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1.01 (수)

제주항공 ‘동체 착륙’ 이례적 대참사…과거 사례는 달랐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2019년 8월16일 러시아 모스크바 남동쪽 외곽 주코프스키 국제공항 근처 옥수수밭에 있는 우랄 항공의 에어버스 A321 항공기. 전날 엔진 화재로 비상 동체 착륙을 했다. 주코프스키/타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9일 아침 전라남도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랜딩 기어(착륙용 하부 구조물·착륙 장치)가 나오지 않아 동체 착륙(belly landing)한 뒤 외벽을 들이받은 제주항공 무안참사와 유사하게 ‘동체 착륙’한 국내·외 사례는 여럿이 더 있다.



동체 착륙은 여객기가 착륙하기 위해 반드시 작동해야 하는 착륙 장치(랜딩 기어)가 나오지 않아 몸통(belly)으로 착륙하는 방식이다. 앞·뒷바퀴 중 일부만 작동해 결국 기체가 땅에 닿는 방식도 포함된다. 항공업계 설명을 들어보면 동체 착륙이 이례적인 것만은 아니다.



동체 착륙은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바닥과의 접촉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중요하다. 바다 등 최대한 충격을 흡수할 장소에 내리거나 바닥과 마찰열에 의해 화재가 발생할 수 있어 공중에서 연료를 최대한 비워내야 한다. 또 공항 활주로에 폼을 깔고, 그물망을 설치하는 등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 국제공항에는 이런 매뉴얼이 마련돼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동체 착륙 시도를 했다면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착륙 당시 영상을 보면 이런 대응을 할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

29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구급대원이 사고 여객기 내부를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국내 항공사 기장은 사고 발생 뒤 한겨레와 통화에서 “동체 착륙은 조종사들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선택이다. 이번 사고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동체 착륙을 하기 위해서는 공항 쪽과 교신해서 바닥에 폼과 베리어(그물)를 설치하도록 했어야 한다. 그 시간이 약 15분 걸리는데 그럴 여유도 없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긴박한 어떤 상황이 기내에서 벌어진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인근 서해에 내리는 게 나았을 텐데 그마저 불가능한 긴박한 상황이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내외·동체 착륙 사례를 모아보면,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



2019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에서 우랄항공 소속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해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당시 사고로 탑승객 230여명 중 70여명이 부상했다. 호주 교통안전국(ATSB) 데이터로만 보면 상업용 여객기의 동체 착륙은 2003∼2023년까지 78건이 시도됐다. 올해 5월 페덱스가 운영하는 화물기가 튀르키예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랜딩기어 이상으로 동체착륙했다. 당시 조종사는 화물기 앞바퀴가 내려오지 않자 관제탑에 비상착륙 허가를 요청해 뒷바퀴만으로 동체 착륙했다.



2022년 6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126명을 태운 여객기도 착륙 중 랜딩 기어 손상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2016년 중동 에미레이트 항공 소속 여객기는 바퀴 한쪽이 내려오지 않아 두바이 국제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한 사례가 있었다. 2018년 이란에서는 노후한 케슘에어 소속 여객기의 바퀴 한쪽이 내려오지 않아 동체 착륙이 시도됐다. 또 2002년에는 한국 관광객 등 47명을 태운 필리핀 항공기가 랜딩기어 작동불능으로 마닐라 공항에 동체 착륙하기도 한 사례도 있었다. 위 사고들은 모두 승객과 승무원, 조종사가 무사했다. 2007년 3월 아나항공(전일본공수)의 항공기도 일본 고치공항에 착륙하던 중 뒷바퀴만 나와 비행기 앞부분(기수)으로 동체 착륙을 했으나 56명의 승객과 4명의 승무원 전원 무사했다.



2022년 1월 국내에서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에프(F)-35A 바퀴가 펴지지 않아 서산기지에 동체로 착륙했다. 당시 조종사는 무사했고, 사고 조사에서 왼쪽 엔진 흡입구 쪽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류 충돌은 새가 항공기 엔진으로 빨려 들어가 엔진 날개에 고장을 일으켜 항공기의 정상 작동이 어려운 경우를 말한다.



한겨레

2020년 2월9일(현지시각) 88명의 승객이 탑승한 유테이르 항공기가 랜딩 기어 고장으로 우신스크 공항에 비상 동체 착륙했다. 부상자는 보고되지 않았다. 우신스크/타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1년 6월13일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도 대구공항에서 랜딩 기어를 안 내리고 동체 착륙을 한 사건이 있었다. 사망자는 없었고 부상자만 발생했다. 이 사고 기종(보잉 727) 특성상 엔진이 날개가 아닌 동체 후미에 달려 직접 엔진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아 기체 하부 바닥이 긁히는 것 외에 기체의 파손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당시 언론 보도가 남아있다.



조종사 잘못으로 여객기 랜딩 기어를 내리지 않고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추락해 다수 사망자가 나왔던 항공 사고는 있었다. 승객·승무원 99명을 태운 파키스탄국제항공 PK8303편은 2020년 5월22일 파키스탄 라호르를 출발해 카라치 진나공항으로 향했다. 사고 여객기는 착륙에 부적합한 고도와 속도를 유지한 채 랜딩 기어도 내리지 않고 착륙을 시도했다. 조종사 잘못에 따른 의도치 않은 동체착륙 시도였다. 그러나 이 시도는 실패하고 조종사들은 다시 착륙을 시도했지만 여객기는 공항 근처 주거지역에 추락해 97명이 숨졌다. 사고 조사 보고서는 “조종사가 여러 경고와 조종실 표시, 항공 교통 관제의 지침을 무시했다”고 밝혔다.



최우리 이정연 기자 ecowoori@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