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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AI 3대 천왕’ 얀 르쿤 교수 “韓, 연구 최고 노하우 지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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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AI의 미래와 글로벌 AI프런티어 랩에 대해 설명하는 얀 르쿤 교수.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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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인공지능(AI) 연구소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생겼다. AI를 연구하는 한국의 학자와 기업인들은 이곳을 통해 뉴욕대(NYU)의 AI 연구진과 연결될 전망이다. 뉴욕대는 이른바 ‘AI 3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얀 르쿤 교수가 있는 곳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메트로테크센터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뉴욕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 AI 프런티어랩’ 개소식이 열렸다.

글로벌 AI 프런티어랩은 정부가 한미 AI 연구개발(R&D)의 교두보를 만들기 위해 세운 곳이다. 과기정통부가 2028년까지 5년간 450억 원을 투입하며, 뉴욕대는 이에 맞춰 총 3150만 달러(약 421억 원) 상당의 현물자원·인력·인프라를 제공한다.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국내 연구진들은 해외 파견 형식으로 현지에서 연구를 수행할 전망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국의 수많은 대학 가운데 뉴욕대를 선택한 건 르쿤 교수가 있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AI 프런티어 랩을 통해 세계적인 AI 국제공동연구 플랫폼을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경현 뉴욕대 교수와 함께 공동 연구소장을 맡게 된 르쿤 교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 등과 함께 ‘AI 3대 천왕’으로 불린다. 지금의 딥러닝을 가능케 한 인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컴퓨터과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수상했다.

르쿤 교수는 이날 개소식 기조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AI를 인간만큼 똑똑하게 만들려면 지금과 매우 다른 근본적인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글로벌 협업이 필수적이며, 한국은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큰 이점을 가진 나라”라고 말했다. 그 내용을 일문 일답으로 정리했다.

ㅡ글로벌 AI 프런티어 랩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첫 번째로 ‘프런티어’를 꼽고 싶다. AI에는 할 일이 많다. 우리는 때로 ‘AI는 해결된 문제지. 이제 더 큰 컴퓨터랑 더 많은 데이터만 있으면 돼’라고 생각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 AI 시스템을 동물이나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매우 근본적인, 중요한 연구가 많이 필요하다.”

ㅡAI는 지금도 똑똑해 보이는데.

“사람들은 AI 시스템이 언어를 생성할 수 있다는 사실에 ‘속고’ 있다. 지적인 존재, 다시 말해 인간이 언어를 쓰기 때문에 AI가 언어를 쓰면 지능이 높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날 많은 AI 시스템은 엄청난 메모리로 엄청난 양의 자료를 읽고 통합해 말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똑똑하진 않다.

예를 들어보자. (테이블 위의 명패를 손가락으로 밀며) 내가 이 정도 힘을 줘서 명패를 밀었을 때 이 명패는 밀리지만, 같은 힘으로 테이블을 밀면 밀리지 않는다. 이건 고양이라도 몇 주만 지내보면 깨닫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 AI는 모른다. 또 다른 예로 17살 청년이 20시간만 연습하면 ‘레벨5(완전 자율주행)’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우린 아직 레벨5 운전 자동차를 갖고 있지 않다. 집안 청소나 식탁 정리, 식기 세척기 돌리기는 10살짜리 아이도 힘들지 않고 단번에 배우는 일이다. 하지만 아직 AI는 못한다.

그런 면에서 AI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전까지는 ‘AI의 승리’라고 말할 수 없다.”

ㅡ그런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 수 있나.

“현재의 AI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이다. 일반적인 LLM은 20조 개의 단어 토큰으로 학습된다. 각 토큰은 일반적으로 3~4바이트에 저장된다. 따라서 학습되지 않은 데이터의 총량은 약 60조 바이트 정도다. 6뒤에 0이 13개 붙은 건데, 쉽게 말해 한마디로 엄청난 양의 정보다. 우리 중 누구라도 그 자료를 읽으려면 수십만 년이 걸릴 거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텍스트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실제로 심리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인간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얻는다. 4살 짜리 아이가 일생 동안 깨어 있는 시간은 총 1만 6000시간이고, 이 가운데 1000시간을 ‘본다’고 한다. 시각이나 촉각 같은 감각 피질에 얼마나 많은 정보가 전달되는지 추정해 보면 약 10의 14승 바이트 정도다.

