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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중대재해법 시행 후

[단독] 중대재해처벌법 2년9개월동안 실형은 4건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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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민주노총·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 등 노동자들이 7월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연 ‘아리셀 교섭 회피 규탄 및 정부대책 촉구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에 앞서 한 노동자가 아리셀 희생자의 얼굴 없는 영정 23개를 살펴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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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27일부터 산업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엄벌하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법 시행 2년9개월 동안 실형 선고는 4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한겨레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통해 입수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부터 지난 18일까지 1심이 선고된 사건 판결문 27건을 보면, 실형 선고 사례는 단 4건(14.8%)에 불과했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20건(74.1%)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 2건(7.4%), 무죄 1건 등의 순이었다. 유죄가 인정된 법인에 선고된 평균 벌금액은 1억4346만원으로, 이례적으로 20억원이 선고된 삼강에스앤씨를 제외하면 6920만원으로 집계됐다.







법 시행 이후 4번째 실형 선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4번째 실형 선고는 지난 16일 나왔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이선호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기성건설(현 바론건설) 대표이사 신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판결문을 보면, 기성건설은 지난해 2월부터 경기 안성에서 다른 건설사가 경영난으로 시공을 포기한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아 진행하면서, 설계공법 변경에 따른 구조 안전성 검토 없이 동바리(타설된 콘크리트가 굳을 때까지 하중을 지지하는 가설 자재)를 설치했다. 시방서(공사지시서)도 없이 작업자들의 ‘감’에 따라, 전문 목수도 아닌 청소팀 노동자들까지 투입돼 해당 건물 2~8층까지 동바리가 설치된 가운데 지난해 8월 건물 9층에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시작되면서 하부 동바리가 붕괴됐다. 친형제 사이인 베트남 국적 노동자 2명(22·30살)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위험성 평가는 노동자 참여, 의견 청취 없이 형식적으로 실시됐고, 개선 절차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위험성 평가가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기성건설은 위험성평가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서명을 위조하기도 했다. 기성건설은 사고 넉달 전 동바리 조립 관련 안전 조처 위반 지적을 받았고, 신씨가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세번이나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 판사는 “안전의식 부재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노동자 안전의무를 소홀히 해 죄책이 무겁다. 피해자와 합의를 마쳤다 하더라도 실형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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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법 위반 전력에도 ‘집유’ 사례도





실형 선고를 받은 다른 세곳(한국제강·엠텍·삼강에스앤씨)도 과거 산업재해가 발생했거나, 지적된 안전 조처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8월 삼강에스앤씨 판결문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취지를 적극 설명하면서 실형 선고 이유를 밝힌다. 1년 동안 노동자 3명이 산업재해로 숨졌음에도 “(대표이사가) 시간·비용 등의 절약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노동자의 안전 보장은 뒷전으로 하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를 파악하여 해결하기 위한 조치와 노력은 소홀”했다며 “피고인(대표이사)을 사회에서 상당기간 격리하여 철저한 반성 및 재사회화의 과정을 거치게 하고, 노동자 안전보장보다 시간·비용의 절약을 우선하며 얻어온 수익을 박탈하고 위와 같은 입장을 유지하는 것을 포기하게 할 수준의 벌을 받게 하지 않으면 또다른 산업재해가 발생할 개연성이 있다”며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집행유예 판결 20건 가운데는 과거 경영책임자가 여러차례, 법인이 수십차례 산안법을 위반한 경우도 여럿이다. 대표이사가 산안법 위반 전과가 3번 있는 ㅇ건설사와 ㅅ건설사, 법인이 수십차례 산안법을 위반한 ㅈ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양형이유에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한다고 언급한 사례가 15건으로 많았는데, 무죄를 다투기보다 반성한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 집행유예 사유의 하나로 꼽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얼마되지 않아 발생한 사건의 경우 “안전보건확보체계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라는 것이 참작 사유가 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구체적 양형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다혜 변호사(법률사무소 고른)는 “법원의 선고 형량은 기존 산안법의 안전·보건조치 의무위반 치사죄의 기본 양형 기준인 징역 1년~2년6개월 정도거나 이에 못 미친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죄의 별도 양형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감형 요소에 대한 엄밀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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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금액 잘못 계산”…무죄 1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1심 판결 가운데 무죄는 단 한건이었다. 무죄 이유는 경영책임자의 책임이 아니라는 이유가 아니라, 법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지난 16일 대구지법 영덕지원 형사1단독 김선역 판사는 2022년 7월 경북 영덕에서 상수도 공사 현장에서 화물차 기사가 휴식을 취하던 중 차량과 담벼락에 끼어 숨진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ㅈ건설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ㅈ건설은 2020년 한국수자원공사와 42억여원에 공사를 시공하기로 계약했는데, 검찰은 관급자재비용 10억여원을 공사금액을 포함해 전체 공사금액이 50억원이 넘는다고 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고용노동부가 도급인이 제공하는 재료비용은 공사금액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27일 전까지는 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인 경우엔 적용되지 않았다.



김 판사는 “공사금액은 1차적으로 당사자 사이에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 해석으로 보인다”며 “법률에 명문의 규정이 없음에도 입법목적을 앞세운 해석을 통해 처벌의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그 규제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정신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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