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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강대국들의 사격장’ 된 시리아…러시아 함대도 이동 포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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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1일(현지시각) 시리아 서부 라타키아 주에 있는 알 아사드 가문의 조상 마을인 카르다하에 있는 시리아의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전임 대통령인 하페즈 알 아사드 대통령의 어머니의 이름을 딴 나이사 모스크를 공중에서 촬영했다. 카르다하/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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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년 철권 통치를 했던 시리아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사라진 뒤 시리아가 강대국들의 ‘사격장’이 되어가고 있다. 골란고원을 경계로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이 남긴 무기가 반군에게 넘어가는 막겠다는 이유를 앞세워 시리아를 폭격하고, 반군을 지원해 온 튀르키예는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공격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중동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다시 방문하기로 한 가운데, 전세계 이슬람주의 단체는 이슬람근본주의 무장단체 ‘하이아트 타흐리르 알샴’(HTS·이하 하이아트)이 이끄는 반군의 승리를 축하했다. 러시아가 시리아 항구에서 함대를 이동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2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사드의 빈자리로 시리아가 강대국의 사격장(Shooting Range)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무장 단체를 연구하는 런던의 킹스 칼리지 브로데릭 맥도날드 연구원은 “시리아의 각 행위자들은 아사드 정권 붕괴 후 지도를 다시 그리려 애쓰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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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군인들이 골란고원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모습. 골란고원/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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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인권감시단체(SOHR)는 이스라엘이 시리아 서부 해안의 라타키아 항구와 타르투스주 무기 창고를 추가로 공격했다고 11일 밝혔다. 방공시설과 레이더 등 군사 시설이 공습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13개주 전역에서 350회 이상을 공습했다. 또 이스라엘이 점령한 골란고원과 시리아의 완충 지대를 따라 시리아 전차 여러 대를 탈취했다. 기디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시리아 군사 기지를 공습한 이유는 자국민 방어라고 주장한다. 아사드 정권이 남긴 각종 무기가 반군에 건네져 또다른 전쟁에 활용되면 안 된다는 명분을 들고 있지만, 유엔 이스라엘과 이집트·시리아가 교전한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듬해인 1974년 정전 협정 위반이라고 비판한다.



튀르키예 드론도 쿠르드족 집단이 압수한 시리아 북부의 군사장비를 파괴했다고 튀르키예 국영 언론이 튀르키예 군사 정보부 영상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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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의 합동 기지 앤드류스에서 요르단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하고 있다. 메릴랜드/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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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시리아에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수십차례 공습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 잔족 세력 소탕을 명분으로 시리아 일부 지역에 주둔 중이며 현재 약 900명의 미국군이 시리아에 남아있다. 시엔엔(CNN)은 국방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테러 집단의 재편을 막기 위해 시리아에 미군이 주둔할 것이라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11일부터 13일까지 요르단과 튀르키예를 방문해 중동 지역 정세를 논의하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군사 참모들이 동시에 중동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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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시리아 타르투스 항구. 이전에는 함정이 머물고 있었지만 11일부터 함정이 없는 모습. 뉴욕타임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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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아사드 정권의 우방국이었던 러시아의 해군 활동도 변화가 감지됐다. 영국 비비시(BBC)와 뉴욕타임스 등은 위성 사진과 선박 추적 데이터에 기반해 타르투스에서 러시아 해군과 상업 활동이 잠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을 비호하며 자신들의 지중해 진출을 위한 중요한 거점으로 시리아 항구를 40년 가까이 이용해왔다. 그러나 반군의 정권 탈취 이후 일시적으로 항구에서 함대가 이동해 해안에서 13㎞ 떨어진 곳으로 이동했다. 유도미사일 호위함 2척이 해군함대를 호위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시리아에서의 영구 철수인지, 이스라엘 등 외국의 공습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이동인지는 불확실하다고 이 언론들은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9일 시리아로 원유를 싣고 가던 이란의 유조선 로터스호가 홍해에서 방향을 틀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시작 이후 이란에서 원유를 수입해 에너지를 충당해왔다.



한편, 아랍권에서 가장 큰 이슬람주의 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국가별 지부들은 시리아 반군의 승리를 축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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