한 마디로 4살짜리 아이는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크고 평균적인 AI모델보다 시각이나 촉각을 통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것이다. 그러니까 텍스트에 대한 훈련만으로는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수 없다. 세상을 보고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학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향후 몇 년 동안 계속될 큰 도전이자 기술적 과제다.”

ㅡ기대하는 혁신의 모습은.

“내가 기대하는 첫 번째 혁신은 동물이나 인간처럼 기본적으로 비디오(시각)를 보면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 그리고 세상과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현재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아키텍처는 텍스트 기반의 LLM이 아니다. 심지어 생성형(generative) 모델도 아니다. 모두가 생성형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비디오에 적합한 시스템은 생성형 AI가 아니다. 그건 전혀 다른 유형의 아키텍쳐여야 한다.”

ㅡ성공하면 어떻게 될까.

“추론하고 계획해서 일련의 동작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상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다음 이러한 시스템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일련의 작업을 계획해서 AI를 구동할 수 있게 될 거다. 아마도 가정용 로봇이 자동차를 운전할 것이고, 상식이 있는 시스템이 나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 지식의 저장소가 될 수 있는 AI 시스템도 생길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5년이 걸릴 수도 있고, 10년이 걸릴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로봇 공학은 AI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연구소에서 더 많은 젊은이들이 이 분야에서 일하며 한계를 뛰어넘고 창의력을 발휘하기를 바란다.”

ㅡAI 분야에 몸담고 싶은 젊은이들은 무엇을 공부해야 할까.

“AI는 다양한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의 분야 또는 학문이 됐다. 당연히 컴퓨터 과학을 배우라고 할 것이다. 수학, 물리, 전자공학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컴퓨터 과학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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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르쿤 뉴욕대 교수가 24일(현지시간) 글로벌 AI 프론티어 랩 개소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르쿤 교수의 영어 연설은 한국 기업이 개발한 AI번역기 플리토(Flitto)를 통해 실시간 번역돼 화면에 전송됐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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ㅡ‘프론티어’에 이어 두 번째로 꼽을 중요 가치는.

“‘글로벌’이다. AI 연구는 글로벌 해야한다. 개방적이어야 하고, 다양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문화를 이해해야 하고, 세계의 모든 가치 체계와 관심의 중심을 이해야 한다.

그 이유는 인간과 디지털 세계의 모든 상호작용이 AI 시스템에 의해 매개되는 미래가 그리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정보를 AI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될 것이란 뜻이다. 우리에게 언론과 미디어의 다양성이 필요한 것처럼, 같은 이유로 AI 시스템에도 다양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AI 시스템이 미국 서부(실리콘밸리)의 몇몇 빅테크에 의해 생산되면 한국어나 프랑스어, 전 세계의 방언을 구사할 수 있겠나. 못한다.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데이터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데이터의 편향성이 생긴다. 영어처럼 인터넷에 많은 자료가 공개된 언어는 잘 처리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격차가 생기게 된다. 전 세계에는 약 7000개의 언어가 있다.

결국 AI 연구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AI 플랫폼이 오픈 소스일 때만 이런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다른 회사들과 달리) 메타가 오픈 소스로 개발한 코드를 계속 공개하고 배포하고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내가 다른 회사가 아닌 메타에서 일하는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ㅡ글로벌 AI랩 만의 특징이라면.

“이 연구소는 미국 동부와 한국 사이, 전 세계의 거의 절반을 연결하고 있다. (사람들이 보통 뉴욕을 그렇게 생각 안하는데) 오늘날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용된 많은 기본 기술이 뉴욕대에서 발명됐다. 그래서 실제로 뉴욕에는 매우 활기찬 AI 연구 및 개발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아마 전 세계에서 뉴욕과 비슷한 곳은 실리콘밸리와 프랑스 파리 정도라고 생각한다.”

ㅡ한국의 가능성은.

