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이 축출 뒤 첫 성명을 냈지만 사과나 반성은 없었다. 군복을 벗은 시리아 반군 지도자는 시리아 제재 해제를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알아사드 정권 전복 관련 튀르키예(터키)가 반군 지원을 통해 "비우호적 장악"에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16일(현지시간) 시리아 대통령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한 장 짜리 성명을 낸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자신의 러시아 도피에 대한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이를 설명하는 데 내용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내가 시리아를 떠난 것은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며 자신은 반군이 다마스쿠스를 향해 진격한 8일 이른 시각까지 다마스쿠스에 남아 "직무를 수행"했고 "테러리스트(반군)가 다마스쿠스로 침투"함에 따라 러시아와의 작전 논의를 위해 이날 오전 러시아에 임대한 흐메이밈 공군기지로 이동했고 이후 정부군 패퇴가 확실해지자 러시아로의 대피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동안 나는 물러나거나 피난처를 찾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자신은 "14년 전쟁(시리아 내전) 기간 동안 폭격과 수도에 대한 테러리스트들의 반복적 침입 위협 속에서 테러리즘에 맞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사익을 위해 직위를 추구한 적 없다"며 국가가 "테러리즘의 손에 넘어갔"지만 "이는 시리아와 시리아 국민들에 대한 나의 깊은 소속감을 약화시키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시리아는 다시 자유롭고 독립적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반성이나 사과는 없었다. 이는 내전 기간 동안 알아사드 정권에 의해 강제 실종된 것으로 추정되는 10만 명 이상의 가족들을 찾기 위해 여전히 고문과 불법 처형이 자행된 교도소 및 인근 영안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시리아 국민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이다.
2000년 아버지 하페즈 알아사드의 뒤를 이어 집권한 알아사드 전 대통령은 2011년 아랍 민주화운동 '아랍의 봄' 여파로 일어난 민주화 시위를 탄압하며 시리아를 내전 국면으로 몰아 넣었다. 알아사드는 내전 중인 2013년 자국민에 화학 무기를 사용해 14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 갔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알아사드 축출 뒤 반군이 해방한 다마스쿠스 인근 세드나야 교도소에선 각종 고문 시설이 발견돼 국제사회를 다시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알아사드 전복을 주도한 이슬람 수니파 반군 조직 하이아트 타르리르 알샴(HTS)의 지도자 아흐메드 알샤라(가명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는 16일 일부 외신들과의 인터뷰에 나서 시리아에 대한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외신 중 하나인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알샤라가 시리아에 대한 제재는 지금은 붕괴된 알아사드 정권에 대해 부과된 것이라며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제재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고 모든 제약이 풀려야 시리아 재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알샤라는 시리아 혼란을 틈타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완충지대로 진입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는 완충지대를 설정한 1974년 협정을 계속 준수할 것이며 이란이 지원한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친이란 무장 세력 헤즈볼라 등의 위협 또한 제거돼 이스라엘이 명분으로 내세운 자기 보호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알샤라가 군복과 전투화를 벗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알카에다 하부 조직을 전신으로 둔 HTS의 의도를 의심하는 여러 나라들에 신뢰를 주는 데 역점을 뒀다고 평가했다. 알샤라는 알아사드 몰락으로 군사 활동의 시대가 끝나고 재건의 시대가 왔다며 "군복을 입은 건 전투가 있었기 때문"이고 "민간 회의를 할 땐 민간 복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반군 정부가 엄격한 이슬람 통치를 펼칠 것이라는 의구심이 여전한 가운데 알샤라는 인터뷰에서 술이나 돼지고기를 금지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개인의 자유에 깊이 관여하지 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군 단체가 이미 드루즈족, 기독교인, 쿠르드족 등 이미 여러 소수 민족·소수 종교 집단과 접촉해 소수자를 안심시키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시리아가 13년간의 내전으로 황폐해져 물리적으로 당장 선거를 치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고 시리아의 향후 법률과 정부 체계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현재 시리아 과도정부 총리는 반군 통제지의 행정을 맡았던 모하메드 알바시르가 내년 3월1일까지 임시로 맡고 있다.
알샤라는 인터뷰에서 미국 등의 HTS에 대한 테러 단체 지정 해제도 요구했지만 개인적으로 "그건 내게 그다지 중요하진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인터뷰 뒤 "알샤라가 여러 면에서 시리아에서 가장 저명한 반군 지도자에서 최고 외교관으로 변신했다. 이는 놀라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로이터>, 카타르 알자지라 방송 등을 보면 대통령 당선 뒤 16일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연 트럼프 당선자는 알아사드 축출 관련, 반군 지원을 통해 "튀르키예(터키)가 많은 생명을 희생하지 않고 비우호적 장악"에 성공했다며 "불확실성이 많은" 현 시리아 상황에 "튀르키예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상황에서 튀르키예가 "매우 현명하게" 행동했다며 자신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좋은 관계를 맺어 왔다고도 했다.
앞서 시리아 내전이 "우리 싸움이 아니다"라고 거리를 둔 바 있는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세력 이슬람국가(IS) 퇴치를 위해 시리아에 주둔하는 미군 철수에 관해선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IS 퇴치를 위해 튀르키예가 적대시하는 쿠르드족 무장 단체를 지원해 왔다.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이사 조나단 샨저가 "트럼프 당선자가 시리아의 새 통치자들과 그들의 후원자들에게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 신중히 통치하라'는 일종의 경고를 보냈다"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 중동 국장이 이번 트럼프 당선자 발언으로 에르도안 대통령이 "정확히 어디에 앉아야 할지 확신할 수 없게" 됐다며 이는 트럼프 당선자에 영향력을 가져다 준다고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16일(현지시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메제흐 공군기지 바닥에 축출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전 대통령의 초상이 훼손된 채 떨어져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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