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는 10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윤석열 정부가 국정 동력 회복을 꾀하면서 4대 개혁(연금·의료·노동·교육 개혁) 추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윤 정부의 개혁 방식이 ‘사회적 합의’ 과정을 무시하는데다 장기 비전도 없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5일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국정 성과 및 향후 과제’ 브리핑을 열어 “남은 2년 반 정부는 개혁을 통해 빨리 체감할 수 있는 민생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4대 개혁 추진 상황 등을 설명했다.
의료·연금개혁, 공적보장에 역행
우선 성 실장은 “27년 만의 의대 정원 확대”를 의료개혁 성과로 추켜세웠다. 연금개혁 역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지 2년여가 지난 9월에야 정부안(보험료율 9%→13% 인상, 소득대체율 42% 유지 등)을 제시했는데도 “21년 만의 단일 개혁안”이라며 조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윤홍식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문제는 기초적인 사회적 합의를 거쳐 4대 개혁을 이루겠단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특히 의료·연금 개혁은 공적 보장을 약화시키고, 민간과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추진되고 있어 문제”라고 말했다.
의료개혁이 제대로 된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되면서 8개월 넘는 의료공백으로 시민과 환자 걱정은 커진 데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이를 두고 정백근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할 전략 없이 양적으로만 의대 정원을 늘린 지금의 정책은 오히려 수도권에 의사가 집중되는 현상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비판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사무처장은 “내년에 전공의들이 새로 배출되지 않을 것이고, (현재로선) 여야의정 협의체 등 협상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연금개혁 역시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성패가 달려 있는데도 속도만 강조한 채,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소극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정부안에 담긴 자동조정장치, 세대 간 차등 보험료율 인상 등 논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려는 토론은 사실상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주은선 경기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민연금에 대한 세대 간 연대를 구축하는 논의를 해야하는 상황에서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안을 내놨다”고 말했다.
불공정한 노동정책·단발적인 교육정책
성 실장이 이날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 감소 등 노동개혁과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교육개혁의 성과로 제시한 것 역시 ‘방향성 잃은 빈 수레’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정부는 노조에 불공정한 법치주의로 노-정 갈등을 유발했고 법치의 기준이 공정하지 않은 탓에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낮다”며 “근로손실일수 감소가 노동개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계속고용 로드맵’과 관련해 “연내 마련 목표로 집중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정년연장 등 계속고용 문제나 노사관계 등 노사정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를 사회적 대화나 충분한 논의 과정 없이 속도를 내어 추진한다는 것은 결론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것이라 문제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 역시 한 설문조사에서 “사회적 공론화 절차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2.1%인데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 중이다.
더욱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교육개혁’ 성과를 두고 교육계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조적 개혁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내렸다.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는 “사교육 문제와 학벌 경쟁, 입시 제도 등 교육계에 산적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기 위해 구조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단발적인 정책을 내세우는 데 그치고 있다”며 “이전 정부들은 ‘혁신적 포용교육’(문재인 정부), ‘행복교육’(박근혜 정부), ‘교육 선진화’(이명박 정부) 등의 비전을 제시했지만 현 정부는 ‘개혁’이라 칭할 만한 지향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킬러문항 배제 등 너무 지엽적인 것들을 성과라고 내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H6s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권력에 타협하지 않는 언론, 한겨레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