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망디 상륙작전 80돌 기념식에 참석하려고 5일 프랑스 파리 오를리공항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의 영접을 받고 있다. 파리/UPI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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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지 월스트리트저널이 조 바이든 대통령이 뚜렷한 인지 능력 저하 징후를 보이고 있다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내자 백악관과 민주당이 발끈하며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4일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대한 기사에서 그가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나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둘러싼 협상 등 비공개 석상에서 인지 능력 저하를 보여주는 여러 언행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몇 달에 걸쳐 의원들과 행정부 관리 등 45명을 인터뷰한 내용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올해 1월에 우크라이나 군사원조를 논의하려고 의회 지도자들을 만났을 때 “너무 작게 말해 일부 참석자들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 못했다”며, 그가 오랜 시간 동안 말을 멈추거나 눈을 감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를 보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고 있는지 의아하게 생각한 이들도 있었다고 회동에 참석한 익명의 인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바이든 대통령이 2월에 이미 천연가스 수출을 금지시켜놓고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만났을 때는 단지 검토 중인 내용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의 경우 실명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부채 한도 인상 협상을 위해 만난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결론이 난 문제를 계속 거론하기에 “‘우리가 이미 끝낸 문제’라고 말해주니까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또 “나는 그가 부통령일 때 자주 만나고 집에도 갔었다”며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됐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 이들은 주로 공화당 인사들이었지만 민주당 쪽 일부 인사들도 그의 노쇠 현상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 백악관이 이 문제를 놓고 인터뷰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월스트리트저널에 다시 연락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유리한 말을 하라고 종용했다고 밝혔다.
현재 81살로 미국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은 계속 논란이 돼왔고, 나이가 그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나라 이름 등을 잘못 말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 일과 인물들에 대해 매우 부정확한 기억을 노출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2017년에 별세한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나 1996년에 별세한 프랑수아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을 2021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혼동하는 등 인지 능력을 의심하게 만드는 말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초점을 맞춘 이 기사에 대해 백악관과 민주당은 정치적 의도에 의문을 제기하며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공화당 의원들이 몇년 동안 폭스뉴스에 해온 얘기를 월스트리트저널이 긴급 뉴스라고 보도하니까 다소 놀랍기는 하다”며 “공화당은 정치적 책략 차원에서 거짓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 능력은 멀쩡하다거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자신들이 말한 내용은 기사에서 빠트렸다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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