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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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이 내란실행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에 송치했다. 계엄 당일의 ‘국헌 문란’ 상황이 상당 부분 확인된 만큼, 검찰은 ‘비선 설계자’ 역할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 전 사령관을 통해 계엄 모의 과정 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로 노 전 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전후로 전현직 장성들을 휘두르며 ‘정보사령부 수사 2단’ 구성을 주도한 정황은 어느 정도 드러난 편이다. 하지만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 전 사령관이 ‘힘의 원천’이 되었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어느 시점부터, 어느 수준으로 비상계엄을 공모했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진술에 소극적이었다. 김 전 장관의 신병을 검찰이 확보하고 있어 경찰은 두 사람의 진술을 비교해가며 조사하기도 어려웠다고 한다.
경찰이 입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그가 초기 기획 단계부터 내란에 깊숙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수첩에는 ‘정치·언론인·노조·판사·공무원’ 등이 수거 대상으로 명시돼 있다. 실제로 계엄군은 열댓명의 정치인·언론인들을 체포하려 했다. 수첩에는 ‘사살’이라는 표현도 등장하는데, 이 역시 계엄 기획 당시 공유된 구상일 가능성이 존재한다. 앞서 여인형 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체포명단을 받았다”고 했고 ‘체포명단은 평소 사석에서 윤 대통령이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를 했던 사람들이었다’는 취지로 검찰에서 진술했다. 윤 대통령의 ‘부정적 평가’가 김 전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논의를 거쳐 ‘체포명단’ 정리로 이어져 ‘처리 방법’까지 확정됐는지도 검찰 수사에서 밝혀져야 하는 부분이다.
“북방한계선(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단어는,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수개월 전부터 실제로 군령권을 쥔 김 전 장관과 긴밀하게 협업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군은 올해 6월부터 11월까지 북방한계선 일대에서 대대적인 포 사격 훈련을 벌이는 등 군사훈련의 강도를 위험수위까지 높여왔다. 법조계에서는 일련의 군사행동이 계엄을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형법상 외환죄 중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쳤을 때 적용하는 ‘일반이적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
김용현-노상원의 ‘계엄 모의’ 과정은 지금까지 관련자 진술로만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여인형 사령관은 계엄 사흘 전인 지난달 30일 김 전 장관 공관에서 노 전 사령관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은 계엄 당일 이른 아침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방문하고, 계엄 해제 뒤 김 전 장관과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 나아가 노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지는 않았는지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 비상계엄 당일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군 사령관들의 진술을 중심으로 계엄 앞뒤 며칠 동안 벌어졌던 상황을 복원하는 데 주력해왔다. 노 전 사령관 조사를 통해 계엄의 설계 단계부터 파헤쳐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셈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계엄 당일의 수사2단의 구성 등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언제부터 계엄 모의에 가담했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과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구체적으로 규명돼야 한다”고 짚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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