포위 군사훈련을 통해 새 대만 총통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 새 총통은 그걸 의식해 ‘독립’이란 말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중국은 이렇게 대만을 묶어두고 트럼프 시대의 대중국 경제 압박에 대한 대책에 더 힘을 쏟고 있다.
트럼프가 만약 돌아오면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영향을 크게 받을 나라는 사실 한국이다. 트럼프 연설에서 ‘부자 나라 한국을 왜 미국이 지켜주나’라는 게 빠지면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가 됐다. 미군 주둔비 부담 증액 압력은 기정사실이다. 두통거리는 트럼프 1기 집권 기간 미·북 대화에서 한국 대통령을 따돌리는 게 습관화(習慣化)됐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은 죽이 맞았다. 문재인 회고록은 그렇게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그런 사실조차 모르는 한국 대통령의 난감한 처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트럼프가 충동적으로 주한미군 철수 운운할 때마다 트럼프를 만류했던 정통파 외교 전략가나 군(軍) 출신 현실주의자는 사라졌다. 트럼프가 새 외교 정책 시험장(試驗場)으로 한국을 선택할 위험이 커진 것이다. 미국 유권자는 반기고, 김정은에겐 불만이 없고, 한국만 희생해야 하는 카드에 구미가 당길 것이다. 미국을 타격할 북한의 ICBM을 감축하는 대가로 주한미군 문제를 건드릴지 모른다. 반면에 국가 안보도 사업(事業) 차원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이기에 핵 재처리 시설을 한국에 허용하는 것이 미국에도 수지(收支)가 맞는 거래라는 것을 설득해 볼 여지도 생긴다. 이것도 한국이 제정신일 때 시도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은 정치 때문에 경제가 주저앉고 무너진 경제 때문에 정치 혼란이 되풀이되는 남미행(南美行) 악순환(惡循環) 열차표를 끊었다. 87년에 만든 헌법 위 한국 정치는 이미 붕괴했다. 여야가 개헌 문제를 ‘국가도 살고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차원(次元)’에서 접근해 볼 때가 됐다. 두 손 놓고 함께 죽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강천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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