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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오염수 괴담에 1조5000억 낭비… 野, 어민 지원법은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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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1년

조선일보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투기 중단을 촉구하며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3.8.25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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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 1년을 이틀 앞둔 22일 더불어민주당이 “괴담 운운하기 전에 바다를 처참히 망가뜨릴 일본의 핵 오염수 방류 먼저 막아내라”는 논평을 냈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민주당이 오염수 관련 논평을 낸 건 이날이 처음이다. “오염수 괴담·선동 정치를 사과하라”는 국민의힘의 공세에 대한 대응 차원이었다.

올 들어 민주당은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작년 방류 시점을 전후로 매일같이 ‘핵 테러’ ‘제2의 태평양전쟁’ 등 자극적 논평을 쏟아내고 집회, 단식 투쟁을 가리지 않던 태도에서 180도 바뀐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괴담의 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방류 1년간 우리 정부가 공해 18곳과 국내 해역 165곳에서 총 4만9633건의 방사능 검사를 실시한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전혀 없었다.

민주당은 방류가 시작된 지난해 8월 24일 전후 두 달간(7월 24일~9월 24일) 47건의 대변인단 공식 논평·브리핑을 했다.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하나 이상의 메시지를 낸 것이다. 지도부 회의 모두 발언, 대중 집회에서의 발언, 개별 의원들의 기자회견까지 따지면 이 기간 민주당에서 나간 ‘오염수 규탄’ 논평, 기자회견은 수백 건이 넘는다. 방류 당일인 8월 24일 비상 의총에서 이재명 대표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때 총과 칼로 태평양을 유린했다면 이제는 방사능으로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꼴”이라고 했다.

그러나 올해 민주당 대변인단에서 나온 오염수 관련 논평·브리핑은 17건에 불과하다. 이것도 대부분 일본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여러 사안 중 하나로 언급한 수준이었다. 22대 국회 들어서는 한 건도 없다가, 22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가에 큰 해를 끼치는 괴담 정치를 반드시 종식하도록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대응 메시지를 낸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작년 여름 민주당은 주말마다 범국민 대회를 열었다. 7월 1일 서울 숭례문 근처에서 연 집회에서는 “핵 오염수를 마셔보고 가족들에게 권유하기 바란다”(정청래 의원), “저는 X을 먹을지언정 후쿠시마 오염수, 먹을 수 없다”(임종성 의원) 같은 발언이 나왔다.

이재명 대표는 “집권 여당이 ‘(오염수를) 매일 1리터, 10리터씩 마셔도 아무 상관 없다고 하는 돌팔이 과학자를 불러다 발표하는 게 바로 국민을 우롱하고 괴담을 퍼트리는 것”이라고 했다. 과학적 근거를 내세우는 전문가들을 ‘돌팔이’라고 매도한 것이다. 양이원영 의원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를 검토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향해 “IAEA는 유엔 산하 기구가 아니다”라고 했으나, 이는 허위였다.

민주당은 호주·피지·마셜제도 등 태평양 도서국 18곳 정부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연대하자는 서한을 보냈다. 167석의 거대 야당이 일본의 3석짜리 야당 사민당과 ‘국제 연대’도 했다. 방한한 오쓰바키 유코 일본 사민당 의원이 국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우원식 의원을 찾았다.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후쿠시마 원전을 운영했던 도쿄전력 본사를 방문하겠다며 출국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런 국가적 소요로 인해 수산물 안전성 검사와 각종 소비 촉진 행사로 지난 3년간 1조5000억원 이상의 나랏돈이 투입됐다. 이중 90% 이상은 수산물 소비 촉진과 어업인 경영 안정 자금이다. 괴담이 없었다면 나가지 않았을 돈인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당론으로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피해 어민 지원 등의 ‘후쿠시마 4법’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22대 당론 법안 목록에도 후쿠시마 4법은 없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동안 어민과 상인들의 피해와 투입된 막대한 혈세는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김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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