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을) 강행하는 게 맞겠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
금투세 존폐의 칼자루를 쥔 '과반 야당'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결국 금투세 폐지를 결단했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내년 1월 금투세 시행을 방치했다가 자칫 주가가 폭락할 경우 대권 가도에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고 했는데, 정권 교체를 위해 가치보다 실리를 우선하는 실용주의적 접근을 택했다는 관측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 7월 당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주식시장 악화의 원인을 정부가 제공했는데 시장이 조금 올랐는데 세금을 부과하면 (투자자들이) 억울할 듯하다. 시행 시기의 문제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며 금투세 도입 여부에 대한 당내 논의에 불을 지폈다.
금투세는 2020년 말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증시 부진과 맞물려 투자자들로부터 거센 반발에 직면했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의 과세 표준을 통일시키기 위해 추진됐으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해 실현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제도다. 국내 상장 주식 및 관련 펀드 등의 양도차익으로 인한 금융소득이 5000만원을 넘길 경우 과세된다. 소득이 3억원 이하일 경우 5000만원을 공제한 후 금투세 20%와 지방소득세 2%가 합해져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3억원을 초과하면 공제 후 27.5%의 합산세율이 적용된다. 해외주식·비상장주식·채권·파생상품의 경우 금융소득이 250만원을 넘기면 과세 대상이 되도록 했다.
이같은 내용의 금투세 시행을 두고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해 사실상 입법의 키를 쥔 민주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9월 공개적으로 찬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금투세 시행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과세체계 합리화와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원칙을 내세운 반면 반대하는 측에서는 우리나라가 담세 체력을 갖추지 못했음을 지적했었다. 논의 과정에서는 민주당이 과거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밀어붙여 정권을 내줬다는 비판도 나왔었다. 이연희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2017년 33만명이던 종부세 대상자가 2021년 91만명으로 늘었다"며 "2022년 대선 당시 서울에서만 31만표차로 지면서 대선에 패배했다. 지금 금투세 논쟁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과세 논쟁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렇듯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민주당이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거나 제도를 보완해 시행하는 쪽으로 결론 내릴 것이란 관측이 대두됐고 결정권은 결국 당 지도부에 넘어갔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 디베이트(토론회):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에서 시행·유예팀 의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2024.9.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관련 논란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 대표는 "당연히 원칙을 따지면 (금투세 제도) 개선 후 시행이 맞다"며 "(금투세) 면세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거나 이연(이월공제)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했었다. 다만 그것으로는 도저히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개선해 시행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았다"며 "아쉽지만 주식시장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여당의 정책에 동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만일 금투세 시행을 2년 유예한다면 2년 뒤에도 같은 논란이 반복될 것이란 점을 고려했단 뜻으로 풀이됐다.
이 대표는 "원칙과 가치를 저버렸다고 하는 진보진영의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증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앞으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금투세 폐지를 결정하면서도 최근 국내 증시가 선진 증시 대비 부진한 원인이 정부·여당에 있음을 지적하고 넘어갔다.
이 대표는 "첫째로 주가 조작이 만연하다. 수십 년간 저도 주식투자했지만 주식시장에서 시세 조종, 통정 매매, 허위 공시 작전, 이런 게 횡행하다"고 했다. 이어 "우리 증시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우량주 장기투자도 매우 어렵게 됐다. 우량주라 믿고 장기 투자했더니 대주주가 지배권을 남용해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며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문제가 심각한데 아무 대책이 없다. 대한민국 경제산업 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고 했다. 아울러 "똑같은 주식인데 대한민국 주식은 다른 나라 주식보다 저평가된다. 소위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이라며 "지금 정부가 나서서 전쟁 위기를 조장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점점 심화시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했다.
향후 민주당은 금투세를 폐지하는 대신 이사회의 충실 의무를 주주로 확장하는 내용 등이 담긴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법 개정을 포함,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자본조달 시장으로서의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게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으로 변화시켜 대주주가 횡포를 부릴 수 없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산업 경제정책을 충실히 준비해 대한민국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제고되도록 할 것"이라며 "한반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정부 정책이 실망스럽다. 야당 역할이 충분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좀 더 노력하겠다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의 이같은 발표 이후 이날 오전 11시8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1.14% 오른 2571.46을 기록중이다. 2549.04로 시작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발표 후 장 중 오름폭을 키웠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