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6 (화)

“여기 있으니 안 죽길 잘했다…도움 필요하면 꼭 연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발표자료 화면에 연대의 메시지를 띄우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상담소)가 주최하는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지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공연장 서교스퀘어에서 열렸다. 상담소는 2003년 제1회를 시작으로 2018년까지 14회에 걸쳐 이 대회를 진행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6년 만에 다시 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의 주제는 ‘발화’였다. 생존자의 말하기(發話), 가해자 중심적 구조와 인식에 던질 폭탄에 불붙이기(發火), 그리고 연대자들이 늘어나도록 피해자 관점의 문화 예술의 꽃 피우기(發花)다.



이 대회는 성폭력 경험으로 인해 무력하게 살아가는 ‘피해자’가 아닌, 최선을 다해 성폭력에 대응하며 적극적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생존자’들의 연대의 장이다. 말하기 참여자인 ‘이끔이’ 여섯 명과 그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표현해주는 듣기 참여자 ‘응답이’가 이날 공연장을 채웠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자신의 내면을 상징하는 곰인형과 대화하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생존자를 향한 따뜻한 응원의 의미로 휴대전화 불빛을 켜달라고 하자 응답이들이 화답하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가해자에 대한 기억을 상징하는 풍선을 터트리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끔이들은 한 사람씩 무대에 나와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마치 남의 이야기인 듯 술술 말하다가도 과속방지턱을 만난 듯 ‘덜컹’하고 흔들렸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눈물을 삼켜야 했다. 힘들게 했던 사람, 무서웠던 시간, 고마웠던 사람, 따뜻했던 말 한마디를 말할 때가 그랬다.



객석에 앉은 응답이들도 함께 울고 웃었다. 이끔이들의 떨림에 공명해 손을 들어 말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발화는 하나같이 감사 인사로 시작했다. “살아서 여기 나와 이야기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제 이야기를 해볼게요.” 이름도 모르는 서로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는 표현의 훌쩍임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응답이 중에는 이끔이 중 한 명의 어머니도 있었다. 진행자가 마지막 순서로 넘어가려는 순간, 어머니는 손을 번쩍 들어 마이크를 넘겨받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꼭 사과하고 싶어서요. 우리 딸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말했을 때, 엄마가 제대로 들여다봐 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 이끔이는 “엄마 고마워. 이 순간을 잊지 못할 거야”라고 화답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이끔이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끔이와 응답이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생과 사에 대해 말했다. 그러나 연대를 말할 땐 목소리가 단단해졌다.



“올해 정말 죽으려고 계획을 하고 실행을 하다가 멈추기도 했어요. 오늘 여기 있으니 그때 안 죽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끔이)



“연대가 정말 중요해요. 이 자리에 도움이 필요하신 분들이 계신다면, 꼭 저에게 연락해주세요. 제가 가진 ‘달란트(재능)’로 꼭 여러분을 돕고 싶습니다.” (응답이)



“응원해주고 지지하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생존자 여러분, 살아있어 줘서 감사합니다.” (이끔이)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응답이가 생존자들을 향해 엽서를 쓰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겨레

제15회 성폭력 생존자 말하기 대회가 한국성폭력상담소 주최로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스퀘어에서 열려 응답이가 생존자들을 향해 쓴 쪽지가 붙어 있다. 김영원기자 forever@hani.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담소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마다 성폭력 생존자 자조 모임 ‘작은말하기’를 진행하고 있다. 대회는 특정 시기에만 열려 참가자들의 긴밀한 소통이 이어지기 어렵다면, 작은말하기는 생존자들이 일상적인 말하기를 통해 서로 연대할 수 있는 공간이다. 참여를 원하는 이는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페이지 공지사항(https://www.sisters.or.kr/notice/event)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세상의 모든 책방, 한겨레에서 만나자 [세모책]

▶▶핫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