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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3 (화)

‘소방관’ 곽경택 감독 “아, 곽도원...고난 겪으며 겸손해져”[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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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살얼음판 걷는 기분...모든 평가 운명으로 받아들일 것”
“소방관 희생에 바치는 헌사...관객이 ‘불’을 무섭게 느꼈으면”


스타투데이

곽경택 감독.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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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현장. 매일 그곳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그러나 때로는 소중한 동료를 잃기도 하는...그 분들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고 치유할지 궁금했어요. 저마다의 방식으로 버티시더군요. 특별한 사건, 자극적인 장치, 기교 없이 오롯이 전하고 싶었어요. 이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요.”

무려 4년 만이다. 어렵사리 ‘소방관’을 내놓는 곽경택(58) 감독은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이같이 말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곽 감독은 근심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 또한 ‘소방관’을 떠올리면 누구나 떠올리는 단어 ‘희생’, 이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다. 관객들이 바라는 건 불을 보면 조금이라도 더 무섭길, 무심코 저지른 나의 실수가 엄청난 비극을 불러올 수 있다는 걸 한 번이라도 더 느껴주길 바란다고. 다만 메인 주연인 ‘곽도원 리스크’로 그 진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까봐 무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영화 ‘소방관’은 2001년 서울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다. 2001년 서울 홍제동 방화 참사를 소재로 한만큼 한없이 신파로 흘러도 무리가 없는 구조지만 곽 감독은 뚝심 있게 담백함으로 승부한다. 뜨거운 진정성을 담았기 때문.

비극적 소재를 최대한 절제하며 꾹꾹 눌러담아 소방관의 헌신과 희생을 부각, 애써 눌러온 슬픔의 눈물을 관객에게 맡긴다. 영화계에선 일찌감치 웰 메이드로 소문이 났지만,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어 주연 배우 곽도원의 음주운전 논란, 투자배급사까지 바뀌면서 4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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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방관’.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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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영화 가운데 가장 오글거리는 대사가 많다”고 운을 뗀 곽 감독은 “신파를 억누르고 담백하게 감정을 걷어냈다는 평이 많아 솔직히 놀랐다. 나름대로는 감정이 많이 담겼다고 생각한다. 실화의 힘을, 그 안의 인물들의 상처를, 자가 치유 과정에서 느꼈을 저마다의 고통을 진정성 있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만난 소방관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명료하다는 점이었다. 기질도 세다. 내재된, 타고난 희생정신이 있는 것 같았다. 굉장히 덤덤하게 불이 나면 들어가야지, 안에 누군가 있다면 구해야지, 어떤 상황이라도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이 일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으시겠어요. 만나보고 이야기를 듣고 관찰해보니 각자의 방식으로 자가치료를 하고 계시더군요. 덤덤하게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버티는 모습이, 그들이 견뎌내는 방식이 제겐 그 어떤 것보다 슬프게 다가왔어요. 그래서 억지로 신파를 끌어내지 않고, 특별한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았어요. 다소 지루할지라도 그걸 말하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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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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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관계도 단순화했다. 곽도원이 연기한 ‘진섭’은 전국 구조 건수 1위를 달리는 구조대장이다. 현장에서 본능적 판단을 중요시한다. 구조대원보다는 구조자 생명을 우선시한다. 철웅(주원 분)은 그로 인해 형 용태(김민재 분)를 잃는다. 한 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한 인기(유재명 분)의 신념과 용태가 가진 울분은 충돌한다. 그렇게 곽도원·주원이 작품을 이끈다.

곽경택 감독은 “주원 배우를 제외하곤 본능적으로 연기할 것 같은 배우들로 섭외했다. 저마다의 캐릭터에 어울릴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원에게 준 미션은 두 가지였다. 어떤 인물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크게 바뀌는, ‘성장’의 진통을표현해달라는 것과 진섭(곽도원 분)과 일대일로 붙었을 때 밀리지 말라는 것”이라며 “센 기운의 선배 배우와 붙었을 특히 눈빛이 밀리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정말 잘 해줬다”고 만족해했다.

곽도원에 대해서는 “모든 질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처음 곽도원 배우의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물은 건 ‘다쳤냐’였다. 일단 무사하다니 한 숨 쉬며 안도했고. 그 다음에 험난한 길을 걷겠구나 생각했다. 원망스러웠지만 난 내 일을 해야 했다. 이 친구가 저지른 일은 되게 큰데 나는 감정을 배제하고 인물에 이입을 해 이 작업을 마쳐야하니 고통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며칠 전 시사회 할 때 곽도원 편집 분량이 있냐는 질문이 있었다. 사실 요즘처럼 영화를 찍고 홍보, 마케팅을 하는 데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는 느낌인데 음주 부분을 다 빼버렸다. 이야기의 흐름상 필요한 건 그대로 썼다”고 밝혔다.

곽 감독은 “영화에 소방관들의 ‘치료제’ 같은 게 있다. 취재하면서 들었던 건데 일부 소방관들이 ‘술이 치료제라 그거 먹고 견딘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일이 터지고, (곽도원이) 술을 마시는 장면에 대해 클로즈업은 다 빼버렸다”며 “연기는 액션, 리액션이니까 상대 배우 분량이 날아가는 건 싫었다. 다른 배우들과 형평성을 위해 그 부분은 그대로 유지했다. 일부 감독 중 (논란의 배우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감싸주시는 분들이 있긴 하지만, 저는 작품에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곽도원 배우만 있는 게 아니다. 스태프, 투자자, 들이 있기에 제 마음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선을 그어야겠다는 심정으로 말씀드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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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 사진 I 바이포엠스튜디오


우여곡절을 겪었고,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기분이지만 곽 감독 자신에겐 큰 의미로 남았단다.

곽 감독은 “날 겸손하게 만들었다. 4년의 시간을 기다리게 했다”며 “중간 중간에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인데, 내 마음을 좀 힘들게 하는 작품이다. ‘친구’라는 작품 이후에 ‘내가 좋은 작품만 찍는 거 아니야?’라고 주관적인 해석을 했던 모든 일들이 나로 하여금 많이 반성도 하게 했다.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 것 같다. 그 사이에 나이도 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그러면서 “과거에 마동석 배우와 한번 일 할 뻔 했는데 아쉽게 안 됐다. 그때 마동석에게 많이 배웠다. 철저한 스크리닝을 하더라. 다른 현장에서의 매너, 이런 것들과 평소 사생활까지 체크해서 배우들을 캐스팅 했다. 나도 이제 그러려고 한다. 중요한 덕목”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더불어 “내가 열심히 한다고, 진심을 다한다고, 계획을 세운다고, 그렇게 되지만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감독이자 한 자연인, 개인으로서도 많이 배운 것 같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작품의 운명대로 받아들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소방관’은 오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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