“난 한국이 큰 이점(huge advantage)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컴퓨터 공학) 이론부터 알고리즘, 애플리케이션, 하드웨어, 그리고 로봇공학까지 모든 스펙트럼을 아우르는 최고의 연구를 가진 나라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는 미국과 한국 뿐이다. 세계 다른 나라들을 생각해보면 어떤 나라도 이 두 나라와 같은 동일한 수준의 우수성을 갖추고 전체 스펙트럼을 커버하지 못한다. 특히 한국은 전자기기 제조 및 로봇 공학의 기본 기술 측면에서 매우 좋은 위치에 있다. 앞으로의 10년은 로보틱스의 10년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주 중요하고 기대가 된다.”

ㅡ빅테크(거대 기술기업)가 아닌 작은 기업이나 정부 주도 연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프랑스, 아랍에미리트, 중국 등 다양한 지역에서 정부 주도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시스템은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유는 빅테크에서 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뒤처져 있었기 때문이다.

빅테크의 장점은 인재, 전문성, 컴퓨팅 리소스에 대한 투자다. 메타나 GPT제품군, 구글 등의 LLM은 엄청난 컴퓨팅 리소스, 많은 전문 지식, 수백 명의 엔지니어, 수천 명의 인력이 필요하다. 시스템을 미세 조정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이 들지만 비용이 증가하는데 반해 성능은 포화 상태에 도달하고 있어 수익이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전 세계 어느 정부가 노력해도 이에 필적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메타의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상업적 용도를 포함해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오픈소스를 배포하는 게 가장 좋은 모델이다. 이것이 전체 AI 시스템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반이 된다.

앞으로 일어날 일은 메타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필요한 연산과 데이터의 양이 너무나 방대하고, 확보해야 하는 데이터의 다양성이 너무 커서 협업 프로젝트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메타는 이미 인도나 아랍에미리트 등 각국 정부와 협업하고 있다. 한국도 기술 업계와 파트너십을 맺어야 한다.”

ㅡAI의 발전에 대해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만약 당신이 학계, 산업계, 정치계의 리더라면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매우 익숙할 거다. 난 확실히 익숙하다(웃음).

미래에 AI와 우리의 관계도 이런 관계일 것이다. 특정 영역에서 우리보다 더 똑똑할 순 있겠지만 우리는 AI의 상사가 될 것이다. AI는 우리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릴 위해 일하는 똑똑한 직원들 덕에 리더의 역량이 올라가는 것처럼 말이다.”

ㅡ랩을 통해 집중하고자 하는 분야는.

“첫 번째는 가장 큰 도전 과제가 있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AI를 위한) ‘기초(foundations)’ 분야다. 두 번째는 의료 및 의학에의 적용이다. 세 번째는 책임감 있는 AI다.”

ㅡ시장에서는 현재 AI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과잉이라는 시각도 있다. 낭비일까?

“어려운 질문이다. 먼저 AI의 발전 흐름에 대해 설명하고 싶다. 지금까지 AI는 선형적이거나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매우 간헐적이었다. 1980년대에는 빠른 발전이 있었고 1990년대에는 더딘 발전이 있었다. 오늘날 딥러닝으로 각광받는 기술은 거의 버려진 상태였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는 거의 아무도 오늘날 AI 시스템의 기반이 되는 딥러닝에 대한 연구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 후반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는 2010년대 초에 획기적인 발전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 혁신은 음성 인식 분야였고 두 번째는 2013년경의 이미지 인식 분야였다. 2015년경 자연어 이해가 이뤄지면서 세 번째 혁신이 일어났다.

하지만 실제로 적절한 투자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고 본다. 첫째로 만약 5년에서 10년 안에 인간 수준의 지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근처에 달성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 나온다면 현재의 투자가 아깝지 않을 거다. 하지만 반대로 AI기술이 지금의 연장선에 그쳐 성숙 상태에 이르러 획기적 발전을 할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투자가 거품처럼 보일 것이다.

만약 우리가 성공한다면 AI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아마도 15세기 인쇄기 발명의 영향과 비슷할 것이다. 인쇄술은 르네상스와 계몽주의와 사회 조직의 완전한 변화를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AI가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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