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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3모작도 가능한 땅에…“200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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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로힝야 족이 2017년 11월1일(현지시각) 미얀마에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팔롱할리로 가고 있다. 최소 2000여명 이상의 지치고 굶주린 로힝야 난민들이 박해를 피해 나프강을 건너 입국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팔롱할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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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로힝야의 주요 거주 지역이면서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 간 내전이 치열한 미얀마 서부 지역에서 식량 생산이 급감해 200만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 7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 서부 변경인 라카인 지역에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 간 내전 등의 영향이 더해져 “라카인이 급성 기근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유엔개발계획은 보고서에서 “2025년 4월까지 식량 생산은 필요한 수요의 20%에 그칠 정도로 줄고, 교역 중단까지 겹쳐 이 지역 주민 200만명 이상이 기아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은 라카인주 인구가 300만명이라고 보고 있다.



미얀마 라카인주는 방글라데시와 접한 변경으로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족이 많이 사는 곳이다. 미얀마의 또다른 소수민족인 라카인(아라칸)족이 많이 거주하며 반군인 아라칸군대의 주요 활동 지역이다. 2021년 군사 쿠데타 발발 이전에도 라카인족과 로힝야족의 갈등 그리고 이에 편승한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으로 불안한 지역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27일 미얀마민족민주연합군(MNDAA), 타아웅(타앙)민족해방군(TNLA), 아라칸군대가 연합해 군사 정권을 공격하는 ‘1027작전’을 시작한 뒤, 라카인 봉쇄가 더욱 심해졌다. 보고서는 기존엔 최소 8~10개인 라카인 무역 경로가 ‘1027’ 작전 뒤 단 2개로 줄었다고 했다. 물품 운송 횟수도 급감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에서 라카인으로 물품 반입되는 횟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기존 10차례에서 2차례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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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라카인 지역의 무역 경로는 2023년 10월 이전(왼쪽 지도) 최소 8~10개에서 이후(오른쪽 지도) 2개로 크게 줄었다. 유엔개발계획(UNDP) 보고서 ‘라카인 : 조성 중인 기근’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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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 생산과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라카인 지역은 비옥하고 넓은 농토가 있고, 쌀 생산에도 적합한 기후지만 주식인 쌀 생산이 크게 줄고 있다. 종자와 비료 등 공급이 어려워지고 소수민족 탄압 등이 거세져 농업 인구도 거주지를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 지역에선 지난해 필요한 식량을 60% 조달할 수 있었지만, 내년엔 이 수치가 20%로 떨어져 2025년 중반엔 기근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근이 본격화하지 않은 지금도 51만명의 라카인 주민이 유엔 기구 등의 원조에 식량을 전적으로 의존한다고 알려졌다. 기아 위기에 처한 일부 주민은 동물 사료로 쓰이는 쌀겨를 먹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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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힝야족이 거주하던 마을인 미얀마 라카인주 북부 고두 자라 마을에서 2017년 9월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민가가 불타고 있다. 라카인/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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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개발계획은 인도적 지원이 바로 라카인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요한 조치로는 식량 등 필수 물품의 반입, 활동가의 접근과 안전 보장, 농업 분야 회복을 위한 긴급한 재정 투입 등이 있다. 이들은 “심각한 기근이 더 심각한 결과를 낳는 걸 피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긴급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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