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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이슈 미국 46대 대통령 바이든

바이든 차남, ‘총기 불법 소지’ 재판서 유죄 평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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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오른쪽에서 둘째)가 6일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에서 열린 형사재판에 참석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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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54)이 11일 불법 총기 소유 의혹 재판에서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성추문 입막음 돈’ 사건으로 유죄 평결을 받은 데 이어, 11월 대선에서 맞붙을 민주·공화당의 유력 후보가 모두 사법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의 배심원단은 이날 평결에서 만장일치로 헌터가 유죄라고 판단했다.

헌터는 2018년 10월 자신이 마약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델라웨어의 한 총기 상점에서 권총을 구매·소지한 혐의로 지난해 9월 기소됐고 배심원단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일부터 재판이 진행됐다. 검찰은 헌터가 총기 구입 시 작성하는 서류에 ‘불법 약물에 중독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허위 내용을 작성했고, 이후 11일 동안 불법으로 총기를 소지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헌터의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달러(약 10억35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지만, 비폭력 범죄인 데다 초범인 만큼 형량은 무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자녀가 범죄자가 되는 사례가 최초인 만큼 바이든 재선 가도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선고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다.

헌터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 출신으로 상무부 등에서 일하다 2001년 투자회사를 세워 로비스트로 일했다. 아버지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부통령이었을 때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여기에 수 년간 알코올과 코카인에 중독되는 등 사생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헌터는 바이든의 약점으로 꼽히면서 일찌감치 트럼프 진영의 공격 대상이 됐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 강경파들은 바이든이 민주당 유력 주자로 치고 나가던 2019년부터 헌터가 부리스마 재직 당시 아버지의 위세를 업고 부당 이득을 챙겼다는 등의 각종 의혹을 전방위적으로 제기했다. 이후 진행된 검찰 수사를 통해 불법 총기 소유 혐의가 드러나 유죄 평결을 받은 것이다.

헌터가 마약 중독 사실을 숨기고 불법으로 총기를 구매했을 때 그는 친형 보 바이든(2015년 사망)의 아내였던 형수 할리 바이든과 연인 관계로 동거 중이었다. 할리가 헌터의 차에서 권총을 발견해 인근 식료품점 쓰레기통에 갖다 버렸고, 이 사실이 검찰 수사로 밝혀지면서 헌터가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헌터와 결별한 할리는 6일 법정에 출석해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그는 “헌터가 마약에 찌든 삶을 정리할 수 있도록 종종 그의 트럭을 청소했는데, 총을 발견하고 나와 헌터, 아이들이 다칠까 두려워 없애고 싶었다”고 증언했다.

ABC방송은 이날 “헌터가 배심원단의 평결문이 발표되는 동안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가 ‘유죄’란 말이 언급되자 자신의 법률팀을 껴안았고 배심원들이 퇴장할 때까지 앉아 있었다”고 전했다. 헌터는 재판 뒤 “유죄 평결에 대한 실망감보다 지지해준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이 크다”고 했다.

바이든은 유죄 평결 후 “재판 결과를 수용한다”면서도 아버지로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바이든은 판결 뒤 성명에서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빠이기도 하다”며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에서 벗어나 회복하는 것을 보며 가족들이 느끼는 자부심을, 사랑하는 사람이 중독과 싸웠던 많은 가족들은 이해할 것”이라고 했다.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면 그 역시 존중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은 행사가 끝난 뒤 백악관으로 복귀하지 않고, 헬리콥터를 타고 윌밍턴 사저로 이동해 헌터를 위로했고, 부자가 포옹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앞서 바이든은 지난 6일 ABC 인터뷰에서 (대통령으로서 직권으로 사면할 수 있지만) 헌터를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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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불법 총기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바이든의 ‘아들 사법 리스크’는 계속될 전망이다. 헌터는 지난해 최소 140만달러(약 19억3000만원)를 탈세한 혐의로도 연방 검찰에 기소돼 오는 9월부터 로스앤젤레스(LA)에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헌터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의 단초가 됐던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관련 의혹을 파헤치라는 공화당 강경파들의 파상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공화당 하원은 이 사안을 직접 밝혀내겠다며 자체적으로 ‘탄핵 조사’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에는 메릭 갈런드 연방 법무부장관에게 헌터 등을 기소하라고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트럼프 캠프는 이번 유죄 평결을 “중국·러시아·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 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연막”이라고 비난 성명을 내는 등 계속 의혹을 제기할 태세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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